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덮친 영등포 쪽방촌…"3평서 민소매·선풍기로 버텨요"

전국 폭염특보 발효…웃통 벗고 공용 에어컨에 의지
서울시 찾아가는 목욕트럭·무더위 쉼터 운영…"취약층 모니터링"

한반도가 '이중 고기압'에 갇히면서 기록적인 폭염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13일 서울 영등포구의 쪽방촌에 거주하는 김 모 할머니의 방에 선풍기 2대가 돌아가고 있지만 방안 온도가 32도를 기록하고 있다. 2026.7.13 ⓒ 뉴스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윤주영 기자

"더워 죽겠는데 다리가 아파서 집에만 있어야 해. 에어컨도 고장 났어"

13일 오후 1시 30분쯤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역 인근 쪽방촌에서 만난 김 모 씨(83·여)는 연신 손으로 부채질하며 이같이 말했다. 약 10㎡(3평) 남짓한 쪽방서 김 씨는 민소매 옷차림과 선풍기 두 대만으로 더운 날씨를 버티고 있었다.

기상청 지역별 상세관측자료(AWS)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서울 영등포구는 32.4도를 기록했다. 전국 대부분 지역서 폭염특보가 발효되면서 쪽방촌 주민들은 직격타를 맞았다.

서울 시립 영등포쪽방상담소에 따르면 이 쪽방촌은 올해 2분기 기준 약 330명이 거주민으로 등록됐다. 다만 정부의 공공주택 개발사업으로 대다수가 임시 시설로 옮겨간 탓에 상당수 쪽방은 현재 공실인 상태다.

허름한 쪽방이 다닥다닥 붙은 골목은 5분만 걸어도 땀이 맺힐 정도로 후텁지근했고, 인근 노숙자들은 더위를 피해 그늘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영등포구청에서 설치한 '쿨링포그'(차가운 안개를 분사하는 배관) 설비가 가끔 이들의 더위를 달랬다.

기숙사를 연상케 하는 공용 거주시설은 에어컨이 설치돼 있어 상대적으로 양호했다. 상담소에 따르면 3인 이상이 지내는 건물엔 공용 에어컨이 지원된다.

웃통을 벗고 속옷만 입은 70대 거주자 A 씨는 문을 활짝 연 채 선풍기를 앞에 두고 복도의 차가운 에어컨 바람을 조금이라도 받아들이려고 안간힘을 썼다.

다만 김 씨처럼 혼자 사는 경우엔 에어컨 지원이 다소 뒷순위로 밀릴 수 있다. 무더위 쉼터를 운영하는 상담소를 방문하는 것도 대안이지만 김 씨처럼 다리가 불편한 고령층은 상대적으로 이용에 어려움을 겪었다.

김 씨는 "2022년 설치한 에어컨이 망가져서 4년간 에어컨 없이 버텼다. 다행히 상담소 측에서 올해 여름에 에어컨을 설치해 주기로 했다"고 했다.

이 밖에도 쪽방촌 주변에는 영등포 보현종합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찾아가는 이동목욕차' 트럭도 볼 수 있었다. 1인용 샤워부스에서 나온 한 50대 남성은 수건으로 머리를 말렸다. 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이용객 40%는 쪽방촌 거주민이고, 60%는 노숙자 등 외부인이다.

쪽방 상담소 역시 샤워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인근 사우나와 업무 협약을 맺고 이용권을 주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상담소 관계자는 "쪽방촌 거주민 90%가량은 1인 가구로 연고가 없으신 분들"이라며 "서울시 위탁을 받은 상담소는 상시 순찰을 통해 주민들의 온열질환과 생활환경 등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서울 전역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지면서 서울시 역시 폭염 대응 수위를 높였다. 24개 자치구 청사를 무더위 대피 공간으로 24시간 개방하고, 폭염 종합지원상황실을 중심으로 취약계층 보호와 현장 안전관리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legomast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