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그 버스에서…" 20대 여경, 30대 만취男 제압

'무술 10단' 여의도지구대 '새내기' 민새롬 순경
주말 퇴근길 버스서 '주취난동자' 제압
"누군가에 도움…힘든 일에 보람, 경찰 꿈 이뤄"

민새롬 순경.(영등포경찰서 제공) © News1

(서울=뉴스1) 박현우 기자 = 주말이던 지난 22일 토요일 오후 5시쯤. 서울 영등포경찰서 여의도지구대 소속 민새롬 순경(26·여)은 경기 안산에서 무거운 몸과 발걸음으로 인천행 귀가 버스에 올랐다.

사건·사고가 많은 금요일 밤 9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이어진 야간근무로 몸은 천근만근이었다.

그날은 지구대에서 야간근무를 마친 뒤 개인적인 일로 안산에 갔다 귀가하던 길이었다.

민 순경은 토요일 오후 한산한 버스 안에서 음악을 들으며 주말의 여유로움을 즐기고 있었다.

20분쯤 지났을까. 버스 뒤에서 '펑'하는 소리가 났다. 민 순경은 재빠르게 상황을 살폈다.

30대로 보이는 만취남성이 달리고 있던 버스 안에서 뒷쪽 유리창을 발로 차며 깨는 소리였다.

이 남성은 "뭐 어쩌라고 X발" 등 욕설을 하며 승객들을 위협했다. 버스기사가 차를 세우고 제지하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민 순경은 침착하게 휴대폰으로 채증을 위한 현장사진을 찍은 뒤 남성에게 다가갔다.

합기도 4단, 유도·태권도·특공무술 2단 등 도합 '무술 10단'인 민 순경은 남성이 위협적인 행동을 하지 못하게 제지했다.

민 순경은 이어 관할 경찰서에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출동할 때까지 남성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앞쪽으로 피한 시민들의 경계에서 남성의 동태를 살폈다.

당시 주취자가 발로 차 깨진 버스 유리창.(영등포경찰서 제공) © News1

10여분쯤 주행 뒤 버스가 정차하려고 잠시 멈춘 사이 주취자 남성이 갑자기 버스에서 내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민 순경은 망설이지 않고 버스에서 내려 남자를 쫓았다.

버스기사와 함께 뒤쫓아 만취남성을 붙잡은 민 순경은 곧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남성을 인계했다.

민 순경은 25일 통화에서 "기사님한테 위협적인 행동을 하며 욕을 해 혹시 시민들이 다칠까 걱정됐다"며 "퇴근길이고 사복을 입고 있었지만 시민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누군가가 도움이 필요하거나 하기 어렵고 힘든 일을 하면 보람이 있을 것 같아서 경찰관이 됐다"는 민 순경은 중학교때부터 10년동안 경찰의 꿈을 꿔오다 지난해 1월 경찰복을 입었다.

hwp@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