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마지막 소원"…30년 전 제자 찾던 교사, 손녀가 기적 만들었다
- 신초롱 기자

(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30여년간 국민학교 교사로 근무했던 퇴직 교사의 손녀가 "할아버지의 마지막 소원을 이뤄드리고 싶다"며 제자들을 찾는 글을 올려 감동을 안겼다. 수많은 제자가 추억을 공유하며 응답했고, 할아버지가 애타게 찾던 제자와도 극적으로 다시 연락이 닿았다.
최근 스레드에는 부산 양정 일대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다 퇴직한 할아버지가 평생 그리워하는 제자들을 찾는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손녀 A 씨는 "저희 할아버지는 평생 초등학교(국민학교)에 재직하셨던 황경목 선생님이다. 당시 거주지는 부산 양정이었다. 양정초등학교, 연산초등학교, 망미초등학교 등에서 재직하다 1997년 퇴직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주로 저학년을 많이 맡으셨고 동네나 학교에서 '오토바이 선생님' '할아버지 선생님'으로 유명했다. 지금은 연세가 많아 기력이 많이 약해지셨지만 여전히 제자분들을 한 명 한 명 꾸준히 그리워하고 기억하실 만큼 기억력이 좋다"라고 전했다.
A 씨는 "제가 할아버지의 마지막 소원을 꼭 이뤄드리고 싶어서 이렇게 용기 내어 글을 쓴다. 혹시 저희 할아버지를 기억하시거나 기억나는 일화가 있으신 제자분들이 계신다면 작은 댓글이나 채팅 하나라도 꼭 부탁드린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면서 "할아버지께서 꼭 찾고 싶어 하는 제자가 있다"며 "1994년 망미국민학교 4학년 4반 담임을 맡으셨을 때 제자인데, 이후 덕문여고에 진학해서도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꾸준히 편지를 보내주셨던 여학생을 정말 많이 그리워하신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제자의 편지에 답장을 한 번도 못 해주신 게 평생 마음에 걸리고 미안하셨다고 한다"며 지금까지 간직해온 편지를 공개했다.
사연은 빠르게 확산됐고 동문의 댓글이 이어졌다. 한 제자는 "황경목 선생님은 정말 평생 존경하는 어른이다"라며 "반 친구들이 실수하거나 말을 듣지 않을 때면 선생님은 회초리로 당신의 허벅지를 내리치며 '내 잘못'이라고 말씀하시며 저희를 가르쳤다. 아직도 선생님의 빨간색 오토바이와 난초는 잊을 수가 없다"고 회상했다.
또 다른 제자는 "제 첫 담임 선생님이라 성함을 기억한다. 1학년 적응 중일 때 반 친구가 의자에 실수한 것도 다 치워주셨던 기억이 난다.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재미나게 수업해 주셨던 것도 기억난다"라고 떠올렸다.
황 선생님이 애타게 찾았던 제자도 모습을 드러냈다. 박수연 씨는 "소식을 접한 어제부터 지금까지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계속 올라와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10대의 저를 기억해 주시고 찾아주셔서, 그리고 아직도 정정한 모습으로 계셔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 시절 선생님이 알려주신 보이지 않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힘과 지혜, 초등학생이었던 저희 마음속에 심어주신 씨앗 덕분에 지금의 저도 잘 살아올 수 있었다"며 "편지로 10대의 박수연을 다시 만났다. 사회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지금의 제가 아니라 큰 꿈을 품고 살았던 순수한 박수연을 다시 만난 기분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늦었지만 이제라도 이 소식을 들을 수 있었고, 선생님을 뵐 시간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다행"이라며 "세상을 살아내기 바빴던 제가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A 씨는 "할아버지께 제자분들이 남겨주신 댓글과 메시지를 전부 프린트해서 보여드렸다. 돋보기를 들고 한 글자 한 글자 읽으시던 할아버지는 결국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셨다"고 전했다.
끝으로 "저희 할아버지를 잊지 않고 기억해 주신 모든 제자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할아버지가 그리워하셨던 건 어느 한 사람만이 아니라 함께했던 제자분 모두였다. 그 마음을 제자분 모두가 잊지 않고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저 시절에 저런 미담이 쏟아지는 거면 얼마나 대단하신 분이었던 건가", "저런 선생님을 만나는 것도 복이다", "SNS의 순기능이다", "인생의 끝을 바라보는 나이에 제자와의 만남은 어떤 감정일까" 등의 반응을 보였다.
rong@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