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자금 보태려 주식했는데" 예비신부 한숨…MZ직장인 "몇달치 월급 날려"
9000피 견인한 '삼전닉스' 한달새 30~40% 급락…"고점 물렸어요"
"정부 낙관론 믿고 투자했는데 착잡…자생적 시장 개입 삼가야"
- 윤주영 기자
(서울=뉴스1) 윤주영 기자
"다 오른다고 해서 지난달(6월) 삼성전자 36만 원 할 때 들어갔는데 주가가 30% 가까이 빠져 400만 원 손해 봤어요. 결혼에 보탤 돈이었는데…"
최근 수개월간 코스피를 9000선까지 끌어올렸던 반도체 우량주들의 급락으로 일명 '개인 투자자들'로 불리는 시민들도 울상을 짓고 있다.
21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반도체 업종을 둘러싼 악재에 더해 최근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코스피가 한 달 새 30% 가까이 하락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우량주들이 지난달 초부터 조정을 받으며 하락세를 보이면서다.
전일(20일) 종가 기준 SK하이닉스 주가는 176만 4000원, 삼성전자는 24만 4000원으로 지난달 최고점 대비 각각 40%, 30% 수준의 하락을 기록했다.
삼성전자에 투자했다는 직장인 엄 모 씨(29·여)는 "결혼에 보태려고 생계에 지장이 없을 수준으로만 투자했는데 한 주당 십만 원 가까이 빠졌다"며 "더 일찍 들어가 익절한 사람도 많다던데 나만 손해 본 거 같다"고 호소했다.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모두에 투자했다는 직장인 홍 모 씨(29·여)는 "메모리주 최고점 때는 아니고 가격 조정이 왔을 때 들어갔는데도 현재 10% 이상 손실을 봤다. 몇 달 치 월급을 날렸다"며 "주식 계좌를 볼 때마다 착잡하고 우울한 심정"이라고 했다.
여권 중심으로 국내 증시 부양을 약속하는 메시지를 보내 믿고 투자했지만, 더 이상 장밋빛 전망만을 바랄 순 없겠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부는 물론 여당도 6·3지방선거 국면에서 코스피 급등을 이재명 정부의 성과로 강조했다.
홍 씨는 "투자를 누가 강요한 건 아니지만 정부에서 주식 투자를 장려하는 듯한 메시지도 내지 않았느냐"며 "단일종목에 대한 레버리지 투자 때문에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많은데 실효성 있는 대책도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부산에 거주하는 직장인 정 모 씨(40대)는 "지금의 금리 환경과 불안한 국제 정세를 고려하면 공격적인 투자는 위험한 것 같다"며 "당분간은 시장 조정과 높은 변동성에 대비하며 새로운 투자 대상을 찾겠다"고 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더해 원화 가치 하락으로 주식 투자는 불가피한 현실이 됐다고 전문가들도 입을 모은다. 하지만 정부는 직접 주식 투자를 권하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 총선 때까지 국민연금공단이나 국내 기관 등이 제때 팔아야 할 주식을 계속 들고만 있어 논란을 사지 않았느냐. 국민연금이 제때 리밸런싱을 하고 주가가 올라가는 속도만 조절했더라면 외인 세력이 한 번에 (국내 주식을) 털고 나가지 않았을 것"이라며 "결국 우리 국민만 목돈을 투자했다가 잃는 등 막심한 손해를 봤다. 주식시장은 자생적으로 돌아가는 생태계인 만큼 정부가 정치적 의도를 갖고 개입해선 안 된다"고 했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주식 투자를 한탕주의라고 보진 않지만, 내 집 마련 등 일생의 중요한 과업까지 주식 투자로 달성하겠다는 건 발상은 위험하다. 우리 주식 시장은 기관이나 큰 손이 돈을 벌고 개미들은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대출을 받아 내 집 마련을 하고 수십 년에 걸쳐 갚아가는 등의 점진적인 계층 이동이 가능하도록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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