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시간 내내 태움" "차에 치이고 싶었다"…전현직 간호사들 피해 폭로
- 신초롱 기자

(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전·현직 간호사들이 병원 내 괴롭힘 문화인 이른바 '태움'을 직접 겪었던 경험을 털어놓으며 열악한 인력과 업무 환경이 문제를 반복시키는 구조를 지적했다.
17일 'BBC News 코리아' 유튜브 채널은 최근 간호사들의 태움 경험과 조직문화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 출연한 간호사들은 태움이 개인 간 갈등을 넘어 오랜 기간 반복돼 온 조직문화라고 입을 모았다.
전직 대학병원 간호사 신혜주 씨는 태움을 견디다 결국 퇴사했다고 밝혔다. 11시간 내내 태움을 당한 적도 있었다고 말한 그는 괴롭힘이 심한 선배에게 지적을 받던 중 갑자기 귀에서 '삐' 하는 소리가 나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고 했다. 스트레스로 인한 난청 증상이었고, 결국 병원을 그만두게 됐다고 설명했다.
10년 차 대학병원 현직 간호사 이소현 씨는 신규 시절 자신을 힘들게 했던 선배들과 함께 야간근무를 하며 장시간 태움을 당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퇴사를 고민하며 관리자에게 여러 차례 면담을 요청했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후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으며 "못 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9년 차 현직 정신병원 간호사 김주희 씨는 "저는 씨X 소리 들어봤다. 신규 간호사 때 중환자실에서 근무했었는데 아침에 눈 뜰 때마다 '아, 차에 치이고 싶다. 차라리 안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털어놨다.
태움은 신규 간호사에게만 국한되지 않았다. 이소현 씨는 10년 차가 된 뒤에도 고연차 간호사로부터 "밑에 애들 관리 안 하고 뭐 하냐"는 식의 압박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른바 '내리갈굼'이 이어지면서 중간 연차 간호사 역시 태움의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되는 구조가 생긴다는 것이다.
군대식 조직문화도 문제로 꼽혔다. 김주희 씨는 "연차가 좀 있고 나이가 많아도 새로운 직장에 들어가면 또 다시 제일 막내"라며 연차에 따라 식사 순서를 정하거나 막내라는 이유로 가장 늦게 밥을 먹게 했던 경험을 털어놨다.
신규 간호사 교육 과정에서도 과도한 업무와 압박이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간호사는 신규 교육 기간이 3개월로 정해져 있더라도 실제로 환자를 직접 보면서 업무를 익히는 과정 자체가 매우 힘들다고 설명했다.
김주희 씨는 입사 초기 다른 직원보다 업무 처리 속도가 느렸다는 이유로 환자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시간을 재며 업무를 재촉당했던 기억을 털어놨다.
반면 최근 신규 간호사들의 분위기는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과거에는 선배의 부당한 지시에 그대로 따르는 분위기가 강했지만 최근에는 이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거나 병원을 떠나는 신규 간호사들이 늘었다는 것이다.
특히 태움이 '환자 안전'을 명분으로 정당화되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김주희 씨는 "야, 너 때문에 환자 죽어. 너 사람 죽일래"라는 말이 신규 간호사를 압박하는 명분으로 사용된다고 했다.
그는 신규 간호사 역시 '역시 내가 실수해서 환자가 잘못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자신을 탓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열악한 근무 환경도 태움의 악순환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혔다.
이소현 씨는 화장실에 갈 시간을 줄이기 위해 물을 마시지 않을 정도로 업무가 바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출연자는 신규 시절 간호사 한 명이 환자 수십 명을 담당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인력 부족 속에서 기존 간호사가 신규 교육까지 맡는 구조에서는 업무 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 씨는 인력이 충분했던 시기에는 간호사들이 환자 4~5명 정도를 맡으면서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실 여유도 생겼던 경험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때 처음으로 네가 웃을 줄도 아냐, 너 밥도 먹을 수 있냐는 말을 들었다"고 회상했다.
이에 따라 간호사 1인당 환자 수에 대한 적정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 씨는 "현실성 있는 숫자가 나왔으면 좋겠다"며 현재도 환자 12~13명을 담당하면 버거운 상황에서 단순히 숫자를 법제화하는 것만으로는 현장의 변화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태움 때문에 병원을 떠난 간호사들이 업무 환경이 개선된다면 다시 현장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ro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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