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스님 친필 유시 18년만에 돌아왔다
"부처님 가르침대로 모든 생명 이롭게"
諭示 빼돌려 사고판 사진작가 등 입건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는 법어로 유명한 고 성철스님의 친필 유시(諭示)가 18년 만에 회수됐다.
석가탄신일을 보름 앞둔 때 조계종의 정신적 지도자인 성철스님의 유시가 돌아와 의미가 크다.
유시는 불교 조계종 종정의 가르침을 알리는 문서로 성철스님은 1981년 6대 종정에 취임하면서 불교신자들에게 종단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가르침을 내리기 위해 유시를 작성했다.
이 유시에는 '持戒淸淨(지계청정) 和合愛敬(화합애경) 利益衆生(이익중생)'이라고 적혀 있다. '계율을 지키되 맑고 깨끗하며, 서로 화목하게 어울리고 공경하고 사랑하며, 부처님 가르침대로 모든 생명을 이롭게 하라'는 뜻이다.
그러나 조계종의 기록유산으로까지 평가받던 이 유시는 1995년 1월 갑자기 사라졌다.
서울 종로구 교북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보조 사진작가로 일하던 이모씨(57)가 성철스님의 유품을 촬영하던 중 유시를 빼돌린 것이다.
이후 이씨는 지난해 1월20일 종로구 관훈동에서 미술품 경매회사를 운영하던 공모씨(65)에게 유시를 1000만원에 팔아 넘겼고 공씨는 두 달 뒤 자신이 운영하는 경매사이트에 유시를 출시했다.
당시 경찰은 시중에 성철스님의 유시가 유통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해 최근 이씨와 공씨를 검거했다.
이씨는 경찰조사에서 "사진 촬영을 마쳤는데 성철스님이 유시를 스튜디오에 놓고 갔다"며 "유시를 갖고 있으면 나중에 돈이 될 것 같아 돌려주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23년간 성철스님을 모신 원택스님은 "성철스님의 책자 발행을 위해 이씨가 근무하던 스튜디오에 사리와 유시 등 유품 26점에 대한 사진 촬영을 의뢰했다"며 "이후 유품을 모두 돌려받았다고 생각했는데 18년 만에 유시를 되찾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성철스님의 유품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잘못을 통감하고 불교계에 참회하는 마음 뿐이다"며 "앞으로 유시의 소유권을 넘겨 받아 성철스님 선양사업을 이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상영 중앙승가대학교 교수는 "문화재라는 것은 금전적으로 평가할 수 없는 무한의 가치를 갖고 있는데 우리사회는 이러한 인식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났다"며 "앞으로 근현대 인물들의 유품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문화재 관리의 중요성을 깨닫기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성철스님의 유시를 훔쳐 유통한 혐의(절도)로 이씨를, 유시가 훔친 것임을 알면서도 구매한 혐의(장물취득)로 공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절도 혐의 공소시효가 지난 이씨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이 내려지지 않지만 이 사건은 검찰에 송치돼 공씨에 대한 처벌과 유시의 소유권이 결정될 예정이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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