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비 내준다"며 리스 외제차 가로채 대포차로 팔아넘긴 일당
번호판·자동차등록증 위조 뒤 국내외로 유통
피해자, 처벌 우려로 신고 못해…신용불량자 전락
-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대여료를 내고 고급 외제 리스차량을 빌리겠다고 이용자들을 속인 뒤 사채업자에게 대포차로 팔아넘긴 일당이 무더기로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사기와 장물취득, 횡령, 자동차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중고차 매매업체 대표 오모씨(42) 등 13명을 구속하고 리스 명의를 빌려준 조모씨(36) 등 9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오씨와 자동차등록증·번호판 위조책 권모씨(35), 사채업자 박모씨(38), 외제차 딜러 윤모씨(32) 등은 대포차를 거래하며 서로 알게 된 사이로, 리스차와 개인 렌트차량을 대포차로 팔아넘겨 돈을 벌기로 공모한 뒤 범행을 저질렀다.
이들은 주로 고액의 리스 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외제차 이용자나, 렌트카 번호판을 달지 않은 자가용 자동차를 빌려주는 개인 렌트업자를 노렸다. 고액의 대여료나 사례비를 주겠다고 속여 차를 넘겨받은 뒤, 자동차등록증과 번호판을 위조해 중고차 매매업체나 담보업자, 사채업자 등에게 차례로 팔아넘긴 것이다.
2017년 4월에는 시가 3억원 상당의 재규어 차량을 리스해 이용하던 여모씨(33)에게 "15일간 차량을 사용한 뒤 대여료로 350만원을 주겠다"고 속여 차를 인도받은 뒤 사채업자에게 3000만원을 받고 대포차로 팔았다.
같은해 10월에는 급전이 필요했던 김모씨(45)에게 "렌트카 사업에 쓸 외제차를 리스로 출고해주면 리스료를 대신 내 주고 매달 사례로 100만원씩을 더 주겠다"고 속여 8500만원 상당의 벤츠 차량을 출고받아 대포차로 유통시겼다.
이같은 과정에서 위조업자 권씨 등은 대포차를 정상 차량으로 위장해 비싸게 팔기 위해 자동차등록증과 번호판을 위조했다.
사채업자 박씨 등은 사들인 대포차에 부착된 GPS를 떼어내 위치추적을 할 수 없도록 한 뒤 경기도 남양주시와 전남 함평 등지에 위치한 나눠서 보관했다. 만일 차량이 발견되더라도 회수할 수 없도록 차량 핸들에는 이중 잠금장치를 달았다.
드물게 리스 이용자나 개인 렌트업자가 차량을 회수하러 오는 경우에는 담보 대출금의 2배를 줄 것을 요구하거나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난 후에는 사들인 대포차를 다시 국내외로 팔아넘기거나 개인 렌트하는가 하면, 법정이자를 초과한 고리의 이자를 받는 등 이중 삼중으로 돈을 벌어들였다.
이같은 수법으로 오씨 일당은 2015년 11월부터 지난 5월까지 람보르기니, 페라리, 맥라렌, 벤틀리, 롤스로이스, 벤츠, BMW 등 시가 130억원 상당의 고가 외제차량 110여대를 대포차로 불법 유통해 약 40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벌어들였다.
이들에게 차량을 넘긴 리스 이용자들과 개인 렌트업자들은 자신들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피해를 입었어도 신고를 하지 못했다. 리스차량을 매도·양도·담보하거나 유료로 자가용을 빌려주는 행위 모두 처벌 대상이기 때문이다. 차량도 돌려받지 못하고 리스료까지 체납한 리스 이용자들은 신용불량자 신세가 되기까지 했다.
경찰은 사채업자가 숨겨 뒀던 시가 17억원 상당의 차량 20대를 회수해 피해자들에게 돌려주는 한편, 시중에 유통 중인 것으로 파악되는 대포차 67대의 소재를 추적하고 있다.
한편 대포차를 범죄에 이용하려는 이들은 물론, 평범한 일반인을 대상으로도 대포차 시장이 넓게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저렴한 가격에 고급 외제차를 타고 과시하려는 20~30대 젊은층이 많다"며 "고급 외제차를 싸게 사서 비싸게 되팔고 시세차익을 얻으려는 직장인이나 자영업자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대포차는 운행자의 익명성이 보장돼 보험 미가입, 뺑소니 범죄, 통행료 미납, 세금 체납 등을 유발하고 강력범죄와 보험사기 등에 활용된다"며 "타인에게 차량 명의를 빌려주거나 자가용을 유상 제공하는 행위는 대포차 유통의 시발점이 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m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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