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기상" "출근 중" 2초 영상으로 일상 공유…2030 '셋로그' 유행
보정·편집 없이 일상 나눠…"피로감·의무감 없는 소통"
폐쇄형 SNS에 숏폼 결합…"연락 안해도 부담 없어"
- 신윤하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나 기상. 신문 읽기 시작"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대학생 김미현 씨(25·여)는 친구 3명과 최근 셋로그(SETLOG)를 시작했다. 정해진 시간마다 2초씩 영상을 찍어 같은 시간대에 서로 뭐 하는지를 볼 수 있다. 하루가 끝나면 각자의 영상이 하나의 우정 브이로그 형태로 완성된다.
김 씨는 "이제 취준생, 사회초년생, 대학생으로 서로 생활이 달라지다 보니 자주 만나기는 힘들지만 계속 일상을 듣고 친하게 지내고자 셋로그를 시작했다"며 "계속 대화를 해야 하는 카카오톡이나, 각 잡고 사진을 올리는 인스타그램 등 SNS보다 부담이 적다"고 말했다.
25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Z세대를 중심으로 소규모로 자신의 일상을 정해진 시간마다 공유하는 '셋로그' 애플리케이션(어플)이 유행이다. 불특정다수에게 자신을 노출하는 SNS에 피로감을 느껴 소수의 사람들과 일상을 나누는 폐쇄형 SNS를 찾는 Z세대의 트렌드가 반영됐단 분석이 나온다.
셋로그는 소수의 친구를 모은 단체방에서 1시간마다 한 번씩 알람이 울릴 때마다 2초가량의 짧은 영상으로 자신이 하고 있는 일, 보고 있는 풍경 등을 찍어서 올리는 애플리케이션이다. 대단한 연출이나 편집 없이 그냥 출근길, 점심 식사 메뉴, 운동하는 모습 등 일상을 기록하는 게 핵심이다. 하루가 끝나면 그날 각자가 매시간 찍은 영상들이 연이어 재생되며 하나의 '브이로그' 형태가 된다.
셋로그는 지난해 12월 25일 처음 출시된 후 이달 초부터 애플 앱스토어 소셜 네트워킹 부문 인기 순위에서 상위권을 기록했다. 24일 기준 애플 앱스토어 소셜네트워킹 무료 다운로드 인기 순위 1위를 기록했다. 인기에 힘입어 안드로이드 버전도 지난 23일 플레이스토어에 출시됐다.
셋로그를 이용하는 20·30 세대는 '부담감이 적다'는 점을 셋로그의 장점으로 들었다. 좋은 공간에서 잘 나온 사진을 연출해 보정해서 올리는 인스타그램이나, 긴 글 중심의 스레드와는 달리 짧은 영상을 찍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최근 셋로그를 시작한 구 모 씨(26·여)는 "인스타그램은 여러 사람들한테 내보이는 나의 포트폴리오같은 느낌이 된지 오래라 게시물 하나를 올릴 때마다 어떤 문구가 적합할지, 어떤 사진이 게시물 첫 장에 배치돼야 할지 고민이 든다"며 "셋로그는 그냥 친구들이랑 가볍게 서로 뭐 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느낌이라 거부감이나 부담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게시물을 불특정다수에게 내보이는 다른 SNS와는 달리 적은 수의 지인들과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는 개념으로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인 것도 인기 요인이다. 카카오톡이나 DM처럼 답장의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큰 부담없이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기도 하다.
이달부터 셋로그를 사용하기 시작한 이 모 씨(28·여)는 "평소 카카오톡이든 문자 메시지 등으로 일부러 연락하고, 답장하는 걸 귀찮아하는 편이라서 친구들이랑 꾸준히 연락을 지속하기가 힘들었다"며 "셋로그는 친구들한테 일부러 연락하지 않아도 서로 뭐 하는지를 알 수 있고 답장이나 이모티콘으로 반응할 수 있으니 좋다"고 말했다.
셋로그 개발팀은 최대한 부담 없이 일상을 자연스럽게 나누는 플랫폼을 개발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셋로그 개발팀은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요즘의 소통 앱들은 편리해 보이지만 막상 쓰다 보면 피로감이나 의무감을 주는 경우가 많고, 가깝게 연결된다는 감각보다는 답해야 할 것 같은 부담이 있다"며 "저희는 관계의 거리감을 좁히는 경험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개발팀은 "현재 매일 2700만 개의 셋로그 영상이 올라오고 있고, 그 규모도 매일 계속 커지고 있다"며 "사용자분들이 셋로그를 각자의 방식으로 창의적으로 활용하고, 그 안에서 즐겁게 사용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큰 영감이 된다"고 덧붙였다.
소수의 지인과 자연스러운 일상을 공유하는 어플이 유행한 게 셋로그가 처음은 아니다. 알림이 뜨면 전·후면 카메라로 보정 없는 일상을 공유하는 '비리얼', 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위젯으로 지인들의 실시간 사진을 볼 수 있는 '로켓' 등이 이미 인기를 얻은 바 있다.
전문가는 셋로그가 기존의 폐쇄형 SNS에 요즘 유행하는 숏폼 트렌드까지 접목시키면서 Z세대에게 소구했다고 분석했다. SNS에 대한 피로감은 줄이면서 영상 매체를 통한 재미는 추가시켰다는 것이다.
이수진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내가 일상을 공개할 수 있는 범위를 설정해서 폐쇄성은 지니면서 순간순간 그대로의 모습을 올리도록 하는 게 Z세대를 사로잡았다"며 "또한 억지로 편집할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브이로그를 기록할 수 있다는 점도 요즘 Z세대가 좋아할 만한 요소"라고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1시간마다 전화해서 서로의 일상을 알리면 피곤할 수밖에 없지만, 각자 영상을 통해 서로 뭘 하고 있는지를 알게 되면 이런 부담이 덜하다"며 "요즘은 개개인이 자신의 일을 하면서도 타인과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걸 선호하는 게 하나의 트렌드"라고 설명했다.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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