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갑자기 많이 내릴 줄은"…호우주의보 서울 출근길 '비상'
장우산·장화·슬리퍼·반바지로 '무장'…폭염 여파 손풍기 들기도
상인들은 손님 줄어 '울상'…중랑천 등 범람해 하천 29곳 통제
- 신윤하 기자, 김민수 기자, 권진영 기자, 김형준 기자, 김종훈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김민수 권진영 김형준 김종훈 기자
비 온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렇게 갑자기 많이 내릴 줄은 몰랐네요."
서울 곳곳에 호우주의보가 발효된 13일 오전 시민들이 출근길에 애를 먹었다. 10분 가량만 야외에 서있어도 바지 밑단이 흠뻑 젖을 만큼 강한 비가 내렸다.
지하철 6호선 돌곶이역 인근에서 만난 이 모 씨(26·여)는 "출근은 보통 1시간 정도 걸리는데, 오늘 지하철에 사람이 몰리면서 하나 놓쳤다"며 "퇴근 때까진 비가 좀 그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30대 여성 김 모 씨도 "아침에 일어나보니까 호우주의보라고 해서 출근길 걱정부터 됐다"며 "하천도 잠겼다고 하던데, 출근을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지하철 1호선 신도림역에서 만난 진 모 씨(62·여)는 "줄 많이 서서 지하철 몇 대는 그냥 보내줘야할 것 같다"며 "이럴줄 알았으면 청량리역에서 만나기로 한 친구과의 약속을 미룰 걸 그랬다"고 말했다.
시민들 중에는 장우산과 장화, 슬리퍼, 반바지 등을 착용하거나 바지 밑단을 복숭아뼈 위까지 말아올린 이들이 적지 않았다.
지하철 2·3호선 교대역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20대 여성 정 모 씨는 "올해 비가 많이 온다고 해서 장화를 하나 샀다"고 전했다. 정 씨는 바지가 젖지 않도록 장화 안으로 바지 밑단을 꼼꼼히 넣어둔 상태였다.
신도림역에서 출근 중이던 이 모 씨(29)도 "입추 지나고서 종종 비가 와 장화를 꺼내놨다"며 "장화를 신발장 구석에 안 넣길 잘한 것 같다"고 했다.
시민들은 백팩을 가슴 쪽으로 메거나 버스정류장 처마 아래 또는 횡단보도의 차양용 대형 파라솔 아래에 옹기종기 모여 빗방울을 피했다. 인도와 횡단보도에 생긴 물웅덩이를 피하기 위해 까치발을 한 이들도 눈에 띄었다.
올 여름 역대급 폭염의 여파 때문인지 휴대용 선풍기를 들고 있는 시민들도 있었다.
상인들은 출근길 비 때문에 손님이 줄어 울상을 지었다.
교대역 인근의 한 야쿠르트 판매원은 "비 와서 다 지나가버린다"며 평소보다 손님이 10분의 1로 줄었다고 푸념했다.
평소 손님들이 줄서있던 신도림역 앞 로또 판매점에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날 오전 6시 40분 기준 서울의 전체 하천 29곳이 전면 통제됐고 증산교 하부도로도 차량 출입이 제한됐다. 이와 관련 동대문구 이문동에 맞닿아 흐르는 중랑천은 범람해 평소 운동을 위해 이곳을 찾던 시민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6시 30분 기준 서울 동북·서북·서남권에 호우주의보가 발효됨에 따라 같은 시각 강우상황과 관련해 '주의' 단계인 1단계를 발령해 비상 근무에 들어갔다.
기상청은 정체전선이 빠르게 북상하면서 이날 오전 5시부터 시간당 20~30㎜의 안팎의 강한 비가 내렸으며, 14일 새벽까지 다소 많은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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