기림일 앞 울먹인 이용수 할머니…폭우 속 600명 "日 공식 사과하라"

소녀상 일대서 세계연대집회 열려…"日 역사 부정 점입가경"
日 법적 배상 등 촉구…100m 떨어진 곳서 우익단체 집회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인근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제1713차 수요시위에서 일본의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2025.8.13/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을 하루 앞둔 13일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일대에서 일본 정부를 향해 식민지·전쟁 범죄를 인정하고 공식 사과 및 법적 배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날 낮 12시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일대에서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1713차 정기 수요시위 및 10개국 166개 단체가 공동주관하는 기림일 세계연대집회가 열렸다.

비가 쏟아지는 날씨에도 참가자들은 평화의 소녀상에서 100m가량 떨어진 2차선 도로 위를 가득 메웠다. 이들은 우비를 입고 '공식 사과 법적 배상'이라고 적힌 띠를 머리에 둘렀다. 경찰 비공식 추산 600명가량이 이날 집회에 참석했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1991년 8월 14일 김학순은 최초로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 사실을 공개 증언했다"며 "청산되지 못한 식민주의와 가부장제 속에서 침묵을 강요당하며 전쟁 같은 삶을 살던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들에게 김학순이 쏘아 올린 작은 빛은 변화를 위한 커다란 희망이 됐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일본 정부의 역사 부정과 왜곡이 점입가경"이라며 "전 세계 평화의 소녀상에 대해서 체계적, 조직적 설치 방해와 철거 압력을 행사하고, 피해자들이 오랜 투쟁을 통해 쟁취한 승소 판결에 대해선 국제법 위반 운운하며 배상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의연은 △일본 정부의 전쟁 범죄 인정 및 공식 사과·법적 배상 △일본 정부의 역사 왜곡 중단 및 재발 방지 노력 △한국 정부의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완전 폐기 및 피해자 명예 회복 △역사 부정 세력의 역사 왜곡 중단 등을 촉구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인근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제1713차 수요시위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8.13/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위안부 피해자이자 여성인권 운동가인 이용수 할머니는 이날 집회에 참석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보호법의 개정을 요구했다. 이 할머니는 폭우 속 집회에 참석한 이들을 보고 "고맙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이에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가 해야 할 일은 위안부 피해 사실의 역사를 왜곡하고 소녀상을 깎아내리는 일이 일어나지 못하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보호법을 확실히 개정하는 것"이라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보호법 개정을 약속했다.

이날 집회엔 남 의원을 비롯해 박홍배 민주당 의원, 정혜경 진보당 의원, 조국혁신당 강경숙·이해민·정춘생 의원 등이 함께 했다.

같은 시각 소녀상 바로 옆에선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등 우익단체가 수요시위 반대 집회를 열고 "위안부 피해자는 없다"고 주장했다.

10명 남짓한 참석자들이 '역사 왜곡의 표본 위안부 소녀상을 철거하라' '소녀상은 위안부 사기극의 선전도구' 등의 피켓을 들고 폄훼 발언을 이어나갔다. 이들은 소녀상 앞 경찰 펜스에 '흉물 소녀상 철거'라는 현수막을 붙였다.

우익 단체와 10m가량 떨어진 곳에서 진보 성향 유튜버가 스피커로 "매국노는 소녀상에서 물러나라"며 고성을 질러, 우익단체 집회가 지연되기도 했다.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평화의 소녀상 인근에서 열린 우익 단체의 수요시위 반대 집회.2025.8.13/뉴스1 ⓒ News1 신윤하 기자

sinjenny9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