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평 넓혀도 월세 몇십만원 비싸져"…원룸 밖 창고 찾는 2030

대학가·원룸촌 소형 창고 '매진'…빈자리 알림 받고 선착순 계약
월세·관리비 평균 70만9000원…외부 수납공간 수요는 ↑

1일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한 셀프스토리지 지점에 소형 창고들이 설치돼 있다. 2026.10.1 ⓒ뉴스1 윤지오 기자

(서울=뉴스1) 윤지오 권준언 기자 = 서울의 7평짜리 원룸 오피스텔에 사는 직장인 임 모 씨(27·여)는 최근 집 근처 창고를 알아보다 빈자리가 없어 발걸음을 돌렸다. 계절 옷과 이불 등을 맡기려 찾은 셀프스토리지(개인 물품을 보관할 공간을 빌려주는 서비스) 업체 두 곳 모두 소형 창고가 꽉 차 있었기 때문이다.

임 씨는 자취한 지 5년이 넘으면서 짐이 늘어 생활공간까지 물건을 놓게 됐다고 했다. 그는 "무리해서 집을 옮기기보단 한 달 5만 원 정도로 외부에 공간을 빌리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좁은 원룸과 오피스텔에 사는 20·30대가 집을 넓히는 대신 외부 창고를 수납공간으로 이용하고 있다. 더 넓은 집으로 옮길 때 드는 보증금과 월세가 부담스러워 당장 쓰지 않는 물건을 창고에 맡기는 것이다. 대학가와 원룸촌 일부 지점에서는 소형 창고도 빈자리가 나기를 기다려야 했다.

빈자리 나면 선착순 계약…생활짐으로 꽉 찬 대학가 창고

지난 1일 신촌·대학로·노량진·신도림 등 대학가와 원룸 밀집 지역의 주요 셀프스토리지 지점을 확인한 결과 소형 창고 상당수가 이미 계약돼 있었다. 빈자리가 없는 일부 지점에서는 기존 이용자의 계약이 끝난 뒤 알림을 받고 선착순으로 신청해야 했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24시간 무인 셀프스토리지 지점에서도 소형 창고 약 30개가 모두 사용 중이었다. 운영자 배 모 씨(41·남)는 "가로·세로·깊이가 각각 1m가량인 S사이즈는 항상 다 차 있고 M사이즈도 거의 다 나간다"며 "지금 같은 상황일 줄 알았으면 대형 공간보다 소형 공간을 더 많이 넣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형 창고 이용자는 주로 청년과 1인 가구였다. 셀프스토리지 업체 '아이엠박스' 전체 이용자 중 20·30대는 68.3%였고 주거 형태별로는 1인 가구 비중이 가장 높았다. '미니창고 다락'이 전국 220개 지점 이용객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30대 1인 가구가 약 40%를 차지했다.

보관하는 물건도 이삿짐이나 캠핑 장비 등 특정 목적의 짐에서 계절 옷과 이불, 캐리어 등 일상적인 생활짐으로 넓어지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아이엠박스 관계자는 "초기에는 보관 목적이 뚜렷한 이용이 많았다"며 "최근에는 자주 사용하지는 않지만 버릴 수 없는 생활 짐을 맡기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1일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한 셀프스토리지 지점 입구에 이용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6.10.1 ⓒ뉴스1 윤지오 기자
"한두 평 넓혀도 월세 훌쩍"…이사 대신 창고 택한 청년들

소형 창고 이용료는 월 5만 원 안팎부터 시작해 크기와 지역에 따라 월 10만 원 이상으로 올라간다. 청년들은 별도 이용료를 내더라도 더 넓은 집으로 옮기는 것보다 부담이 작다고 했다.

5평짜리 원룸에 살 당시 약 6개월간 외부 창고를 이용했던 직장인 김 모 씨(30대·남)는 계절 용품과 이불, 캐리어 등을 외부 창고에 보관했다.

김 씨는 "예전에는 고시원에서 원룸, 투룸으로 점점 넓혀가는 게 보통이었다면 지금은 그렇게 가기가 힘들다고 느꼈다"며 "한두 평 넓은 집을 알아보니 월세가 몇십만 원씩 늘고 보증금도 더 필요해 오히려 창고를 빌려 쾌적하게 사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울의 5평짜리 원룸에 사는 대학생 최 모 씨(24·여)도 이사 과정에서 맡긴 짐을 6개월째 외부 창고에 보관하고 있다.

최 씨는 "지금도 월세 부담이 커 취직 후 몇 년 정도는 원룸에 계속 살 생각"이라며 "계절 옷이나 애매하게 자리를 차지하던 짐을 창고에 두니 집이 훨씬 쾌적해졌다"고 말했다.

서울의 1인 가구는 2024년 166만 1000가구로 전체 일반 가구의 39.9%를 차지했다. 2015년보다 48.9% 늘어난 규모다. 서울 청년 1인 가구의 81.2%는 40㎡ 이하 소형 주택에 거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대학가 월세 부담은 평균 70만 원을 넘어섰다. 다방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주요 대학 10곳 인근 원룸의 월세와 관리비 합계는 보증금 1000만 원 기준 평균 70만9000원을 기록했다. 시민단체 민달팽이유니온이 지난해 월세 계약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주요 대학가의 3.3㎡(한 평)당 임대료는 10만 9000원으로 나타났다.

bany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