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 다 풀어주면 대통합이냐"…조국 포함 특사에 엇갈린 시민들
진보 지지층에서도 의견 분분…"형기 마치고 리스크 털었어야"
"비겁한 여야 수싸움" vs "국민 통합"…"정치인만 누리는 특권" 비판도
- 신윤하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와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윤미향 전 국회의원 등이 11일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에 포함되자, 시민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일부 시민들은 논란이 되던 조 전 대표 부부를 비롯해 큰 폭으로 정치인 사면이 이뤄진 것을 두고 "국민 통합을 위한 길"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오히려 정치 극단화를 더욱 심화시키는 비겁한 여야 수싸움"이라며 정치인 사면에 대한 회의감을 드러내거나, "시기상조"라는 비판을 제기했다.
이재명 정부는 조 전 대표와 부인인 정 전 교수, 최강욱·윤미향 전 의원, 조희연 전 서울시 교육감,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에 대한 특별사면을 오는 15일 단행한다고 이날 밝혔다.
조 전 대표 부부와 최 전 의원, 윤 전 의원 등 범여권 인사들에 대한 사면과 관련해선 보수층뿐만 아니라 진보 지지층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 및 청와대 감찰 무마 등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12월 징역 2년이 확정됐다. 조 전 대표는 형기가 1년 넘게 남았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을 지낸 윤 전 의원은 후원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최 전 의원은 조 전 대표 아들에게 허위 인턴 확인서를 써준 혐의로 국회의원직을 상실한 상태다.
가장 논란이 되는 건 조 전 대표 부부의 사면이다. '조국 사태'는 문재인 정부의 민심 이반의 주된 이유로 꼽힐 만큼 파장이 컸던 만큼, 조 전 대표 부부가 형기를 마치고 나와 '반(反) 조국' 여론을 털어버리는 것이 장기적으로 진보 진영엔 나았을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자신을 민주당 지지자라고 밝힌 박민형 씨(35·남)는 "조 전 대표가 자기 잘못에 비해 너무 힘든 시기를 견디긴 했지만, 사면은 너무 빠르다는 생각이 든다"며 "지금 이재명 정부 초기인데 이런 사면은 여론에 악영향이 있을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만난 김 모 씨(39·남)는 "조 전 대표 사면이 무조건 나쁘다는 게 아니라, 차라리 형기를 다 마치고 리스크를 털고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조국 사태는 국민의 역린을 건드렸던 사안인 건 사실이지 않나. 민주 진영 지지자로서 보기엔 조 전 대표가 이번 사면을 통해 소탐대실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사면을 통해 범여권의 대통합을 이루고 국정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 광화문광장을 지나가던 진 모 씨(57·여)는 "조 전 대표는 징역 2년 형기 중에 8개월을 채우지 않았느냐. 이미 정치 검찰에게 당한 게 너무 많다"며 "이번 사면으로 국민이 통합할 뿐만 아니라, 범여권이 다시 뭉치고 이재명 정부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정치 성향을 떠나, 여야가 '사면 거래'를 해서 이뤄지는 정치인 사면이 불쾌하단 지적도 적지 않았다. 최근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자당 정치인들의 사면을 요청하는 텔레그램 메시지가 지난 4일 국회 본회의 도중 포착되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직장인 이 모 씨(30·남)는 "좌우 진영의 감방 간 사람들을 다 풀어주는 게 대통합이냐"며 "이번 사면은 법치주의를 흔드는 여야의 수싸움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광화문광장을 지나던 배주연 씨(42·여)는 "아무리 민생 사면, 민생 사면 해도 사면 복권은 결국 정치인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서 불쾌한 감도 있다"며 "여야를 떠나서 정치인들만 누리는 특권이란 생각이 광복절마다 든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날 시민사회도 정치인과 주요 기업인 사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참여연대는 이날 사면 명단 발표 직후 논평을 내고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에 연관된 최지성 전 삼성전자 부회장, 장충기 전 삼성전자 사장,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의 복권이 심의·의결됐다"며 "참여연대는 이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막대한 국민 피해를 유발한 범죄자들에 대한 특별사면과 복권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재벌총수의 불법적 경영권 승계에 가담해 범국민적 피해를 유발한 범죄자들을 명분 없이 특별사면하는 것이 과연 이재명 정부가 말하는 '국민통합'인가"라며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특별사면이 아니라, 국고 유출에 대한 구상권 청구와 손해배상 소송을 통한 국민피해 회복"이라고 꼬집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날 논평을 내고 "결과적으로 이번 사면은 민생·생계형 사면과 함께 논란이 큰 정치인·경제인 사면이 병행되면서, ‘국민통합’이라는 목표와 달리 오히려 사회적 논란과 여론 분열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며 "사법 절차를 거쳐 형이 확정된 인물에 대한 사면은 예외적이어야 하며, 특히 정치·경제 범죄와 같이 공공성과 신뢰에 직결되는 사안은 더욱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서민민생대책위원회도 이날 성명을 통해 "광복절의 의미와 상관없는 자녀 비리의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부부, 최 전 의원을 비롯한 일부 뇌물 관련 야당 의원들, 위안부 피해자 후원금을 횡령한 윤 전 의원 등에 대한 사면은 국민 정서에 반한다"며 "광복절 사면에는 정치인을 배제하고 서민 중심으로 하는 것만이 대통합의 길"이라고 비판했다.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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