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째 행방 묘연' 김봉현, 수사 장기화 우려…과거 조희팔·정명석은 해외 도피 성공

김봉현 '치밀한 준비' 정황, 2019년에도 5개월 국내서 도피 생활
아동성추행범 김근식 4개월간 도주…JMS 정명석 7년 해외 도피

1조6000억원대의 환매 사태를 부른 헤지펀드 운용사인 라임자산운용의 '전주'로 알려진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11일 전자발찌를 끊고 도망갔다. (뉴스1 DB) 2022.11.11/뉴스1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핵심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도주한 지 닷새째로 접어들면서 사건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도피를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한 정황이 나오고 있는데다 김 전 회장은 과거에도 5개월가량 도피한 경험이 있다. 김 전 회장이 이미 다른 국가로 밀항했을 것이라는 관측까지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도주 당일 김 전 회장을 공개 수배하고 해양경찰청이 전국 항포구의 선박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경찰 역시 김 전 회장을 공용물건손상혐의로 수사에 착수했다.

김 전 회장의 도피 행각으로 과거 탈주범들의 해외 도피 사례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 "5개월 도피해본 김봉현, 과거와 연결고리 찾아야"…"국내 있을 가능성도"

15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전문가들은 과거 경험이 축적될수록 검거가 어려워진다는 점에 우려를 나타냈다. 김 전 회장은 지난 2019년 12월부터 5개월 동안 도피 생활을 하다 이듬해 4월 서울 성북구의 한 주택가에서 체포됐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이번 수사의 장기화 여부는 결국 과거 유사 경험 축적 여부와 관련이 있다"며 "김 전 회장의 연락 네트워크가 석방 이후 어떻게 이뤄졌는지 분석해서 이번 도주와 연결고리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국내에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면 안 되고 만약에 해외로 나갔다면 장기화할 가능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대 교수는 "이렇게 구속영장 시기를 놓친 경우 범인은 필사적으로 도주를 많이 한다"며 "사전에 준비를 많이 해서 도주를 했기 때문에 검거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선 과거 탈주범 사례들의 공통점으로는 금전 준비, 조력자와 타인의 명의 등 신분 사용을 뽑았다.

이 교수는 "도주범과 관련된 지인이나 탈주한 나라에서 돕고 있는 조력자를 철저히 추적해 나가야 한다"며 "아무리 늦어도 보름 안에는 잡아야 장기화하지 않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질문에는 "도주범과 연관된 지리감을 파악해 이동 경로를 추적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주변인들의 제보나 신고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교수는 "국제 수배 경보를 발령해 해외 공조 다 같이 해야 한다"며 "분명히 주변에 신분 세탁을 도와주는 사람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해외 코리안데스크라든지 협력을 통해 압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006년 미성년자 연쇄성폭행 혐의로 공개수배된 김근식2020.12.13/뉴스1 ⓒ News1 박아론 기자

◇아동성추행범 김근식 출소 16일만 범행 후 도주…필리핀·국내서 4개월간 도주극

최근 출소를 앞뒀다가 과거 범행 사실이 확인돼 다시 구속된 김근식 역시 해외 도피 전력을 갖고 있다. 16년 전 해외에서 4개월간 도주극을 펼쳐 세상을 시끄럽게 했다.

김근식은 2000년과 2006년 인천광역시 및 경기도 일대에서 미성년자 12명을 강제추행·성폭행한 아동 성범죄자다.

그는 미성년자 강간치상죄로 5년6개월 복역한 뒤 2006년 출소 16일만인 5월24일 다시 성폭행 저질렀고 경찰의 포위망 좁혀지자 도주를 감행했다.

김근식은 그해 8월18일 인천 덕적도에서 숨어지내다가 여동생의 여권을 이용해 필리핀으로 빠져나갔다. 하지만 필리핀에서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지 못해 9월9일 귀국 후 서울 여관방을 전전했다. 공개수배 후 다음날인 9월19일 자수했다. 재판부는 김근식에게 2006년 당시 미성년자 성추행 법정 최고형인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정명석 CGM 총재 (사진=기독교 복음 선교회 홈페이지) ⓒ News1

◇대만·홍콩·중국서 7년 전전 정명석…중국 공안에 체포돼 10년형

7년 넘게 장기간 도주 행각을 이어간 경우도 있다. 2000년대 초 성범죄 사건으로 한국 사회를 시끄럽게 한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정명석 총재가 바로 이 경우다.

그는 1999년부터 다수의 성폭행 혐의로 수사기관의 내사를 받던 중 대만으로 도주한 뒤 홍콩과 중국을 전전하며 도피 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다가 2003년 한국 검찰의 요청으로 인터폴 적색 수배 대상에 올라 홍콩에서 중국으로 도피했고, 2007년 5월 중국 공안에 체포돼 이듬해 2월 한국으로 강제 소환됐다.

2009년 대법원은 정씨가 해외 도피 중일 때 피해자 4명에게 가했던 중강간·강제추행·준강제추행·강간치상죄 혐의를 인정해 징역 10년을 선고했고, 2018년 2월 출소했다.

(사진=KBS 뉴스 갈무리). ⓒ News1

◇5조원 사기 조희팔 중국으로 도주해 조선족 신분 은신…현지서 사망

김 전 회장의 유력한 밀항 행선지인 중국으로 도주한 사례도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 8월까지 해외로 도주한 해외도피사범 3781명 중 1271명(33.6%)은 중국을 택했다.

유사수신 사기 사건 주범인 조희팔 역시 2008년 수배 직후 중국으로 도피했다. 조희팔은 5년간(2004∼2008년) 전국 10여 개 다단계 판매(피라미드) 업체를 차리고 의료기기 대여업으로 30∼40%의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속여 투자자 7만여명에게 5조원을 가로채 공분을 샀다.

조씨는 사기 행각이 드러나자 검찰이 기소하기 직전인 2008년 말 중국으로 밀항해 가명을 사용하고 조선족으로 신분을 위조해 은신했다.

그는 주변 지인들의 도움으로 숨겨놓은 재산을 송금받아 도피 생활을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012년 5월21일 현지 공안이 발급한 사망확인서와 유족이 찍은 장례식 동영상을 근거로 조씨의 사망 소식을 알렸다.

youm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