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향한 분노 '비판' 넘어 '집단 조롱'…"인신공격, 또 다른 가해"

"축구계 거듭나기 위한 건설적 논의 필요한 때"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 진출 실패의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힌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 (공동취재) 2026.6.30 ⓒ 뉴스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강서연 기자 =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32강 진출 실패와 관련해 홍명보 감독에 대한 분노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경기 운영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넘어서 홍 감독 개인에 대한 조롱과 협박으로까지 이어지며 본질적 논의를 흐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경찰에 따르면 인천공항경찰단은 이날 홍 감독과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단 입국 시간에 맞춰 인천경찰청 소속 기동대 3개 제대와 공항경찰단 인력 등 총 110여 명을 인천국제공항에 배치했다.

스포츠를 둘러싼 논란이 경기장 안팎의 비판을 넘어 공권력이 동원되는 상황으로까지 번진 셈이다.

이는 최근 홍 감독을 향한 분노가 과열되며 온라인상에 홍 감독을 겨냥한 살해 협박 글이 게시되기도 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 28일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에는 "내가 총대 메고 홍명보 XXX 살해하겠다"는 제목의 게시물이 게시됐다. 해당 게시글은 현재는 삭제된 상태다.

홍 감독 입국을 앞두고는 홍 감독을 향해 계란을 던지겠다는 취지의 글이나 그를 비난하는 내용을 담은 인공지능(AI) 영상 등도 등장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홍 감독이 귀국하면 살해 협박을 당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글도 올라왔다.

이날 입국 현장에는 다수의 유튜버가 찾아 대표팀 도착 전부터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현장에서는 특별한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일부 팬들은 "홍명보 나가"를 외치며 분노를 표출했다.

이후 정몽규 대한축구협회(KFA) 회장이 모습을 드러내자, 일부 팬들은 '개껌'을 던지기도 했다.

이 밖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홍명보는 출입 금지'라는 안내문을 붙인 식당·카페·편의점 사진이 잇따라 공유되고 있다.

최근 한 편의점 출입문에 '홍명보는 출입 금지'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은 사진이 퍼지며 화제가 됐다. 한 시내버스 앞문에 '홍명보 탑승 금지! 승차 거부!'라고 적힌 종이가 부착된 모습도 온라인에서 확산하며 눈길을 끌었다.

경기력이나 전술에 대한 합리적 수준의 비판을 넘어, 개인의 분노를 조롱 섞인 일종의 '밈'으로 소비하는 모양새다.

온라인상 비난이나 인신공격이 과도할 경우, 명예훼손 또는 모욕 등 형사상 문제로 이어질 여지도 있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과하다'라는 것"이라며 "축구 전략·전술에 대한 아쉬움으로 어느 정도 비판받을 수 있겠지만, '홍명보는 들어오면 안 된다'는 식은 지나친 측면이 있다"고 했다.

허 교수는 홍 감독을 향한 협박에 대해서는 "공인이 감당해야 할 무게라는 건 있고, 정당한 비판은 수용해야겠지만 그 범위를 넘어 가족을 비하하거나, 홍 감독 인격 자체를 공격하는 것은 지나친 반응"이라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물론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하고, 원인도 파악해 미비한 점을 고쳐나가는 과정도 필요하다"면서 "집단으로 한 개인을 지나치게 몰아가기보다는, 축구계가 다시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면서 4년 후를 기약하는 발전적·건설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이나 비방성 밈이 확산하는 것은 또 다른 가해가 될 수 있다"며 "지금은 잘못을 보완하고 앞으로 어떻게 더 나아질지를 고민하는, 보다 건설적인 방향의 논의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ks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