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 난무, 애 들을까 창문도 못 열어"…바리케이트 서부지법 앞 주민들 불안

서부지법 출입 시 신분 확인…시민 "돌아가라고 하니 불편해"
헌재 앞도 '긴장'…출근 직장인 "주말 내내 불안감 느껴"

2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의 난입 사태로 인해 출입통제가 강화되고 있다. 2025.1.20/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유수연 이강 박혜연 기자

"창문도 못 열고 TV도 못 틀었어요. 욕설을 너무 많이 해서 애가 들을까 봐."

20일 아침 정 모 씨(여·38)는 7살 아이를 유치원에 등원시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씨는 딸의 손을 꼭 잡고 파괴된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 건물을 가리키며 "여기도 다 부숴놨잖아"라고 우려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정 씨는 "폭력시위하고 욕도 많이 하니까 불안하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폭력이 노출되는 게 나쁘다"며 "서부지법 앞이 등원 길인데…"라고 한숨을 쉬었다.

서부지법 '정상 운영'·경비는 삼엄…시민 "너무 많이 부숴놔서 불안해"

이날 뉴스1이 찾은 서부지법은 경비가 삼엄했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의 극렬 지지자들이 구속영장 발부 소식을 듣고 습격한 사건 후 경찰은 정문 앞 양쪽 30m 부근까지 바리케이드를 치고 통제했다. 법원 직원이 아닌 시민은 길을 돌아가야 했다.

공덕역으로 출근하는 직장인 이 모 씨(여·50) 빠른 걸음으로 서부지법 앞에서 우회했다. 이 씨는 "아침마다 운동 삼아 걸어 다니는 길인데 돌아가라고 하니까 불편하다"며 "너무 많이 부숴놔서 불안하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근무하는 홍 모 씨(남·77)는 "그냥 우회하면 되니 불편한 거야 그냥 참아도 되지만 어제 같은 일은 일어나서는 안 된다"며 "법은 지키라고 있는 건데 이해를 못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부지법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도 충격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공무원노조 관계자는 "전날 현장에 있었던 직원들이 한 20여 명 되는데 옥상으로 피신해서 다친 사람은 없다"며 "문제는 오늘부터 업무를 해야 하는데 업무 공간이 파괴돼 있고 유리창이 다 없어진 상태여서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라고 토로했다.

이날 서부지법은 법원을 정상적으로 운영한다. 다만 차량 운행은 불가능하고 법원 출입 시 신분 확인이 필요하다. 현장을 통제하는 경찰은 한 시민에게 "재판 시간이 뒤쪽이면 근처에서 커피 한잔하고 와라"고 안내하기도 했다.

전날 헌법재판소 담 넘으려던 시위자 체포…시민 "헌재도 잘 대비해야"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직원들이 비상근무를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헌재로 향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비상근무에 돌입했다. 2025.1.19/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같은 시각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은 모습이었다. 경찰 기동대 버스가 6대 배치됐고, 혼란이 생기지 않도록 교통경찰이 출근길 차량을 통제하고 있었다.

이날 헌재 앞 신고된 집회는 없었지만, 방송조명 차량 등 집회·시위를 관리하는 차량도 배치돼 있었다. 현장 경찰은 "갑자기 생길 수도 있고 어제처럼 몰려와서 뭉칠 경우를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전 8시 30분이 되자 1인 시위자들이 '탄핵 반대', '진짜 내란은 부정선거' 등 손팻말을 들고 헌재 앞에 모여들었다. 4명의 시위자는 헌법재판관의 관용차로 추정되는 검은색 승용차가 헌재 내부로 들어가자, '탄핵 반대' 피켓을 높이 들어올리기도 했다.

헌법재판소 앞을 지나가는 시민들도 서부지법 폭력 사태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전날 헌재 인근에서는 서부지법에서 행진해 온 윤 지지자들이 '탄핵 기각'을 요구하며 집회를 벌이다 3명이 추가 체포됐다. 그중 1명은 헌법재판소 담을 넘으려던(건조물침입) 혐의를 받는다.

헌재 바로 옆에 있는 회사로 출근하는 강성철(남·40대 초반) 씨는 "헌재에도 서부지법 같은 일이 생길까 아침 출근길에도 걱정했다"며 "주말 내내 불안감을 느꼈다"고 인상을 찌푸렸다.

광주에서 서울로 여행 온 김 모 씨(여·29)는 "아무래도 조금 불안하긴 하다"며 "7시에 지나갔을 땐 경찰이 별로 없었는데 사람이 몰릴 것 같아 대비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헌재 인근 갤러리에서 부인과 함께 전시회를 준비하는 민 모 씨(남·60대)는 "지금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이성을 잃었다"며 "헌재도 잘 대비를 해야 한다. 뭐든지 예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shush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