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정보공개 청구 중단은 인권침해"…입양인 단체, 인권위에 진정
"아동권리보장원, 3개월 동안 정보공개 서비스 중단"
입양인 단체 "3개월은 누군가에겐 절박한 시간…뿌리 알고 싶다"
- 김민수 기자, 심서현 기자
(서울=뉴스1) 김민수 심서현 기자
지난달 23일 친어머니를 찾고자 미국에서 서울 마포경찰서를 찾은 권은정 씨(리사 챈·47)는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답을 들어야 했다.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아동권리보장원에 입양정보공개청구를 해야 하지만 오는 7월 19일 시행 예정인 입양특례법 개정안 영향으로 지난달 16일부터 오는 9월 19일까지 관련 업무가 중단된 상태다.
11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개정된 입양법 시행이 일주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지만, 권 씨의 사례처럼 정작 입양인 당사자들에겐 법이 시행도 되기 전 권리 침해가 벌어지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입양기록 긴급행동(EARS·Emergency Action for Records Storage)은 이날 오전 9시 30분 국가인권위원회에 보건복지부·아동권리보장원의 입양 정보 공개 청구 중단에 대한 조사 및 시정 권고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진정인은 김명희 씨다. 그는 미국 입양인으로 지난달 18일 정보공개 신청을 하려다 거부당했다.
김 씨는 "본인은 대구가 고향이며, 미국으로 보내졌다, 지금은 한국으로 돌아온 지 몇 년 됐지만 이 문제는 계속 지속되고 있다"며 "가족 찾기뿐만이 아니라 나의 개인적인 역사 알고 싶을 뿐"이라고 토로했다.
기존에 입양인들은 아동권리보장원 또는 민간 입양기관에 자신의 입양 정보의 공개를 청구했다. 그러나 오는 19일부터 입양 정보 공개 업무가 아동권리보장원으로 일원화된다.
그런데 아동권리보장원이 블로그를 통해 6월 15일부터 9월 15일까지 세 달간 "법 시행에 따른 원활한 서비스 제공을 위한 준비"를 이유로 입양 정보공개 서비스 중단을 발표했다. 홀트 같은 입양기관에서는 지난 4월부터 신청을 제한했다. 권리 침해 기간이 길게는 6개월에 달하는 셈이다.
입양인 최초로 카라보스(한국명 강미숙)의 친생자 확인 소송을 대리해 승소한 양정은 변호사(법무법인 중앙 이평)는 "카라보스의 경우 한국 국적을 취득한 후에 한 달 뒤 아버지가 사망했다"며 "3개월의 정보공개 중단은 입양인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시기를 놓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입양기록 긴급행동은 "피진정인들은 입양인들의 정체성을 찾을 권리를 일방적으로 묵살하며 인격권을 크게 손상했다"며 "진정인은 입양 정보 공개 청구 중단에 대한 조사 및 시정 권고 청구에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단체가 공개한 피해 사례에 따르면 입양인 송미나 씨는 결혼을 앞두고 친가족에 알리고 싶어, 지난 5월 홀트에 정보공개 청구를 의뢰했지만 업무 과다로 미팅이 불가하다며 거부됐다. 지난달 초 아동권리보장원 측에 다시 청구했지만, 지금까지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또 다른 입양인 김동숙 씨는 지난 3월 홀트에 친가족 찾기를 위한 정보공개를 신청했지만, 홀트 측에서 종결 처리했다. 지난 5월 한국을 방문해 홀트에 다시 문의했으나 역시 거절됐다. 지난달 초 아동권리보장원에 신청했지만, 현재까지 아무 답변을 듣지 못했다.
입양특례법 시행령 제16조는 정보공개 청구를 받은 날부터 15일 이내에 공개 여부를 결정하여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부 입양인들은 입양 정보공개 서비스가 중단되기 직전 정보공개를 신청했지만, 아동권리보장원 측에 전송된 신청서 메일이 사라지거나 시스템에 등록해 둔 신청 데이터가 사라지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홀트 입양인 김오묘 씨 역시 지난 1월 아동권리보장원에 정보공개 청구를 했지만 45일간 답변이 없었다. 이후 청구 시스템의 오류로 신청서가 사라졌다며 다시 신청하라는 이메일을 받았다.
입양기록 긴급행동은 "시스템 오류 문제 역시 입양인들의 정보공개청구권을 심각히 저해한다"며 "현재 아동권리보장원의 시스템 오류, 메일 유실, 부실한 대처 등으로 신청 기간이 지나 청구가 거부된 입양인들이 상당수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kxmxs41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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