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 추락 아파트 주민 "9·11 테러처럼 무너지나..."
삼성동 아이파크 "더 큰 참사 이어지지 않은 것이 천운"
"스치듯 아파트 외벽과 접촉사고 추락...폭발·붕괴 면해"
- 전성무 기자, 류보람 기자
(서울=뉴스1) 전성무 류보람 기자 = 16일 오전 LG전자 헬기 충돌사고가 발생한 서울 삼성동 현대아이파크 아파트 주민들은 "미국 9·11 테러가 재현되는 줄 알았다"며 "더 큰 참사로 이어지지 않은 것이 천운"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국토부와 경찰 등에 따르면 사고 헬기는 아파트에 정면 충돌하지는 않고 스치듯이 아파트 외벽과 접촉사고를 내면서 추락했다. 이 덕에 폭발이나 아파트 붕괴 등 초대형 참사는 면한 것으로 보인다.
헬기가 충동한 102동에 거주 중인 길민규(27)씨는 집에 있다가 "쿵" 하는 소리를 들었다면서 "마치 지진이 난 것 같은 소리였다"고 전했다.
맞은 편 101동에 거주하는 주민 김모씨(43·여)는 "아파트 한가운데 비행기가 와서 부딪히다니 뉴욕 9·11 테러처럼 건물 전체가 무너져 내릴 것 같아 두려움에 떨었다"며 "어떤 아이는 집에서 베란다를 통해 헬기 지나가는 것을 봤다고 하더라. 얼마나 놀랐겠냐"고 말했다.
같은 동 18층에 거주하는 박모씨(77·여)는 "천둥소리가 나서 뭔가 하고 내다봤다"며 "헬기에선 연기가 났고 파편을 날리면서 추락했다"고 말했다.
충돌 직전 헬기가 이미 파손돼 있었다는 아파트 주민의 주장도 나왔다. 맞은편 101동에 거주하는 이모씨(60·여)는 자신이 목격한 충돌 장면을 증언했다.
이씨는 "설거지하다가 창문을 통해 헬기가 떨어지는 것을 정확하게 목격했다"며 "저대로 가면 102동에 부딪치겠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24층 실외기실에 정확하게 처음 부딪쳤다"며 "위아래 층은 그 충격으로 유리가 깨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날개인지 꼬리인지 어떤 부분인지는 못 봤는데 이미 충돌 전에 파손돼 있었다"며 "충돌 당시 이미 파손된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당시 안개가 짙었다는 현장 주민등의 증언도 이어졌다.
인근 홍실아파트 4동 관리인 왕모씨(66)는 "아파트 건물 반이 안 보일 정도로 사고 당시 운무가 심했다"며 "큰 진동이 느껴졌고 연기가 모락모락 났다"고 말했다.
택시기사 최모씨(56) "새벽 5시부터 영업을 했는데 서울 외곽지역에서는 가시거리가 20~30m 밖에 안되는 것 같았다"며 "오늘 아침 안개가 심했다"고 말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아침에 짙은 안개 때문에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헬기 충돌로 주거지 일부가 파손된 아파트 주민 32명은 강남구청이 근처 호텔에 마련한 임시 숙소에서 당분간 지내게 된다.
서울 강남구청은 사고 피해주민을 위해 삼성동 인터콘티넨털호텔과 오크우드호텔에 각각 4개실씩 임시 거처를 마련해 총 8가구 32명이 임시로 지내게 조치를 취했다.
강남구청은 피해 가구 가운데 여행 중이라 서울에 없는 가족도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임시 거처에서 지내길 원하는 피해 주민들에 한해서 호텔에 머무르게 한다는 방침이다. 현재는 한 세대가 오크우드호텔로 주거를 옮겼다.
피해 주민 32명 중에는 가슴 두근거림 증상을 호소해 강남구청의 연결로 인근 한방병원에 입원 중인 여성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 주민들은 아파트 내부에서 이뤄질 조사와 복구 작업 등을 마친 뒤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조사와 복구 작업은 적어도 일주일 정도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날 오전 8시54분께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 102동 23~24층에 LG전자 민간헬기가 충돌해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해 기장 박인규씨(57)와 부기장 고종진씨(36) 등 2명이 숨졌다.
lenn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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