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개로 가위질 연습 그만"…미용 실습견 구조가 던진 숙제

학원 원장이 번식장 운영…실습견 상태 '처참'
위그 선행교육·실습견 복지기준 강화 목소리

번식장에서 길러지던 미용 실습견과 미용학원에서 실습 중 개의 피부가 찢어지자 마취 없이 꿰매는 모습(엔젤프로젝트 인스타그램 갈무리) ⓒ 뉴스1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 경기 남양주의 한 번식장에서 미용 실습에 이용돼 온 개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무더기로 구조되면서 '미용 실습견'의 사육·관리와 교육 방식 전반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애견협회(KKC)는 '실견 미용교육의 안전과 동물복지 향상을 위한 입장'을 내고 "실제 개는 초보자의 시행착오를 위한 연습도구가 돼서는 안 된다"며 "위그 선행교육과 교육생 기초역량 검증, 실습견 보호를 위한 세부 법적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19일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애견협회(KKC)와 한국애견연맹(KKF)은 애견미용 자격검정과 교육·대회 등을 운영하는 별개의 단체다. 해당 번식장 운영자 K 씨는 최근까지 한국애견연맹 이사와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다.

온몸에 이·거대 종괴까지…처참했던 실습견들
동물보호단체들은 미용학원에서 실제 개를 사용한 실습 과정 중 불법 진료뿐 아니라 케이지에 오랜 시간 가둬 놓는 등 동물학대가 이뤄진다는 제보를 입수하고 실습견 구조에 나섰다(엔젤프로젝트 인스타그램 갈무리). ⓒ 뉴스1

최근 엔젤프로젝트, 유기동물행복찾는사람들(유행사), 쏘바이, 비글구조네트워크 등 여러 동물보호단체는 경기 남양주의 한 번식장에서 미용 실습견으로 이용돼 온 80여 마리를 구조했다.

구조단체들이 공개한 현장에는 몸에 종괴가 있거나 피부와 다리에 상처를 입은 강아지, 임신한 개 등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단체들은 일부 개들이 미용 실습 과정에서 다치고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으며 실습 도중 개가 숨진 뒤 방치됐다는 증언과 비수의사에 의한 수술 의혹도 제기됐다고 밝혔다. 비글구조네트워크는 동물보호법, 수의사법 위반 등 관련 의혹에 대해 고발 조치할 계획이다.

미용 실습으로 이용되던 번식장 개들(유행사 인스타그램 갈무리) ⓒ 뉴스1

한국애견연맹에 따르면 K 씨가 운영하던 애견미용학원은 지난해 9월께 폐업했다. K 씨는 연맹 이사와 도그쇼·애견미용대회 심사위원 등으로 활동해 왔다. 이번 사건이 불거진 뒤 해당 자리에서 자진 사퇴했다.

연맹은 입장문을 통해 "소속 이사의 개인적 일탈 행위로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며 이번 사안은 연맹의 공식 사업이나 지침에 따른 것이 아닌 개인의 행위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연맹 지정 미용학원의 모델견(실습견) 관리 실태를 전수 점검하는 등 관리·감독도 강화할 방침이다.

교육용 실견 대여 가능한 법…세부 기준 없다
동물보호단체에 제보된 미용학원에서 숨진 개와 실습을 위해 장시간 케이지에 갇혀 있는 개들의 모습(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 뉴스1

한국애견협회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실견을 활용하는 애견미용 교육 방식과 보호기준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영리를 목적으로 동물을 대여하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하지만 시행규칙에서는 촬영·체험 또는 교육 목적의 동물 대여를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교육 목적으로 실제 개를 빌려주는 행위 자체가 곧바로 불법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란 뜻이다.

다만 교육에 이용되는 실습견의 이동과 대기, 실습 시간과 휴식, 사용 이력 등을 직접 규정한 세부 기준은 마련돼 있지 않다.

박애경 한국애견협회 사무총장은 "실습견의 출처와 건강상태, 이동·대기 여건, 실습시간과 휴식, 사용이력과 관리책임을 구체적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며 "농림축산식품부가 교육 현장의 실태를 파악해 실습견을 보호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의 반려견을 실습에 제공하는 경우에도 보호자의 동의뿐 아니라 개의 건강·행동 상태와 교육생의 숙련도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견 투입 최소화…교육 전 과정 복지 기준 필요

협회가 제안한 핵심은 실제 개를 다루기 전 모형을 활용해 기본기를 충분히 익히는 '위그 선행교육'이다. 가위와 클리퍼 조작, 커트라인과 형태 만들기 등 반복적인 기술은 위그에서 훈련하고 일정 수준의 기술과 안전관리 능력을 갖춘 뒤 실견을 다루도록 하자는 것이다.

2026년 국내 학술지 '휴머니멀과학학술지(Journal of Humanimal Sciences)'에 게재된 기술노트에서도 위그 기반 훈련을 초보자가 실제 개를 다루기 전 안정적인 가위 조작을 익히는 준비단계로 제시했다. 한국애견협회가 운영하는 국가공인 반려견스타일리스트 자격검정 역시 위그를 활용해 기술을 평가하고 있다.

박 사무총장은 "실제 개는 체형과 피모, 성격 등이 모두 다르고 낯선 시험환경 자체가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며 "민간 애견미용 자격검정에서도 불필요한 실견 동원을 줄이고 위그를 활용해 일정한 조건에서 기술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견 실습에 들어간 뒤에는 단순한 가위질보다 개의 피부·피모 상태와 행동, 스트레스 신호를 살피고 개체에 맞춰 작업 강도를 조절하는 능력을 가르쳐야 한다고 봤다.

또한 교육생에 대한 동물복지·안전교육과 강사가 즉시 개입할 수 있는 실습환경을 마련하고 같은 개가 반복적으로 실습에 동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회는 향후 모든 애견미용 교육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반려견 미용 실견실습 안전가이드'도 마련해 무상 보급할 계획이다.

박 사무총장은 "애견미용 교육의 경쟁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기술을 잘 가르치는 것뿐 아니라 배우는 과정에서 개의 복지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며 "실제 개가 초보자의 시행착오를 위한 연습도구가 되지 않도록 교육현장의 구체적인 안전·복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해피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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