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 CCTV 복구 '법최면'…정민씨 실종 미스터리 풀릴까

최면 유도 뇌 저장 기억 왜곡되거나 사라진 부분 찾아내
1999년 첫 도입…이춘재 사건 등 결정적 단서 제공하기도

故 손정민씨가 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지 한 달째 되는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 마련된 추모공간 너머로 수색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2021.5.25/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한강에서 실종됐다 숨진 고 손정민씨와 당일 함께 있었던 친구 A씨와 목격자들, A씨의 휴대전화를 습득한 환경미화원 B씨를 상대로 법최면 수사를 벌이면서 최면 수사기법에 관심이 모인다.

1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은 이날까지 손씨 실종 사망 사건과 관련해 총 5차례 법최면 조사를 실시했다. 전날은 환경미화원 B씨에 대해 법최면 조사를 했다. 시간이 2주가량 흘러 취득 시점과 경위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B씨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서다.

친구 A씨에 대해서도 4월27일과 29일 2차례 걸쳐 법최면 조사를 벌였다. 사고 당일인 지난달 25일 한강에서 손씨와 A씨를 목격한 2명에 대해서도 각각 1차례씩 최면 조사를 했다.

법최면은 사건 피해자나 목격자를 최면 상태로 유도해 뇌에 저장된 기억을 되살려 왜곡되거나 사라진 부분을 찾아내는 수사 기법이다. 폐쇄회로(CC)TV 영상이나 자백 등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사건에서 참고인들의 기억을 복원하기 위해 주로 사용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최면 수사에 대해 "무의식 상태에서 기억을 되살려 사건의 단서를 찾아내는 것"이라며 사건의 단서가 없을 때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기억을 끌어내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뺑소니 사고가 난 후 차량 번호나 용의자의 인상착의나 얼굴 생김새 등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 수사 대상을 좁혀나가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미국과 영국 등에선 1970년대부터 법최면을 공식 수사기법으로 채택해 수사에 활용해왔다. 국내에서는 1978년 일어난 초등학생 납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1999년 처음으로 최면수사가 도입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도 법최면 전문가 2명이 재직하고 있다.

다만 법최면 수사에서 확보된 진술은 법적 증거 능력이 없는 데다, 최면상태에서 기억해낸 사실이 진실인지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한계점도 있다.

그러나 경찰이 과거 다양한 사건에서 최면수사를 실시해 실마리를 찾아낸 사례가 있다. 이춘재가 대표적이다. 2019년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재수사하던 경찰은 7차 범행 이후 용의자를 본 것으로 알려진 버스 안내양 C씨에게 법최면 수사를 실시했다.

C씨는 법최면 수사에서 용의자 모습과 당시 상황에 대해 31년 전 경찰조사와 유사한 진술을 했다. 2008년 전주의 한 가정집에 침입해 아이들을 장롱에 가두고 물건을 훔친 뒤 집에 불을 지르고 달아난 사건에서도 목격자가 길거리에서 잠시 마주친 범인의 인상착의와 옷, 신발, 허리띠를 정확히 기억해내 범인 검거에 결정적 단서를 제공한 바 있다.

이에 이번 사건에서도 법최면이 손씨와 친구 A씨의 마지막 행적을 규명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건 성격을 파악할 수 있는 단서가 없는 상황"이라며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자는 차원에서 법최면 수사를 활용하는 것이지, 결정적인 단서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