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같이 보냈을 뿐인데"…보호견 입양 가능성 높아졌다
美보호소·2만8000마리 분석…예비입양제 시사점
- 한송아 기자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유기동물 입양을 독려하기 위해 시민단체와 봉사자들은 보호소에서 새 가족을 기다리는 동물들의 사진과 영상을 꾸준히 알리고 있다.
하지만 국내 보호동물의 입양률은 24% 수준에 머무는 반면 자연사(폐사)하거나 안락사되는 비율은 약 43%에 이른다. 보호동물을 알리는 활동과 함께 실제 입양으로 이어지도록 다양한 시도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 일환으로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예비입양제' 도입을 발표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최종 입양을 전제로 보호동물을 최대 10일간 가정에서 함께 지낸 뒤 입양을 결정하는 제도인데, 자칫 동물을 '체험'해 보고 선택하는 방식으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는 가정에 갔다가 다시 보호소로 돌아올 경우 동물이 오히려 상처받거나 스트레스를 겪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그런데 이 같은 우려와는 다른 시사점을 주는 연구 결과가 있다. 보호견이 짧은 시간이라도 보호소 밖에서 사람과 생활하는 경험이 상처를 남기기보다 오히려 입양 기회를 넓히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14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에 따르면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와 버지니아공대 등 공동 연구진은 2023년 국제학술지 '애니멀스(Animals)'에 보호견의 짧은 외출과 임시위탁 프로그램이 입양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를 발표했다. 미국 51개 동물보호소에서 생활한 개 2만7901마리를 분석한 대규모 연구 결과다.
연구진은 이 가운데 1955마리가 참여한 단기 외출·임시위탁 프로그램의 효과를 같은 기간 보호소에 있었지만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은 2만 5946마리와 비교했다.
'단기 외출(Brief Outing)'은 보호견이 직원이나 자원봉사자, 일반 시민과 함께 보호소 밖에서 1~4시간가량 시간을 보내는 프로그램이다. '임시위탁(Temporary Foster)'은 일반 가정에서 1~2박을 지내는 방식이다.
분석 결과는 눈에 띄었다.
나이와 체중, 성별, 보호소 입소 경로 등을 고려한 분석에서 단기 외출을 경험한 보호견은 비참여견보다 안락사·폐사보다 입양으로 이어질 상대적 가능성이 약 5배 높았다. 일반 가정에서 1~2박을 지낸 임시위탁 보호견은 약 14.3배 높았다.
프로그램 참여자가 직접 입양한 비율은 단기 외출 4.2%, 임시위탁 12%에 그쳤다. 참여자가 정이 들어 입양한 효과만으로 결과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보호소 밖에서 시민들과 접촉하면서 입양 희망자에게 노출될 기회가 늘어나고, 가정에서 지내며 보호소 안에서는 알기 어려웠던 성격이나 행동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얻는 점 등이 입양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특히 프로그램에 참여한 개들은 이미 보호소에 오래 머문 경우가 많았다. 단기 외출이나 임시위탁 전까지 평균 32~34일을 보호소에서 생활했다. 프로그램 참여 후에는 평균 약 10일 뒤 입양 등 최종 결과로 이어졌다.
보호견의 복지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앞선 연구에서는 보호견이 일반 가정에서 1~3박을 보내자 스트레스와 관련된 코르티솔 수치가 낮아지고 휴식시간은 증가했다. 다만 몇 시간의 외출에서는 같은 수준의 단기 스트레스 감소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다만 공격성 등 안전 문제가 있는 개가 프로그램 대상에서 제외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한계로 꼽았다. 연구에 참여한 보호소의 평균 생존 퇴소율도 90% 이상으로 높아 다른 국가에 결과를 그대로 적용하는 데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연구진은 "짧은 외출과 임시위탁이 보호견에게 새로운 입양 기회를 만들어주고 보호소의 생존 퇴소 결과를 개선할 수 있는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국내에서 시행되는 예비입양제도 보호동물 입양 활성화를 위한 하나의 시도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새 가족을 만나지 못한 상당수 동물이 안락사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제도에 대한 우려만으로 새로운 시도를 막기보다, 동물의 안전과 복지를 해칠 수 있는 부분을 보완하면서 입양 기회를 넓히는 방향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예비입양 단계부터 '동물등록'을 의무화해 보호동물의 이동과 신원을 명확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동물이 정상적인 발달 과정에서 보이는 행동을 소유자가 '행동문제'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센터가 상담을 통해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 방법을 함께 찾는다면 입양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윤주 한국보호동물의학연구원 대표는 "유기동물 입양 활성화는 '입양과 임시보호'라는 큰 틀에서 융통성 있게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며 "지역마다 여건이 다른 만큼 '10일'처럼 세부 내용을 일률적으로 의무화하기보다 센터가 상황에 맞게 운영하는 것이 오히려 입양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과 동물이 아무리 노력해도 함께 생활하는 데 실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동물에게도 더 많은 기회가 생긴다"며 "센터로 돌아오는 것이 그 동물에게 실패가 아니라 또 다른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가정에서 확인된 행동과 성향을 통해 동물을 더 잘 이해하고 다음 입양자를 찾는 데 활용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도 시범운영을 통해 효과와 보완점을 살펴볼 계획이다. 예비입양 전 사전교육을 의무화하고 상습적인 사육 포기 이력이 있는 경우 입양을 제한하는 등 오남용 방지 장치도 마련했다.
최경철 농식품부 개식용종식추진단장은 "대전시 직영 동물보호센터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한 결과 10마리 가운데 8마리가 입양으로 이어지는 효과가 있었다"며 "시범운영 기간 충분히 검토해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은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해피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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