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롱 피해' 광주일고 감독 "배재고 학생들, 성숙해지는 계기 됐으면"

'스벅 가야지' 응원 논란…"동요 않고 경기 마친 제자들 고마워"
"배재고도 계속 야구할 후배들…커지지 않고 잘 마무리됐으면"

29일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배재고와 광주제일고의 경기에서 배재고 선수들이 덕아웃에서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구호를 섞은 응원가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지난달 29일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에선 배재고의 지역 비하성 응원이 큰 논란이 됐다. 호남 지역 야구부인 광주제일고를 상대로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 등을 언급하면서 큰 지탄을 받았다.

상대 팀의 조롱 응원을 더그아웃에서 지켜봤던 조윤채 광주일고 감독은 자신의 제자들을 향해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전하면서도, 배재고 학생들도 성숙해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진심을 보였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는 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제11차 스포츠공정위원회'를 긴급 개최하고, 지난달 29일 청룡기 광주일고와의 경기 도중 부적절한 응원 구호를 연호한 배재고에 대해 전국대회 출전정지 6개월의 징계를 결정했다.

이날 공정위에 출석해 의견을 진술한 조윤채 감독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사실 우리에게 '피해자'라고 말씀하시지만, 너무 많은 관심이 조금은 버겁기도 하다"면서 "선수들 역시 심적으로 동요할 수밖에 없는데, 그래도 잘 추스르고 다음 대회를 준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논란의 구호가 나온 건 8회초였다. 2-6으로 뒤지면서 패색이 짙은 상황이었는데 상대편 더그아웃에서 믿기 힘든 내용의 응원이 나왔다.

김대중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감이 취임 첫 날인 1일 광주제일고등학교를 방문해 배재고와의 경기에서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탱크데이" 등 지역비하 발언을 들은 야구부 선수들을 위로하고 있다.(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청 제공. 재배포 및 DB 금지)

조 감독은 "우리 팀 수석코치가 화를 내면서 상황을 알게 됐는데, 일단은 선수들을 불러 모아서 '동요하지 말고 경기를 잘 마무리하자'고 했다"고 했다.

이어 "오랜 시간 야구계에 몸담았고 고교야구도 경험했지만 이런 식의 비하는 처음 겪어봤다"면서 "물론 고교야구의 특성상 상대를 비난하거나 놀리는 식의 응원은 용인됐지만, 이런 부분은 본 적이 없다. 우리가 광주 지역 학교라는 이유로 이런 조롱을 당해야 한다는 게 안타까웠다"고 덧붙였다.

광주일고는 결국 2-7로 패해 청룡기 1회전에서 탈락했지만, 사건은 일파만파 커졌다.

조 감독은 "이기고 지는 건 두 번째 문제"라며 "페어플레이와 스포츠맨십 같은 덕목 또한 어린 나이 때부터 갖춰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우리 선수들에게도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 한번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린 선수들이 충격이 작지 않았을 텐데, 그런 상황에서도 끝까지 잘 참고 경기해 준 선수들에게 고마운 마음도 전하고 싶다"고 했다.

논란의 당사자인 배재고 학생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도 전했다. 배재고는 이번 일로 전국대회 6개월 출전 정지의 중징계를 받았고, 이로 인해 청룡기 몰수패는 물론, 대통령배(7월), 봉황대기(8월), 전국체전(10월)까지 올 시즌 굵직한 대회를 모두 나설 수 없게 됐다.

1일 오후 서울 강동구 배재고등학교 정문 앞에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 2026.7.1 ⓒ 뉴스1 김진환 기자

졸업을 앞둔 3학년 선수들에겐 엄청난 타격일 수밖에 없다. 프로 진출을 앞두고 자신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됐기 때문이다.

LG 트윈스에서 스카우트로 일한 경험도 있는 조 감독은 "이번 일이 배재고 선수들에게 무조건 영향이 갈 수밖에 없다"면서 "프로 구단에서 단지 실력만 보고 뽑는 게 아니다. 당장 9월에 열릴 신인 드래프트에서 배재고 선수를 뽑을 팀은 큰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했다.

그는 "프로 진출만 바라보고 달려온 선수들의 입장에선 앞이 막막할 수밖에 없다"면서 "어린 선수들이 잘못 판단했더라도 지도자들이 잘 잡아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조 감독은 "배재고 선수들도 계속 야구할 선수들이고, 나에겐 야구계 어린 후배이기도 하다"면서 "이번 일을 많은 부분을 돌이켜보고 스스로 느끼면서 성숙해지는 소중한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어찌 됐든 우리는 많은 분들이 감싸주시지만, 배재고는 큰 징계도 받았다. 일이 더 이상 커지지 않고 잘 마무리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