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상 앞 농성 10년 만에 중단하자…빈 자리에 보수단체 집회 예고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23일 '위안부 사기 중단' 촉구 집회
정의기억연대와 충돌 가능성…인권위, 수요시위 보호 결정 권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인 14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 평화의 소녀상이 경찰 바리케이드에 둘러싸여 있다. 2024.8.14/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권준언 기자 =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인근에서 노숙 농성을 벌여온 시민단체 반일행동이 10여년 만에 철수한 가운데, '소녀상 철거 챌린지'를 이어온 극우 단체가 그 자리에서 반대집회를 개최하겠다며 예고하고 나섰다.

2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은 오는 23일 정오에 소녀상 좌·우 인도 및 1개 차로 등에서 30명 규모의 '수요시위 중단 및 위안부상 철거 촉구'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다.

해당 장소는 반일행동이 2015년 12월 박근혜 정부 당시 한·일 위안부 합의에 반발하며 10여년간 농성을 이어온 곳이다.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은 수요시위 반대 집회를 벌이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가 사기극이라고 주장하는 보수 단체다. 이들은 지난해 전국에 있는 위안부 소녀상을 찾아가 '철거'라는 글자를 쓴 마스크 등을 씌운 후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소녀상 철거 챌린지'를 진행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도 매주 수요일마다 반일행동이 집회를 신고한 소녀상 인근 인도 및 1개 차로에 집회를 신고해 왔다.

하지만 경찰이 반일행동과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측의 마찰을 막기 위해 질서유지선과 경찰 펜스를 설치하자, 이에 반발하면서 실제 집회는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은 반일행동이 농성을 그만두면서 소녀상 앞 집회 장소를 나누지 않고 집회를 열 수 있게 됐으니, 이번 주부터 수요 시위 반대 집회를 다시 진행하겠단 입장이다.

김병헌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대표는 "우리가 소녀상 주변 좌·우 인도와 하위 1개 차로를 집회 장소로 신고했는데 종로경찰서에선 반일행동 측에 반 이상을 떼 주고 우리는 귀퉁이에 하라고 했다"며 "경찰 마음대로 장소 분할을 한 건데 우린 동의한 적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이 우리 집회를 보장해주지 않아서 그동안 집회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했다.

반일행동 측은 이번 주 수요일엔 '한일 위안부 협상 폐기촉구' 집회 신고를 하지 않은 상태다. 반일행동 측 관계자는 "수요일 집회는 신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수요시위를 방해해 온 보수단체가 집회를 재개하겠다고 나서면서, 매주 수요일마다 일본군 성노예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시위를 여는 정의기억연대와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측이 이번 주 충돌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 침해구제 제2소위원회는 지난 4월 서울 종로경찰서장에게 보수단체의 수요시위 반대 집회 등에 대한 경찰의 단호한 대처를 권고한 바 있다.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수요시위 반대 집회 측에서 지나친 스피커 소음 등을 일으켜 집회를 방해하거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등에 대한 명예훼손·모욕이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에서 중지 권고 또는 경고하라”고 했다.

sinjenny9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