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 보고서 삭제 지시' 前 서울청 정보부장 징역 6개월 선고

재판부 "일선 경찰 자긍심·헌신 배반하는 행위"

이태원 참사 후 관련 내부 자료 삭제를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이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4.6.13/뉴스1 ⓒ News1 장시온 기자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이태원 참사 당시 핼러윈 축제로 인한 인파 위험을 예상한 경찰 정보 보고서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정보부장)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 홍다선 판사는 9일 오전 10시 공용전자기록등손상 교사 등 혐의를 받는 박 전 부장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다만 법원은 "피고인에 대해서 법정에서 실형을 선고했지만 금일자로 피고인을 즉시 구금할 필요성, 상당성은 없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홍 판사는 "피고인은 국가적 참사와 관련해 사실관계를 은폐하고자 증거를 은닉해 형사사법 기능을 위태롭게 하고도 여전히 국가 형벌권 실현을 방해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사고 수습 과정에 관여해 사실관계 은폐, 축소, 왜곡하고자 하는 행위를 바로잡을 필요성이 이 사회에 필요하기에 실형에 처함이 타당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자신의 소명 다하는 일선 경찰의 직업적 자긍심과 헌신 등을 배반하는 행위"라며 "소속한 청 경찰로 하여금 범죄 저지르게 했음에도 변명해 왔다"고 지적했다.

박 전 부장은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발생 이후 서울경찰청 부서 내 경찰관들에게 핼러윈 대비 관련 자료 삭제를 지시해 업무 컴퓨터에 저장된 관련 파일을 지운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박 전 부장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박 전 부장 측은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규정에 따라 문서를 관리하라' 등 복무 기강을 지시하는 것은 증거 인멸 교사가 될 수 없다는 취지다. 박 전 부장의 변호인은 "이태원 참사라는 엄청난 사건이 발생했지만, 서울청 정보부와 용산경찰서 정보과가 '올 스톱'하고 이 사건의 조사가 끝날 때까지 업무를 볼 수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변론했다.

앞서 박 전 부장은 지난 2월 용산경찰서 정보관이 참사 전 작성한 '이태원 핼러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 분석'보고서 및 특별첩보요구(SRI) 보고서 등 문서 4건을 삭제 지시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다만,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어 피고인 보석은 계속 유지돼 오고 있다. 검찰과 박 전 부장 모두 판결에 불복해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kxmxs41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