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한강 바람, 조용한 '댄스파티'?…일요일 밤 잠수교에 모인 사람들

소음·나이·시선 걱정 NO…파란 헤드셋 끼고 한강서 춤춰요
김철환 대표 "기획의도요? 소음 걱정 없이 다양한 장소서 파티"

주말인 10일 저녁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열린 ‘차 없는 잠수교 뚜벅뚜벅 축제’ 한강 무소음 DJ 파티를 찾은 시민들이 무선 헤드셋으로 음악을 들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23.09.10/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임윤지 기자 = "다 같이 뛰어, 뛰어"

좌우로 신나게 몸을 흔든다. 옷이 땀에 젖도록 춤을 춘다. 한강 공원 한복판에서 댄스파티가 벌어졌다. 그런데 음악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흥에 겨운 사람들의 환호 소리와 펄쩍펄쩍 뛰는 발소리만 들릴 뿐이다.

24일 오후 6시45분쯤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잠수교 일대에서 '사일런트 디스코 한강 무소음 DJ파티'가 열렸다.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차 없는 잠수교 뚜벅뚜벅 축제'의 프로그램 중 하나인 무소음 DJ파티는 사람들이 저마다 파란색 불빛이 반짝이는 블루투스 헤드셋을 쓰고 음악을 들으며 춤추는 파티다.

주 참가 인원은 MZ세대였지만 부모님의 손을 잡고 온 어린이부터 70대까지 연령대는 다양했다. 편한 운동복에 반바지, 셔츠까지 복장도 자유롭다. 반려견을 품에 안고 어깨를 들썩이는 사람도 있었다. 한강에 모인 수백명의 사람들은 노을이 지는 한강의 풍경과 어우러지며 이색적인 장소에서 파티를 즐겼다. 춤을 추다가 지친 사람들은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했고 근처 푸드 트럭에서 음식을 사 먹으며 음악을 감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손자들과 함께 온 70대 김모씨는 "손자들이 오자고 해서 왔는데 음악을 이렇게 즐기는 것을 보니 자유로워 보이고 좋다"며 "야경을 보면서 음악을 듣고 춤을 춘다는 아이디어가 참신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남편과 함께 온 A씨는 "육아에 지쳐있었는데 젊어진 느낌이다"며 "소음 공해도 안 일으키고 가족끼리 한강 바람을 맞으며 음악을 들으니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말했다.

24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열린 ‘차 없는 잠수교 뚜벅뚜벅 축제’ 한강 무소음 DJ 파티를 찾은 시민들이 무선 헤드셋으로 음악을 들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23.09.24/뉴스1 ⓒ News1 임윤 기자

외국인 관광객도 많았다. 독일에서 온 이리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영상을 보고 한국에 가면 참가해야겠다 생각했었다"며 "가족들과 같이 왔는데 아이들도 재밌어한다"고 말했다.

멕시코에서 온 교환학생 안드레스는 "무슨 음악인지 다 알지 못하지만 한강 날씨도 좋고 야경도 완벽하다"며 "한국 와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고 간다"고 즐거워했다.

최신 아이돌 노래부터 추억의 노래까지 헤드셋을 통해 흘러나오는 음악은 다양했다. 최신 음악에 사람들은 안무를 따라 했고 추억의 노래가 나오면 춤추다 말고 노래를 열창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주변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여물어 가는 일요일 밤을 만끽했다.

파티는 한강에 산책 혹은 운동을 나온 다른 시민들의 이목을 끌었다. 자전거를 타던 한 시민은 "저 헤드셋은 어디서 빌려요?"라고 묻기도 했다. 헤드셋을 끼지 않은 사람도 같이 뛰어놀다 가기도 했다.

주최 측은 이날 헤드셋 650대를 준비했지만 시민들은 수량이 부족해 대기해야 했다. 많은 인원이 몰렸지만 곳곳에 배치된 스태프들이 틈틈이 안전 관리를 하고 있었다.

도심 속 무소음 파티를 기획한 '사일런트 디스코 코리아'의 김철환 대표는 "소음 민원에서 벗어나서 다양한 장소에서 파티를 기획하고 싶었다"며 "외국인 관광객이 참여하는 이머시브(immersive) 형태의 이벤트를 고민하다가 시작했는데 다 같이 즐기는 이벤트로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지난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월드 DJ 페스티벌'의 감독으로 일해 왔다. 김 대표는 "한날한시에 수만명의 관객과 함께 진행되는 에너지 집약적인 페스티벌을 하며 부담감을 느꼈다"며 "작게, 자주, 소규모로 진행하고 취소가 되더라도 회복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하고자 사일런트 디스코를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김 대표는 향후 계획에 대해 "6~7번째 한강 무소음 DJ파티를 진행했는데 많은 사람이 좋아해 주시고 유산소 운동하듯 즐기는 것을 보니까 너무 기쁘다"며 "지속해서 개최할 방법을 고민 중이다"고 덧붙였다.

주말인 10일 저녁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열린 ‘차 없는 잠수교 뚜벅뚜벅 축제’ 한강 무소음 DJ 파티를 찾은 호주 관광객이 무선 헤드셋으로 음악을 들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23.09.10/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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