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때까지 재가 될 때까지 태워줄게"…3년 '태움' 세상 떠난 27세 간호사
- 김학진 기자

(서울=뉴스1) 김학진 기자 = 3년 가까이 '태움'에 시달리던 20대 간호사가 끝내 세상을 떠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29일 MBC에 따르면 간호사 K 씨(27)는 간호사 생활을 시작한 직후부터 선배들의 지속적인 '태움'에 시달렸다. '태움'은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말로, 선배 간호사가 신입 간호사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괴롭히는 악습을 뜻한다.
유족에 따르면 K 씨는 동료들이 있는 자리에서 한 선배로부터 "죽을 때까지 태울 수 있다"는 말까지 듣는 등 사망하기 직전까지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K 씨의 어머니는 "근무를 마치고 방에서 그 이야기를 하면서 정말 엄청 오열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세상을 떠난 K 씨가 남긴 일기장에도 태움으로 인한 고통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인사를 안 받는다. 불리한 일이 생길까 안 받는 인사를 열심히 했다', '하루하루 지옥 같다. 하지만 그만두면 월세를 못 낸다. 그 지옥으로 계속 뛰어들어야 한다'는 내용들이 당시 K 씨가 겪고 있던 참담했던 일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어머니는 "딸이 '내가 좀 더 열심히 하고 선배에게도 살갑게 굴면 달라지지 않을까. 엄마, 나 좀 더 참아볼게. 버텨볼게'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결국 K 씨는 지난해 4월 병원을 퇴사한 뒤 고용노동부에 직장 내 괴롭힘 진정을 제기했지만 노동부는 K 씨가 지목한 가해자 3명 가운데 1명에 대해서만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했다.
하지만 병원 측의 처분은 해당 1명에 대한 '훈계' 처분이 전부였고, 나머지 2명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은 가해자로 지목된 직원들이 여전히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뒤 K 씨가 큰 절망감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강 씨는 결국 이달 초 세상을 떠났다.
K 씨 어머니는 "저희 아이는 이제 일상이 언제부터 잃어버린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이제 다시 시작할 수도 없다"고 눈물을 흘렸다.
이에 병원 측은 "피해자에게 부서 이동을 제안했지만 본인이 원하지 않았다"며 "고용노동부 시정지시 내용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한편 2018년 간호사의 '태움' 사망 사건 이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강화됐지만, 현장에서는 보복 우려와 조직 문화 등의 이유로 신고가 쉽지 않아 악습이 반복되고 있다.
khj8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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