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달러 당근해요"…중고마켓 개인간 외화 거래 괜찮을까

환율 급등에 당근 외화 거래 확산세
환치기 등 '매매차익 목적' 환전 인정되면 처벌 가능

중고거래 플랫폼에 올라온 달러화 판매 게시글 갈무리.

(서울=뉴스1) 권진영 유채연 기자

"미국 달러 지폐 5000달러 판매해요."

달러 강세 여파로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는 최근 가치가 뛴 달러나 엔화를 팔겠다는 이같은 글이 속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개인 간 환전의 경우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주의를 당부했다.

3일 환율시장에 따르면 미국·이란 전쟁으로 인한 중동 위기가 조기에 불식될 가능성이 줄어든 가운데 2일 기준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일 주간종가(오후 3시 30분) 대비 18.4원 오른 1519.7원으로 마감했다.

이런 달러 강세 여파는 중고시장에까지 미치고 있다. 서울 서초구 서초 4동에서 반경 2㎞ 이내 달러화 판매 게시글은 20건이 넘으며 엔화·대만 달러·호주 달러 등을 포함하면 매물은 더 늘어난다.

판매자들은 주로 거래일 기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뜬 고시환율을 환전 지표로 제시했다. 환전 금액은 수십 달러 수준의 소액부터 수천 달러까지 천차만별이다.

당근마켓은 '외화 거래 시 주의 사항' 가이드라인을 통해 1000달러(USD) 이상의 외화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또 외화 거래를 가장한 보이스피싱 범죄자금 세탁 가능성 등에 대해서도 안내하고 있다. 단 직접 공지를 찾아보지 않는 이상 일반 이용자들이 이 내용을 숙지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실제 게시글 중엔 판매자가 1000달러 이상 금액 환전을 제시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발견됐다. 일부 구매희망자 중에서는 "1450원에 달러 다 산다. (본인 판매가보다 네고 생각 있으신 분도 환영)"이라며 한도 없는 구매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외국환거래규정 예외거래 규정에 따르면 국내 거주자가 매매차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건당 미화 5000달러 이내 금액을 수령할 경우는 한국은행(한은)에 신고할 의무가 없다.

눈여겨볼 부분은 '매매차익 목적'이다. 한은은 '매매차익 목적'의 기준과 관련해 '환율 상승으로 인한 차익을 보기 위해 매수하는 투기적 거래는 매매차익 목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한 바 있다.

개인 간 외환매매 신고 의무를 위반하거나 무등록 외국환업무로 간주될 경우, 과태료와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외국환거래법에 따라 불법 환치기 행위가 인정될 경우 3년 이하 징역형 또는 3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2일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 올라온 외화 판매 및 구매 글 목록 갈무리.

당근마켓 관계자는 "화폐 거래 자체가 불법인 것은 아니다"라며 "내부 정책을 어기는 게시글이 올라오면 최대한 확인되는 즉시 미노출 처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거래 금지 품목을 올린 이용자는 빈도수 등에 따라 정지 조처하고 있다. 플랫폼 내 모든 거래에 대해 만약 피해가 발생할 경우 수사 기관과 협조 및 공조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는 지금 당장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거래되는 외환 규모가 외환시장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 정부 차원에서 꾸준히 동향을 파악할 필요는 있다고 지적했다.

정세은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환전 수수료를 안 내는 정도의 이득을 얻으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동향 파악은 하되, 그 규모가 커지게 된다면 어느 수준 이상에서는 은행 등 환전 허가를 받은 환전소에서 환전하도록 유도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공인 기관을 거치지 않은 개인 간 환전의 경우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주의를 당부했다. 정 교수는 "머니 론더링(자금 세탁)에 이용될 수 있다. 보이스피싱 등을 통해 범죄자금을 외국 돈으로 환전해서 가지고 나갈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 들여다봐야 하는 것도 있다"고 했다.

한은 관계자는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한 환전 거래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realk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