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살처분'에 최재천 일침…"자연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
'생태 엇박자' 등 조류 감소 복합 원인 짚어
"아는 게 없으면 함부로 결론 내려선 안 돼"
- 한송아 기자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고양이가 새를 입에 물고 뛰어가는 모습을 봤다고 해서 '고양이 때문에 새가 줄었다'고 결론 내리면 안 됩니다. 자연은 그렇게 간단한 곳이 아닙니다."
생태학자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최근 불거진 길고양이 먹이주기 제한, 이른바 '캣맘 금지법' 논란에 입을 열었다. 복잡한 생태계를 단순한 인과관계로 해석해 특정 생명을 제거하는 방식의 해법에 우려를 나타냈다.
유튜브 채널 '최재천의 아마존'에 따르면 최 교수는 지난 20일 유튜버 '새덕후'의 국민청원을 계기로 불거진 길고양이 급식 제한과 살처분 논란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최 교수에 따르면 새덕후 측에서도 이 문제와 관련해 두 차례 연락해 왔지만 당시에는 응하지 않았다. 그러나 논쟁이 살처분 주장으로까지 확산하자 생태학적 관점에서 사실상 반대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최 교수는 충분한 연구 없이 생태계에 정책적 처방을 내리는 데 신중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생태학자가 자연에 대해 어떤 처방을 내리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 연구해 그 결과를 바탕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제가 아는 한 우리나라에서는 이 문제를 학술적으로 제대로 연구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연생태계는 인간의 두뇌만큼이나 복잡한 곳"이라며 "우리가 아는 게 아직 너무 없다. 아는 게 없으면 조심해야 한다. 결론을 함부로 내리지 못하는 게 옳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특히 고양이가 새를 사냥하는 모습을 근거로 조류 감소의 원인을 고양이에게 돌리는 논리를 경계했다.
그는 "고양이들이 새를 입에 물고 뛰어가는 걸 사람들이 보기 시작하면서 '저 고양이가 새를 자꾸 잡아서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단편적으로 관찰한 것을 가지고 고양이가 새들의 숫자를 줄이고 있다고 결론 내리면 안 된다"고 말했다.
논쟁의 근거로 제시되는 해외 연구에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봤다. 최 교수는 "호주 연구 결과를 대한민국 환경에 그대로 적용하는 건 성급한 판단"이라며 같은 생태 이론도 지역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전했다.
최 교수는 조류 감소에는 서식지 파괴와 환경오염, 기후변화 등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주목한 것은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 엇박자'다.
철새가 번식지에 도착해 새끼를 키우는 시기와 먹이인 곤충의 번식 시기가 기후변화로 어긋나는 현상이다. 새끼를 키울 무렵에는 이미 곤충의 번식기가 지나 먹이가 부족해져 번식에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새들은 새끼들을 키울 때 반드시 곤충을 먹여야 한다"며 "곤충을 잡지 못해 새끼들을 먹이지 못하고 굶어 죽는 일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국내 도시의 새가 어떤 환경적 요인으로 감소하고 있는지 체계적인 연구가 먼저라고 강조했다. 환경오염과 기후변화, 생태 엇박자 등을 검토한 뒤 고양이의 포식 압력이 주요 원인으로 확인된다면 그때 규제와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쉽게 '고양이를 없애야 새들이 살아난다'고 하는 것은 전혀 학술적인 근거가 없다"며 "복잡한 자연생태계의 메커니즘을 그렇게 단순화시킬 수는 없없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세계적인 영장류학자 고(故) 제인 구달이 명예이사로 함께했던 생명다양성재단의 이사장을 맡고 있다. 그는 길고양이를 인간과 무관한 자연의 문제로 보는 시각에도 선을 그었다. 길고양이와 비둘기 등은 이미 인간이 만든 도심 환경에 적응해 살아가는 동물이라는 것이다.
그는 "'자연에 맡기자'는 것은 자연스러운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아니라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뜻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자체와 시민들이 함께 시행해 온 TNR(길고양이 중성화) 등 기존 관리체계를 언급했다.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도 주민과 구청이 중성화와 개체수 관리에 나서면서 최근 5~6년간 길고양이 숫자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지금 그런 방향으로 한 발짝 한 발짝 우리 사회가 가고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이 상황에서 갑자기 그분들의 손발을 다 묶어버리면 그로 인해 벌어질 결과가 더 참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끝으로 최 교수는 "새를 사랑하기 위해 다른 생물을 제거해야 한다는 건 잘못된 사랑"이라며 "새를 사랑하면서 결과적으로 자연을 사랑하는 분들이 됐다면 자연의 본모습이 어떤 것인지는 아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관점에서 보면 지금 요구하고 계신 게 얼마나 불합리하고 어색한 일인가를 조금 깊이 다시 한번 생각해 주시길 바란다"며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합리적인 합의를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영상 공개 이후 10여 시간 만에 1만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는 등 관심도 뜨거웠다. 누리꾼들은 "새를 사랑한다면 기후 위기에 더 목소리를 내야 한다", "아는 게 없으면 결론을 함부로 내리지 말아야 한다는 말에 공감한다", "이게 진짜 전문가의 의견"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해피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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