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빨 드러내던 개가 웃었다…줄 풀리면 '딴 개' 되는 대봉이

[내새꾸자랑대회] 이웃집 개 '대봉이'

늘 화만 내는 이웃집 개 '대봉이'는 줄이 풀리면 유 작가의 집에 놀러와 활짝 웃는 반전 모습을 보여준다(인스타그램 @yyujaeyeon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 제주에 사는 유재연 작가는 동네를 오가며 줄에 묶여 지내는 개들을 살핀다. 사료와 물을 챙겨주고, 산책이 필요한 개들은 함께 걷는다.

그렇게 마을 개들을 만나던 재연 씨의 눈에 유독 독특한 개 한 마리가 들어왔다. 이름은 '대봉이'.

대봉이는 보호자가 산책시키는 등 비교적 관리를 잘하는 개라 유 작가도 처음에는 지나가며 인사를 건네는 정도였다. 문제는 대봉이의 '표정'이었다.

유 작가만 보면 코를 잔뜩 찡그리고 이빨을 드러냈다. 맛있는 간식을 건네면 곧잘 받아먹으면서도 험악한 표정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계속 간식을 주다 보면 언젠가는 친해지겠지.'

하지만 대봉이의 반응은 좀처럼 달라지지 않았다.

대봉이의 분노 연구(인스타그램 @yyujaeyeon 제공) ⓒ 뉴스1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퇴근한 유 작가가 집에 들어서자, 뜻밖의 손님이 정원에 와 있었다. 대봉이였다.

더 놀라운 건 대봉이의 표정이었다. 늘 이빨을 드러내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환하게 웃는 얼굴로 폴짝폴짝 뛰어왔다. 같은 개가 맞나 싶을 만큼 딴판이었다.

줄 풀렸을 때 대봉이(인스타그램 yyujaeyeon 제공) ⓒ 뉴스1

이후에도 대봉이는 한두 달에 한 번씩 줄이 풀리는 날이면 어김없이 유 작가의 집에 놀러 왔다.

대봉이에게는 묘한 특징도 있었다. 자유롭게 돌아다닐 때 유 작가를 만나면 온화한 표정으로 반기지만, 다시 줄에 묶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험악한 얼굴로 돌아갔다. 물론 줄에 묶인 상태에서도 아주 가끔은 반갑게 맞아주는 날이 있었다.

그래서 유 작가는 대봉이를 만날 때마다 하는 말이 생겼다.

"대봉아, 오늘은 기분이 어때?"

이런 대봉이의 모습이 인스타그램에 공개되자 누리꾼들도 반전 매력에 빠졌다. 간식은 야무지게 받아먹다가도 갑자기 '크왕' 하고 화를 내는 종잡을 수 없는 모습 때문이다.

"대봉아 기분이 어때?"…썩 즐거워 보이지 않는 대봉이(인스타그램 yyujaeyeon 제공) ⓒ 뉴스1

누리꾼들은 "항상 화나 있는 게 우리 부장 같다" "기분 변화가 거의 롤러코스터급" "'밀당' 천재 대봉이" "기분이 좋은 건지 언짢은 건지 구별이 안 된다" "보다가 갑자기 짖어서 휴대전화를 놓쳤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다음 대봉이 영상을 기다리는 팬들도 하나둘 늘어났다.

유 작가는 "대봉이는 우리 마을에서 제일 미스터리한 개"라며 "줄에 묶여 있을 때는 보호자 외의 사람을 경계하는 편인데 어린 강아지에게는 친절하고 함께 잘 논다"고 말했다.

대봉이의 또 다른 반전은 강아지에게 한없이 다정하다는 것이다(인스타그램 yyujaeyeon 제공) ⓒ 뉴스1
돌담 넘어 묶인 개들…대봉이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유 작가가 대봉이의 '기분'에 관심을 갖는 데는 이유가 있다. 제주에서 생활하며 수없이 마주친, 이른바 '밭지킴이견'들의 삶을 오랫동안 지켜봐 왔기 때문이다.

제주에서는 밭이나 과수원 등을 지키기 위해 개를 야외에 묶어 기르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유 작가는 이처럼 줄에 묶여 살아가는 개들을 '묶멍이'라고 부르며 처우 개선을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앞에서 '밭지킴이견을 금지해달라'는 내용의 1인 시위를 벌였다.

유재연 작가는 밭에 묶여 사는 개들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인스타그램 yyujaeyeon 제공) ⓒ 뉴스1

마을 경로당에는 야외에서 생활하는 개에게 깨끗한 물과 사료를 제공하고 산책을 시켜야 한다는 내용과 심장사상충 예방 필요성 등을 담은 안내 포스터도 붙였다. 마을에서 지내는 개들을 직접 동물병원에 데려가 검사하고, 심장사상충에 감염된 개 2마리의 치료비도 사비로 부담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신이 만난 '묶멍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귤밭의 개들-아름다운 풍경 속의 작은 지옥들' 출간을 앞두고 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묶멍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귤밭의 개들-아름다운 풍경 속의 작은 지옥들' 출간을 앞두고 펀딩을 진행하고 있다(인스타그램 yyujaeyeon 제공) ⓒ 뉴스1

유 작가는 "제주도의 돌담 너머에는 수많은 밭지킴이견들이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며 "견주들이 개를 미워해서라기보다 대부분 무관심 속에 방치돼 아무 이유 없이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들도 굶주림과 목마름, 더위와 추위, 외로움을 느끼는 생명"이라며 "밭지킴이견을 묶어 기르는 관행이 사라져 개들이 돌담 밖으로 나올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 이 코너는 뉴트로 사료와 그리니즈 덴탈관리제품, 습식사료 시저 등을 제조하는 '마즈'가 응원합니다. 수의사와 공동개발한 아이엠즈 사료를 선보이고 있는 한국마즈는 사연이 채택된 반려동물 보호자에게 사료 또는 간식을 선물합니다. [해피펫]

badook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