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열규 교수, 인생과 사랑 즐기신 분"

'한국학 거장' 김 교수 빈소 제자들 발길 이어져

한국학의 거장이라 불린 김열규 서강대 명예교수의 빈소가 23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류보람 기자 = 한국학의 대가로 꼽히는 고(故) 김열규 서강대 명예교수의 빈소를 찾은 대학시절 제자들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모여 고인에 대한 추억을 늘어놓았다.

김 교수의 빈소에는 출판사, 학회 등에서 보내 온 화환들이 가득했고 고인을 추억하는 옛 제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고인의 제자들은 학문적으로 엄격하면서도 예술 분야에 조예가 깊었던 김 교수에 대해 "인생과 사랑을 즐기신 분"이라고 말했다.

빈소를 찾은 한 제자는 김 교수에 대해 "유머가 많고 인간적으로는 너그러우셨으나 학문적으로는 아주 엄격하셨던 분"이라고 회고했다.

그는 "김 교수님 강의시간에 발표를 하다 울며 강단에서 내려간 학생들도 꽤 있었다"며 "준비가 미흡한 부분이나 학생들이 놓친 시각 등을 늘 잘 지적해 주셨다"고 말했다.

고인의 빈소를 찾은 제자들은 모두 하나같이 고인의 여유있고 너그러운 면모를 기억하고 있었다.

서강대 교수로 재직 중인 한 제자는 김 교수에 대해 "인문학의 각 분야는 물론이고 여러 예술 분야에도 조예가 깊었다"면서 "라디오 방송에서 클래식 음악 프로그램의 DJ로 활동한 적도 있을 정도"라고 밝혔다.

또 "제자들에게는 학문적인 것 이외에도 인생의 많은 부분을 보여주셨다"며 "세배나 제사 때 댁을 방문하면 좋은 오디오에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주시고 커피도 직접 만들어 주시곤 했다"고 말했다.

제자들은 "당시 우리에게 교수님이 들려주신 음악들이 귀에 설게 느껴졌지만 지속적으로 인생의 새로운 즐거움을 제자들에게 보여주는 일을 멈추지 않으셨다"고 말했다.

한편 고인은 혈액암으로 치료를 받다 지난 22일 오전 10시께 자택에서 향년 81세로 별세했다.

1932년 경남 고성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국문학과 민속학을 전공했다.

31세 때 김정반이란 필명으로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평론 '현대시의 언어적 미망'이 당선된 바 있다.

이후 충남대·서강대 국문학 교수, 하버드 옌칭연구소 객원교수 등을 거쳐 최근까지 서강대 명예교수로 재직했다.

저서로는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한국인의 자서전', '한국민속과 문학연구', 한국문학사', '삼국유사와 한국문학' 등이 있다.

빈소는 23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5호실에 마련됐고 발인미사는 25일 오전 9시 서강대 성당에서 거행될 예정이다.

유족으로는 부인 정상욱 여사(수필가)와 아들 진엽(서울대 미학과 교수)·진황(현대고 교사)씨, 딸 소영씨(한국종합예술학교 교수) 등이 있다.

pade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