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범 송환해주세요"…필리핀 사탕수수밭 살인사건 유족 '눈물'

청와대 청원…"공권력 의지 알리는 본보기"
유족 "본질은 주범 송환…국내서 죗값 물게 해야"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필리핀에서 한국인 남녀 3명을 총기로 무차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한국인 박모씨에 대한 송환절차가 1년여 이상 미뤄지자 유족들이 조속한 송환을 촉구하고 나섰다.

유가족 지원을 진행 중인 한국피해자지원협회(KOVA)와 유족은 최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필리핀에서 발생한 사탕수수밭 살인사건의 주범(박모씨)의 송환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유족과 KOVA는 청원 글을 통해 "3명의 무고한 인명을 잔인하게 살해한 박씨는 자신이 저지른 범죄와는 전혀 동떨어진 생활을 하며 필리핀 이민청 보호소에 머물고 있다"며 "필리핀 현지 교민에 따르면 박씨는 범죄를 반성하고 뉘우치기는 커녕 모든 범죄를 부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족들의 비통한 심정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사회정의라는 상식적인 측면에서 박씨의 송환은 반드시 이뤄져야 할 일"이라며 "이는 유족을 위로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필리핀을 비롯한 해외 각국에서 벌어지는 한국인 대상 범죄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KOVA는 그러면서 "유족들은 사망한 피해자들이 이 사건 외 다른 범죄혐의에 연루됐다는 사실 때문에 송환 주장을 하지도 못한 채 지금까지 고통 받았다"며 "마치 이 범죄가 일종의 '권선징악'으로 피해자들은 죄의 대가를 받은 것일 뿐이라는 막말을 내뱉는 사람도 있었으나 박씨의 송환을 통해 이 모든 것을 바로잡고자 한다"고 밝혔다.

KOVA는 지난 2013년 12명, 2014년 10명, 2015년 11명, 2016년 9명으로 2013~2016년 사이 해외에서 피살된 대한민국 국민의 40% 정도가 필리핀에서 발생했다며 "최근 필리핀에서는 유독 한국인이 같은 한국인을 살해하는 일이 늘고 있는데 이는 필리핀이 한국인 범죄자들의 도피처, 은신처가 되어 간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이번 사건의 공범 김모씨가 대한민국 법원으로부터 30년형을 선고받았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주범 박씨가 필리핀 현지 법에 의해 15~20년 형을 선고 받는다면 형평성에 어긋나는 일 일뿐 아니라 유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잔인하고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른 박씨를 신속하게 송환해달라"며 "내외국을 가리지 않고 우리 국민이 해악을 입은 범죄에는 우리 공권력이 나서 직접 문제를 해결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국내외에 알리는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청원에 참여한 유족 A씨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사건 발생 직후에는 슬픔과 생계 유지의 문제가 컸기 때문에 송환 문제를 놓치고 말았다"며 "더불어 주범 송환 등 본질이 아니라 피해자 등이 다른 범죄에 연루됐다는 문제로 상처를 받을 것 같아 송환을 적극 요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문제의 본질은 주범 박씨를 송환해 국내에서 죗값을 물게 하는 것"이라며 "자국민이 피해를 본 사건으로 주범을 정당하게 국내로 송환해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6년 10월 필리핀 앙헬레스에 위치한 한 사탕수수밭에서 머리에 총상을 입은 한국인 남녀 시신 3구가 발견된 바 있다. 조사 결과, 숨진 이들은 서울 강남구에서 다단계 유사수신업체를 운영하다가 150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있었던 이들로 드러났다.

유력한 용의자로는 박모씨(40)와 김모씨(36)가 지목됐다. 경찰 수사를 피해 필리핀으로 도주한 피해자들은 박씨가 제공한 은신처에서 머물렀고, 이 과정에서 은신처 등을 제공받은 대가로 현지 카지노에 박씨와 공동 투자를 하기도 했다. 그러다 돈 문제로 다툼이 생겼고, 박씨는 돈을 독차지하겠다는 욕심에 피해자들을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 직후 귀국한 김씨를 체포한 경찰은 수차례에 걸친 조사 끝에 김씨로부터 자백을 받아냈다. 결국 김씨는 지난해 강도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서울중앙지법에서 징역 30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그러나 주범 박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체포된 후 외국인보호소에 수감됐다가 탈옥, 사건 발생 1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필리핀에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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