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야생동물 보호시설 '포화 직전'…인력·예산은 뒷걸음
파충류 공간 96% 포화…수의사 1명당 94마리
- 한송아 기자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 불법 거래나 밀수 과정에서 압수·구조된 국제적 멸종위기 야생동물이 국가 보호시설로 계속 들어오면서 수용공간이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다. 특히 파충류 보호공간은 수용률이 96%에 육박한다. 동물을 돌보는 수의사·사육사마저 부족해 보호시설의 수용 능력뿐 아니라 보호동물의 삶의 질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3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립생태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야생동물 보호시설 운영 현황'에 따르면 올해 CITES 동물 보호시설에는 462마리가 보호되고 있다.
최대 수용 규모인 500마리의 92.4%다. 특히 파충류는 최대 440마리 가운데 422마리가 보호돼 수용률이 95.9%에 달한다.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CITES 동물은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따라 국제 거래가 규제되는 동물이다. 보호시설에는 불법 거래·밀수 등으로 압수되거나 구조된 동물들이 들어온다.
유기·방치 야생동물 보호시설도 상황은 비슷하다. 전체 수용률은 73.2%지만 포유류는 최대 58마리 가운데 53마리가 보호돼 수용률이 91.4%가 찼다.
현재 보호 중인 포유류 가운데 상당수를 차지하는 동물은 라쿤이다. 약 50마리가 보호되고 있으며 지속해서 들어오는 상황이다. 기존 조류장 일부를 포유류장으로 전환해 라쿤 보호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보호동물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올해 국립생태원 수의사는 정원 8명 가운데 7명, 사육사는 14명 가운데 13명이 근무하고 있다.
수의사들은 기존 전시동물 관리와 방역·검역, 동물보호 정책 관련 업무에 더해 보호시설 동물까지 관리하고 있다. 수의사 1명이 관리하는 동물은 2021년 평균 9마리에서 2024년 133마리까지 증가했고 올해도 94마리에 달한다. 사육사 1인당 관리동물 역시 같은 기간 8마리에서 44마리로 늘었다.
현장에서는 수의사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보호시설 수의사는 동물의 진료뿐 아니라 방역과 검역, 일상적인 건강관리 등 다양한 업무를 맡는다.
국립생태원 관계자는 "수의사 처우 등의 문제로 이직률이 높고 인력난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신규 인력 확보에 힘쓰는 한편 관계 부처와 인력 충원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7~8월을 목표로 새로운 유기·방치 야생동물 보호시설도 조성되고 있다. 시설이 확충되면 수용할 수 있는 동물도 약 두 배 늘어나는 만큼 관리인력 확대가 뒤따라야 한다는 게 국립생태원 측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동물의 복지를 높이려면 이들을 직접 돌보는 사람들의 근무 여건과 적정 인력 확보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관리해야 할 동물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개체별 건강 상태와 행동을 세심하게 살피기 어려워지고 결국 동물의 삶의 질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예산도 보호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CITES 동물 보호시설 예산은 2024년 5억2400만원에서 지난해 4억1700만원으로 감소했고 올해도 같은 수준이다. 반면 보호 개체는 2021년 33마리에서 올해 462마리로 약 14배 늘었다.
전문가들은 시설을 계속 확충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외래야생동물이 국내로 들어와 거래되고 결국 보호시설로 유입되는 구조 자체를 개선하는 근본 대책이 함께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계속 늘어나는 보호 야생동물의 '수도꼭지'를 잠그려면 외래야생동물이 국내에 유입되고 거래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동시에 이미 보호시설에 들어온 동물의 삶의 질도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동물을 돌보는 사람들의 적정한 업무환경을 포함해 충분한 인력과 예산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정훈 의원은 "보호시설은 단순히 동물을 수용하는 장소가 아니라 구조된 야생동물의 생명을 지키고 질병 확산을 막는 최후의 안전망"이라며 "동물은 늘어나는데 공간과 사람, 예산이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를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적극적인 예산 확보를 통해 인력을 늘리고 사육·검역·격리 장비와 보호공간을 함께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피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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