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멸치 재벌집 아들' 100억 사기…기혼 여성들 "돈보다 관계 영상 두렵다"
- 김학진 기자

(서울=뉴스1) 김학진 기자 = 골프장에서 수억원대 자산가이자 '멸치 재벌집 막내아들' 행세를 하며 신뢰를 쌓은 뒤 주변 사람들에게 거액의 투자금을 받아 가로챘다는 사기 의혹이 제기됐다. 피해자들은 전체 피해 규모가 최소 1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4일 방송된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남성 A 씨는 자신을 "여수에서 대규모 멸치 선단과 공장을 운영하는 집안의 막내아들이다. 여수에서 나를 모르면 간첩"이라고 말할 정도로 집안의 재력을 과시하며 골프장에서 사람들과 친분을 쌓았다.
평소의 고가의 명품 시계와 두꺼운 금팔찌를 착용하고 다녔으며 대통령 기념시계와 명품 가방, 전복 등을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현금다발이 수북이 쌓여 있는 영상을 보여주며 큰돈을 움직이는 사업가라는 점을 강조하며 사람들에게 접근했다.
특히 A 씨는 상당한 골프 실력으로 주변의 신뢰를 얻었다. 거의 매일 골프를 치며 지역 유지들과 친분을 쌓았고 강원도 지역 아마추어 골프대회에서 우승해 지역 신문에 소개되기도 했다. 우승 상금까지 기부하면서 주변에서는 그를 "진국 동생"으로 불리기도 했다.
한 피해자는 "처음 2년 정도는 동네 어르신들이나 지역 유지들과 골프를 치면서 관계를 좋게 만들어 놨다"며 "그분들이 밑에 있는 사람들에게 A 씨를 소개해 줬다"고 말했다.
이어 "멸치잡이 배가 두 척이나 있고 멸치 공장도 있다고 해 믿었다"며 자신은 약 2억 8000만 원의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피해자 중엔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집을 담보로 대출받았다가 우울증으로 인해 외부 활동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A 씨는 자신이 쌓은 인맥을 바탕으로 '멸치를 팔면 수익이 많이 난다'고 사업 투자를 권유했고, 초기에는 약속한 수익금을 꼬박꼬박 지급해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수익금 지급이 끊기기 시작했고 A 씨는 "금액이 커서 돈이 나오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를 댄 것으로 전해졌다.
사기를 의심한 피해자들은 직접 A 씨를 찾아 나섰고 밤샘 잠복 끝에 그를 붙잡았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들은 A 씨가 사용하던 이름부터 거짓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자신을 박 씨라고 소개했지만 실제 성은 양 씨였고 고향 역시 여수가 아닌 충남 천안이었다.
당시 피해자들이 A 씨를 사무실로 데려가 신분증 등을 확인하던 중 A 씨는 갑자기 경찰에 직접 전화를 걸어 "기소중지자인데 자수하려고 한다"고 스스로 신고를 했다.
이후 경찰이 출동해 A 씨를 데려갔지만 이후 석방된 그는 짐을 챙겨 자취를 감춰버렸다. A 씨의 구체적인 석방 경위는 확인되지 않았다.
피해자들은 A 씨가 강원도에 나타나기 전 여수에서도 비슷한 수법으로 여성들에게 접근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골프를 배우는 기혼 여성들과 가까워진 뒤 관계를 맺고 돈을 요구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여성 중 상당수가 기혼자여서 피해 사실을 외부에 알리는 것조차 꺼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어렵게 제작진과 연락이 닿은 한 여성은 "돈보다 그 남자의 휴대전화에 영상이 있을까 봐 두렵다"고 호소했다.
현재 일부 피해자들은 A 씨를 경찰에 고소한 상태이며 피해자들이 여러 지역에 흩어져 있어 사건은 향후 한 경찰서로 병합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khj80@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