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매출' 압박에 내몰리는 백화점 직원들
친지·업체 카드 빌려 긁기도…메꾸지 못하면 빚더미
롯데백화점 매장 직원 잇단 자살, 매출 스트레스?
"대부분 백화점 매장 직원들은 '가매출'에 대한 부담을 갖고 있다. 많은 직원들이 이로 인해 우울증까지 겪고 있는 게 현실이다."
최근 한 대형백화점 매장 직원들의 잇따른 투신자살에 매출 스트레스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백화점 매장 직원들은 매출압박 부담의 주요 요인으로 '가매출'을 지목하고 있다.
서울시내 한 백화점 관계자 김모씨(28)는 "백화점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가매출이 존재하고 있다"며 "가매출에 들어가는 돈은 매장 내에서 알아서 하라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가매출은 상품거래없이 전산상으로만 매출을 일으켜 매출에 따른 수수료의 일정 부분을 백화점 등 대형유통업체가 가져가는 불공정 거래행위를 말한다.
다른 백화점이나 같은 백화점 내 다른 매장과 경쟁 탓에 매출목표를 높게 잡다보니 매장은 목표에 미달된 금액을 자의반 타의반 가매출로 채워넣게 된다.
백화점 입점업체들은 판매수익 중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백화점에 내게 되는데 백화점의 판매실적 압박을 외면할 수 없어 가매출 형식으로 실적을 부풀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매출이 부진하면 백화점 리모델링 과정에서 입점 매장 위치를 구석으로 옮길 것을 요구할 정도로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매니저로 불리는 매장 직원은 가족, 친지 등 신용카드를 이용해 거짓매출을 만들고 그 금액만큼을 다음달 매출에서 반품처리하거나 빚을 지면서 이 돈을 다시 메꾸게 된다.
문제는 다음달 매출을 확신할 수 없어 당장 이번달 매출을 억지로 만들어냈다 하더라도 다음달에 매출이 없다면 악순환을 되풀이할 수 밖에 없다는 데 있다.
일부 매니저들은 가매출 때문에 대출을 받기도 하면서 빚더미에 오르는 경우도 있다.
지난 22일 롯데백화점 청량리점에서 투신해 숨진 A씨(47·여)의 딸이라고 밝힌 B씨(22)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희 엄마가 일하던 백화점에서 심한 스트레스를 줬다고 한다"면서 "매출압박부터 가매출을 하라고까지 했다"는 글을 올렸다.
앞서 지난 1월에는 이 백화점의 구리점에서도 매출 압박을 받은 협력업체 직원이 투신자살하는 사건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매장 매니저들은 백화점에서 일하고 있지만 백화점 직원은 아니다. 입점업체가 고용한 직원들로 백화점으로부터 매출압박을 받을 이유는 없다.
하지만 입점업체와 관계에서 갑의 위치인 백화점이 매니저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어 이들은 사실상 백화점 관리직원들의 매출 압박에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백화점 입점업체 관계자는 "월급은 입점업체에서 나가지만 백화점이 '저 매니저(매장직원)를 해고하라'고 하는 식으로 직원을 협박도 많이 한다"면서 "매니저는 백화점에 잘못 보이면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백화점들은 매출목표 달성 요구에 대한 사실을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도 파트너 차원에서 제시하는 공동목표치일 뿐이라고 매출 압박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원래 백화점뿐 아니라 어떤 영업파트에서든 입점업체와 목표를 공유하고 달성하려는 분위기가 있다"며 "정도는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파악한 바로는 죽음까지 이를 정도는 아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가매출이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방송을 통해 안 내용이라 공식적으로는 그렇게 확인된 바가 없다"면서도 "백화점에서 지침으로 내린 것은 없다"고 확답을 피했다.
사실 매출 압박에 따른 가매출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앞서 2011년 가매출 행위를 규제하겠다고 나섰지만 최근까지도 암암리에 이어져 왔다는 사실을 이번 사건이 잘 반증하고 있다.
관련업계에서도 가매출에 관한 제보가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유통산업의 '울트라 갑' 역할을 하는 백화점의 횡포를 규제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게 유통업계를 바라보는 시민사회의 목소리다.
김한기 경실련 경제정책팀장은 "가매출은 백화점과 매장의 계약관계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거래를 강요하는 행태"라며 "이번 롯데백화점 여직원 자살사건으로 불거진 사안이라 사후약방문 식이긴 하지만 공정위가 책임있는 자세로 실태를 파악하고 처벌방안을 마련해 근절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m3346@news1.kr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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