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조용한 국회·영원한 우정"…강추위 뚫은 남산 해돋이 인파

서울 남산 팔각정 일대 2026년 새해 해돋이 인파 몰려
취업·학업 등 각양각색 소망 속 1순위는 '가족 건강'

병오년(丙午年) 새해 첫날인 1일 서울 남산에서 시민들이 일출을 바라보고 있다. ⓒ News1 이호윤 기자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오 뜬다! 뜬다!

2026년 1월 1일 오전 7시 51분. 서울 중구 남산 팔각정에 모인 시민들은 용광로에서 갓 뿜어져 나온 쇳물과 같이 붉은 태양이 서울 동남쪽 하늘에서 모습을 드러내자 환호하며 연신 휴대전화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시민 중 일부는 2025년을 뒤로 한 채 새출발을 기대하는 듯 눈을 꼭 감고 기도했다. 또 다른 시민들은 일행과 악수하거나 포옹하며 새해 인사를 나눴다.

서울 남산 일대의 이날 오전 6시 기준 온도는 영하 12도, 체감온도는 영하 19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럼에도 젊은 부부는 곤히 잠든 아기를 품에 안은 채, 20·30대 청년들은 친구나 연인과 함께, 노부부는 서로의 손을 꼭 맞잡고 백범광장에서부터 걸어 올라왔다.

오전 6시 30분쯤 서울 동남쪽 하늘이 점차 붉게 물들자, 남산 팔각정에는 2026년의 첫 해 오름을 보기 위한 구름 인파가 모였다. 특히, 조금이라도 선명하게 해돋이를 보기 위해 남산타워 동쪽 한양도성 성곽길과 남산타워 플라자 전망대에 사람이 몰렸다.

1일 오전 6시 30분 2026년 첫 해돋이를 보기 위해 서울 중구 남산 팔각정에 시민들이 모여있다. 2026.1.1./ⓒ 뉴스1 김기성 기자

경기도 고양시 백신고등학교에 다니는 안 모 군(19)은 8명의 친구와 함께 성인이 된 기념으로 술 한 잔을 기울이고 즉흥적으로 남산타워를 찾았다며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안 군은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서 스포츠의학 공부를 시작한다.

안 군은 "다행히 원하는 학과에 진학했다. 대학에 가서 적응도 잘하고 새해에는 하고 싶은 일들이 모두 잘 됐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가족들이 건강했으면 좋겠다"라며 "MT나 CC(캠퍼스 커플·학내 연애)를 해보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어 그는 자신과 함께 남산을 찾은 친구들을 향해 "영원한 것은 없다지만 우리의 우정만큼은 영원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쑥스러움을 감추지 못했고, 친구들은 웃음으로 화답했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고등학생 김 모 양(18)은 언니와 부모님, 그리고 반려견 '두리'와 함께 했다. 김 양은 "지난해 고등학교에 입학해 학교생활과 공부에 있어서 아쉬운 부분이 많았지만, 한 해를 보내면서 많은 걸 배웠다"면서 "올해는 친구도 더 많이 사귀고 성적도 더 높이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학을 졸업한 김 양의 언니(26)는 "병오년의 '병(丙)'과 '오(午)'가 모두 붉은 색이고 해도 붉은데, 붉고 밝은 기운 잔뜩 받고 가면 무엇이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가족들에게 처음으로 해돋이를 보러 가자고 제안해 오게 됐다"며 "가족 모두 건강했으면 좋겠고 부모님이 조금만 더 믿고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졸업 이후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방황도 하고 많이 불안했던 것 같다. 하지만 불안하면 아무것도 못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무엇이든 일단 해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올해 취업을 준비해 보려고 한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경기도 광주에 사는 이 모 씨(74·여)는 남편, 아들과 함께 1시간을 넘게 달려 남산을 찾았다. 이 씨는 "21살 때 서울에 와봤지만 남산에 온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새해 해돋이를 보고 싶어 가족과 함께 왔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새해 소원으로 "그간 힘들게 살아온 여동생이 많이 아파 걱정이다. 남은 인생 잘 걸어 다니면서 건강하게 살았으면 하는 것이 내 간절한 소망"이라며 "가족들 건강하고, 나라가 좀 잠잠했으면 좋겠고, 국회에서 그만 좀 싸우고 국민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해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병오년(丙午年) 새해 첫날인 1일 서울 남산에서 시민들이 일출을 기다리고 있다. ⓒ News1 이호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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