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얼음값 수백만원"…'40도 육박' 폭염에 울상짓는 전통시장

"가을·겨울 대비 매출 30% 줄어…상할까 봐 과일 입고도 부담"
"집합건물형 전통시장 3곳 중 1곳, 냉방 사각지대"

서울 전역에 폭염중대경보가 발령된 5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수산시장에서 한 상인이 생선 위에 얼음을 붓고 있다. 2026.8.5 ⓒ 뉴스1 최지환 기자

(서울=뉴스1) 윤주영 기자 권대옥 수습기자

"반나절만 둬도 고구마 줄기가 다 녹아서 버려야 해. 별수가 있나""가판대 얼음이랑 찬 바닷물을 공수하는 데만 한 달에 500만 원이에요"

한낮 최고 40도에 육박하는 극한 폭염이 전국을 덮치면서 냉방 설비가 열악한 전통시장 상인들을 중심으로 매출 하락을 호소하고 있다. 더운 날씨 탓에 진열된 상품의 신선도도 유지하기 어려운 데다, 손님 유동 인구도 크게 줄어 이중고를 겪고 있다.

5일 오후 2시 방문한 서울 동작구 한 전통시장의 생선가게 앞은 녹은 얼음에 물이 흥건했다. 직원들은 연신 낙지 등이 헤엄치는 수조에 시원한 바닷물을 갈아주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 가게에서 1년 넘게 장사했다는 윤 모 씨(33)는 "겨울에는 가판대 얼음에 드는 비용이 200만 원 수준인데 여름에는 거의 두 배"라며 "마트와 비교하면 냉각 시설이 열악해서 신선도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더운 날씨에 손님도 많이 없어 가을·겨울과 비교하면 매출이 30% 정도 준 것 같다"고 했다.

인근 과일가게도 폭염에 과일이 상할 우려가 있어 진열 라인업을 축소했다.

가게 주인 김 모 씨(54)는 "그나마 복숭아 등 여름 과일은 열에 강해 괜찮지만 바나나나 지난해 수확한 사과는 쉽게 변하는 탓에 진열이 까다롭다"며 "여름엔 빨리 팔아치우든가 해서 상품을 회전시켜야 한다. 부담이 커서 과일을 대량 입고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인근 채소가게도 잎사귀 채소들은 눈에 띄게 시들해진 듯했다. 작은 선풍기 서너 대만이 가판대를 식혀줄 뿐이었다.

이 시장은 인근에 지하철역과 아파트 단지가 있어 그나마 손님들이 있었지만,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다른 전통시장은 눈에 띄게 한산한 분위기였다. 5곳 중 1곳꼴로 점포가 문을 닫았으며, 한 골목당 서너명의 손님만이 간혹 물건을 들여다볼 뿐이었다.

한 채소가게 주인은 "하루만 지나도 신선도 떨어지는 것 눈에 보여서 요새는 그냥 오전 11시엔 장사를 마친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육점 사장은 "밖에 내놓으면 고기가 다 녹아 버리고 사람도 다니지 않아 그냥 전부 냉동고에 넣었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5일 서울 동작구 한 전통시장에 자리한 채소가게에서 고구마 줄기가 더위로 인해 풀이 죽은 모습이다./뉴스1 ⓒ News1 윤주영 기자

상온에 반찬, 분식 등 식품을 진열하는 것에 우려를 표하는 손님들도 있었다. 김 모 군(17)은 "튀김 같은 게 맛있어 보이긴 하지만 이런 날씨에선 상했을 수도 있어 사먹기는 꺼려진다"고 했다. 영등포구에서 만난 한 할머니도 "이렇게 더운 날엔 장 보러 차라리 마트를 가겠다"고 했다.

정부가 이동식 냉풍기와 증발냉방장치(쿨링포그) 등 폭염 대응 지원을 확대하고 있지만, 전통시장 상당수는 아직도 냉방 사각지대다.

국가데이터처와 중소벤처기업부 등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국 집합건물형 전통시장 622곳 가운데 냉방시설이 설치된 곳은 405곳(65.1%)에 그쳤다. 집합건물형 시장은 그나마 냉방설비를 설치하기 용이하다고 평가되지만 3곳 중 1곳꼴로 인프라가 깔리지 못한 것이다.

전체 전통시장으로 범위를 넓히면 보급률은 더 낮아진다. 같은 해 기준 전국 전통시장 1403곳 가운데 냉방시설을 갖춘 시장은 405곳(28.9%)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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