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유통 전문의약품 1000여명에 투약한 '주사이모'

제약회사 직원이 허위 거래명세서로 빼돌려 의약품 투약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제공. ⓒ News1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불법유통된 전문의약품을 수천명에게 투약한 간호조무사 출신 여성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이 사용한 의약품은 제약회사 직원들이 허위 거래명세서를 이용해 회사에서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의약품을 불법유통하고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혐의(약사법 위반 등)로 간호조무사 출신 김모(56·여)씨와 제약회사 직원 박모(32)씨 등 모두 1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9일 밝혔다.

경찰은 소속 영업사원들에 대한 관리감독 등이 소홀했다고 판단된 제약회사 2곳을 형사입건했다. 또 이들로부터 전문의약품 70종 3000갑, 주사기 세트 20박스, 정맥주사 세트 7박스 등을 압수했다.

경찰에 따르면 간호조무사 출신 김씨, 서모(55·여)씨는 지난 2009년 초부터 올해 7월까지 강남구·동대문구 일대 유흥업소 종사자와 주부 등 1071명에게 회당 2~10만원을 받고 의약품을 투약해줘 총 2억7000여만원을 벌어들인 혐의를 받고 있다.

'주사이모'로 불린 이들을 통하면 병원에서 회당 6~7만원인 신데렐라주사를 2~3만원에 투약받을 수 있는 등 비급여 의약품들을 절반 정도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었다. 또 호출만 하면 개조 승합차를 타고와 의약품을 투약해줘 편리하기도 했다.

이들이 취급한 의약품은 신데렐라주사(피로해소 등), '백옥주사'(피부미백 등), '마늘주사'(비타민 보충), '감초주사'(간기능 개선), '태반주사'(간기능 개선)와 항생제, 진통제 등으로 다양했다.

전문의가 아닌 이들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부작용도 따랐다. 이모(36·여)씨는 100여차례에 걸쳐 주사를 맞은 후 약물중독 증상을 보여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주사를 맞은 사람 중에는 감기치료 목적으로 항생제 주사를 맞은 초등학생도 있었다.

이와 함께 박모(32)씨 등 11명은 제약회사나 의약품도매업체 종사자들로 지난해부터 올해 5월까지 자신들의 거래처인 병·의원 등에게 의약품을 파는 것처럼 허위 거래명세서를 만든 뒤 제약회사 34곳에 과다주문해 빼돌린 의약품을 김씨 등에게 공급한 혐의다.

하지만 퀵서비스 등을 이용한 복잡한 유통구조, 현금거래 등 때문에 중간 공급자를 추적하는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더구나 영업사원들은 단속에 대비해 거래명세서를 병·의원이나 의약품도매업체 명의로 요청하는 실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복지부는 내년부터 전문의약품 일련번호제도 도입으로 유통과정을 추적·관리할 예정이지만 병원·도매상 등과 결탁한 공급업자가 위의 수법으로 의약품을 빼돌리는 경우는 막을 수 없는 만큼 제도 시행 전 보완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의약품 중간 공급업자들과 결탁해 허위 거래명세서를 작성한 의약품도매업체 등에 대한 수사를 계속할 예정이다. 또 제약회사 영업사원이 이 같은 수법으로 한 병원에 의약품을 공급한 것으로 보고 병원에 대한 수사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pej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