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치매? 혼자 죽겠다"…깜빡깜빡하는 시모, 검사하라 하자 '발끈'
- 신초롱 기자

(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30년 가까이 모녀처럼 지내온 고부 사이에 예상치 못한 고민이 찾아왔다. 최근 시어머니의 기억력이 눈에 띄게 떨어지자 며느리가 치매 검사를 권유했지만 시어머니는 "내가 치매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6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50대 초반 여성 A 씨는 결혼 후 시부모와 가까운 곳에 살며 친딸처럼 시어머니를 살뜰히 챙겨왔다. 함께 시장을 보고 목욕탕에 다닐 정도로 각별한 사이였고 주변에서도 두 사람을 모녀로 착각할 만큼 가까웠다고 한다. 시어머니 역시 손주와 증손주를 돌봐줄 정도로 건강하고 활발한 생활을 이어왔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시어머니에게 이상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같은 말을 반복하거나 "집에 들르라"고 해놓고 정작 외출하는가 하면 찾아온 며느리에게 "왜 왔니?"라고 되묻는 일이 잦아졌다. 자신이 했던 말을 부인하거나 친구들조차 "요즘 좀 이상한 것 같다"고 걱정할 정도였다.
증상은 점점 심해졌다. 싱크대 위에 음식을 두고도 냉장고에 넣었다고 우겼고, 달걀과 두부가 냉장고에 있는데도 또 사 오는 일이 반복됐다. 자신이 앉아 있는 의자를 찾거나 물건을 어디에 뒀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일도 잦았다.
여기에 냄비를 태우거나 수도꼭지를 잠그지 않아 욕실이 물바다가 되고 약을 먹은 사실을 잊고 다시 복용하려는 일까지 발생했다. 외출 후 늘 다니던 길을 잃고 한참 뒤에야 집으로 돌아온 적도 있었다.
걱정이 커진 A 씨는 남편과 상의 끝에 시어머니에게 조심스럽게 치매 검사를 권유했다.
그러나 시어머니는 "내가 치매라는 거냐"며 크게 화를 냈다. 이어 "치매에 걸리면 그냥 나 혼자 죽겠다", "너희가 자꾸 그런 말을 하니까 스트레스를 받아 더 깜빡하는 것"이라며 검사를 완강히 거부했다.
A 씨는 친척과 지인이 치매로 고생하는 모습을 직접 지켜본 터라 걱정이 더욱 컸다. 인터넷에서 증상을 검색할수록 시어머니의 상태와 비슷한 사례가 많아 불안감은 커졌지만 정작 본인은 검사를 거부해 답답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광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현재 증상만으로 치매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인지기능 저하는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약물 부작용이나 우울증 때문에 치매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고 초기 알츠하이머 치매 역시 치료제가 있다"며 "치매가 아닐 수도 있고 치료가 가능한 경우도 있으니 '병원에서 한 번 확인만 해보자'는 식으로 안심시키며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지훈 변호사는 "어르신들은 치매라는 말 자체에 자존심이 상하고 두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검사의 필요성은 충분하지만 상처받지 않도록 신중하고 부드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ro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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