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이동상인', 떳떳하게 장사할 수 있을까?
관계자 "단속해도 그때 뿐 근절 어려워"vs"상인 "벌금내더라도 이익 커"
시민들 "그것도 용기, 노는것보다 낫다" vs "세금 안내는 엄연한 불법"
전문가들 "근절 안되면 보장" vs "이동권 침해·세금 등으로 단속 강화"
- 김일창 기자, 이주성 기자
(서울=뉴스1) 김일창 이주성 기자 = 여름에는 '부채', 겨울에는 '핫팩'을 파는 지하철 '이동상인'들. 지하철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상품 종류도 정말 다양하다.
이들의 영업행위는 엄연한 불법이지만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지속적으로 단속하는 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적발 시 부과되는 '벌금'보다 이익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물건을 쉽게 구입할 수 있다며 이들을 옹호하는 시민들도 있다.
전문가들조차 단속으로 사라지지 않는다면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과 시민들의 편안한 이동권 보장을 위해 단속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지하철 1호선 서울역에서 만난 정모(40)씨는 "엄연한 불법행위를 제대로 단속하지 못하는 것이 불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씨는 "지하철을 이용할 때마다 한 번쯤은 꼭 만나게 되는데 사라지지 않는 이유가 궁금하다"며 "당국의 단속 의지가 과연 있는건지 의심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에서 만난 김모(45)씨는 "교인이 타서 이상한 말을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낫다"면서도 "법으로 금지한 만큼 이들에 대한 단속도 더 철저하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중구 명동역 근처에서 만난 권모(25·여)씨는 "사람이 많은 지하철에서 물건을 팔며 이동할 때 가끔 부딪쳐 짜증난 적이 있다"며 "품질도 떨어지는 물건을 내다파는 그 사람들이나 사는 사람들이나 다 똑같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지하철 1~4호선에서 물건을 팔다가 단속된 건수는 총 1만4693건으로 하루 평균 40건이다.
서울메트로측은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철도보호 및 질서유지를 헤쳐서는 아니된다"는 철도안전법 제48조를 근거로 상인들을 단속하고 있지만 "완전한 근절은 어렵다"고 밝혔다.
서울메트로측은 상인들이 계속해서 물건을 팔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이 근절이 어려운 첫번째 이유라고 밝혔다.
지하철 1호선에서 만난 상인 김모(62)씨는 "물건을 팔아서 버는 돈이 단속에 걸려 내는 벌금보다 많으니 지하철에 오르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비록 지금은 불법이라고 해도 나는 정직하게 장사를 해 돈을 번다고 생각한다"며 "지금도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서는 게 익숙하지 않지만 밥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생계형' 장사마저 단속할 필요가 있느냐는 입장과 '괜찮은' 물건을 쉽게 살 수 있다는 장점을 들어 상인을 옹호하는 일부 시민도 있어 단속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
구로역에서 만난 대학생 최모(20)씨는 "그분들도 힘든 상황에서 일하고 있는 것 같다"며 "늘 있는 것도 아니고 잠시 물건을 파는 정도는 이해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하철에서 물건을 가끔 산다는 김모(65·여)씨도 "그렇게 생계를 이어나가는 것도 용기 있고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바쁜 출퇴근 시간에 나오는 것도 아니고 덜 붐비는 시간에만 나오는데 그것을 트집잡아 뭐라고 하면 지나친 것 같다"고 말했다.
지하철 상인에게 머리끈과 파스를 구입한 적이 있다는 안모(47·여)씨도 "편한 장소에서 괜찮은 품질의 물건을 살 수 있다면 이들의 행위를 꼭 나무라서는 안될 것 같다"며 "바쁜 출퇴근 시간만 아니라면 판매 행위를 보장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전문가들은 "단속으로 이들을 몰아낼 수 없다면 대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단속으로 사라지지 않는다면 이를 공론화에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취업도 복지혜택도 받기 힘든 상황에서 사람들이 살아보겠다고 장사하는 것을 불법이라는 이유로 계속 적발하는 것도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다만 안 사무처장은 "공론화는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며 "여기에서 출퇴근시간 등 붐비는 시간대는 금지하거나, 위험한 물건 판매는 차단하는 등의 의견을 수렴해 모두가 공감하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재화 변호사도 "법적인 잣대로만 이들을 단속하는 것보다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 대안을 마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지금 상인들을 단속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다"며 "도시 약자들이 생계를 위해 발 벗고 나선다면 어느 정도는 이를 인정해줘야 지난 수십년동안 풀지 못한 숙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서울메트로측은 법으로 금지한 행위인 만큼 단속을 계속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메트로의 한 관계자는 "지난 3년간 지하철보안관 정원을 늘리자 단속 건수도 많이 줄었다"며 "지속적인 계도와 단속 활동으로 상인이 많이 줄어든 것으로 해석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2013년 지하철 이동상인 단속건수는 총 2만1428건에서 2014년 1만5002건으로 약 1만여건이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지하철보안관은 2013년 80명에서 지난해 107명으로 27명 늘어났다. 올해는 약 30여명을 더 채용할 계획이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강기윤 의원은 "복잡한 전동차 안에서 물건을 팔기 위해 상인들이 이리저리 움직이면 승객들의 권리가 침해받을 수 있다"며 "무턱대고 이를 합법화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과거에 법이 만들어진 최초 이유가 있을텐데 동정심과 수익이 난다는 이유로 이들의 영업권을 보장해주는 것은 어렵다"며 "세금 문제와 불량품 판매, 사후 서비스 등 복합적인 문제가 얽혀 있다"고 설명했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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