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도 참여, 혐오 없네요"…도쿄 퀴어 퍼레이드 본 韓 성소수자들 '씁쓸'
도쿄 프라이드 참여 한국인들 "차별 집단으로부터 보호돼"
가족 단위 참가자도…"한국도 더 많은 가시화, 지지 필요"
- 유수연 기자
(서울=뉴스1) 유수연 기자 = 성소수자의 존재를 축하하고 연대하는 축제인 퀴어퍼레이드가 지난 8일 일본 도쿄에서 열렸다. '도쿄 프라이드'에 참여한 한국인 성소수자들은 반대 집회가 없는 축제와 이름만 대면 아는 대기업의 참여가 놀라웠다고 입을 모았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올해 처음으로 공식 부스 불참을 결정하고 성소수자 반대 집회가 계속되는 가운데, 성소수자들은 오는 14일 열리는 서울 퀴어퍼레이드를 앞두고 "일본과 한국의 성소수자 인권이 비교된다"는 씁쓸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 8일 열린 도쿄 프라이드에 참석한 성소수자들은 서울 퀴어퍼레이드와 가장 큰 차이점으로 '혐오 세력의 부재'를 꼽았다.
일본에서 유학 중인 A 씨(22)는 13일 "도쿄 프라이드에서는 한국과 다르게 동성애나 성소수자에게 반대하거나 차별적인 언행을 뱉는 집단 움직임을 본 적 없다"며 "일본 내에도 그런 차별이 있겠지만, 행사의 규모가 크고 확실하게 참가자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제주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으로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이력이 있는 활동가 해삼(37)은 "어린이들과 함께 나온 가족들도 많았고 반려견과 함께하는 사람들도 많았다"며 "도쿄 지역 전체 대부분의 가게나 건물에서 프라이드 먼스(Pride Month·성소수자 인권의 달)를 축하하는 깃발들을 보는 것으로도 즐거웠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 퀴어퍼레이드가 열리는 14일에는 벌써 반대 집회가 예고됐다. 당일 오후 1시 중구 서울시의회 인근에서는 기독교 단체 '거룩한방파제'가 퀴어퍼레이드에 반대하는 '통합국민대회'를 연다.
이에 퀴어퍼레이드 주최 측은 혐오 발언 및 아우팅(outing·본인은 원하지 않는데 동성애자란 사실이 다른 사람에 의해 강제로 밝혀지는 일) 등에 대비하고 상담 창구와 의무실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올해는 2017년부터 작년까지 성소수자들이 받는 차별과 편견 해소를 위해 매년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해 온 국가인권위원회는 올해 처음으로 공식 부스 불참을 결정했다. 이에 대해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입장이 다른 양측 행사 중 어느 한쪽 행사만 참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A 씨는 "틱톡, 이케아, 스포티파이 등 누구나 알 법한 세계적 기업부터 이온, NTT 등 일본 내에서 모를 수가 없는 기업들까지 지지 선언하고 있었다"며 "한국이었다면 자칫 기업 이미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 이곳에서는 오히려 홍보와 기업 이미지를 상승시킬 기회로서 작용한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019년 서울 퀴어퍼레이드에서 오비맥주가 자사 대표 브랜드 카스를 활용해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광고를 진행했다 불매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도쿄에 1년째 거주하고 있는 박 모 씨(26)는 "한국에서는 국내 기업이 참여하기 어려운 환경인데 도쿄 프라이드에는 일본 국내 기업들도 많이 참가해서 신기했다"고 말했다.
또 박 씨에게 인상 깊었던 도쿄 프라이드의 풍경은 가족 단위의 참가자들이었다. 박 씨는 "한국에서는 혐오 세력이 많아서 가족 단위로 오는 건 사실 보기 힘들다"며 "도쿄 프라이드에는 무지개 옷을 입은 아이들과 함께 온 부모도 많았고, 아이들을 맡겨둘 수 있는 부스도 있어서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도쿄 프라이드에서 축제를 즐긴 성소수자들은 마음 한편으로는 씁쓸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올해 처음으로 도쿄 프라이드에 참석한 B 씨(26)는 "기회가 된다면 (한국의 퀴어 퍼레이드에) 한 번은 가보고 싶다"면서도 "한국 퀴어퍼레이드는 투쟁하는 소수자의 느낌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A 씨는 "도쿄 프라이드에 다녀온 후 한국의 성소수자 인권 투쟁의 고충을 느꼈다"며 "더 많은 가시화, 국가와 기업 단위의 지지 선언과 더 튼튼한 보호의 필요성과 그 효과를 간절하게 느꼈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 퀴어퍼레이드는 오는 14일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남대문로 및 우정국로 일대(을지로입구역-종각역)에서 진행된다. 주최 측은 "행진을 통해 거리 위에서 다름을 축복하고 존재를 드러내며 우리가 바라는 세상을 함께 그려내겠다"고 행사 취지를 밝혔다.
shush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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