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정부와 밀착관계' 바랐던 통일교…尹과 독대 재구성

윤영호 '국가단위 프로젝트' 제안…尹 "재임기간 내 하겠다"
대통령실 이전에도 "의미 깊다"던 한학자 의중 반영 됐나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2년 2월 13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신분으로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 만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특검 수사 등에 따르면 당시 면담은 통일교의 주선으로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2022.2.13/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국가, 정부와의 밀착관계"

지난 2022년 3월 22일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만나고 돌아온 윤영호 통일교 세계본부장(현재 면직)은 한학자 통일교 총재에게 상황을 보고하는 문서에 이렇게 적었다.

소위 'TM(Trumather, 참어머니)'보고서라고 알려진 이 문서에는 당시 면담 결과에 대해 '21개월 노정 마무리' '신통일한국 안착기반 조성' '신통일세계 출발'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31일 뉴스1은 TM보고서와 윤 전 본부장이 2022년 4월 통일교 간부들 앞에서 발표한 녹취록, 통일교 관련 특검의 수사기록 등을 종합해 당시 면담이 어떻게 이뤄졌고 어떤 대화가 오고 갔는지 재구성해 봤다.

윤 전 본부장은 현재 김건희·명태균·건진법사 국정농단 및 불법 선거 개입 사건에 연루돼 김건희 특검으로부터 업무상 횡령,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또 한학자 총재의 지시로 정치권에 전방위적 불법 로비 활동을 벌인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기도 하다.

통일교, 윤석열에 행사 참석 요청하며 대선 지지 활동 제안

독대는 윤 전 본부장과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의 접촉을 통해 마련됐다. 윤 전 본부장과 권 의원은 통일교 관련 매체인 세계일보 부회장 A 씨를 통해 2021년 12월 29일 처음 만났다.

특검에 의해 기소된 권성동 의원의 공소장을 보면 당시 윤 전 본부장은 2022년 개최되는 교단 행사인 '한반도 평화서밋'에 당시 대선 후보였던 윤 전 대통령이 참석하길 희망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통일교가 대선에서 신도들의 조직적인 투표에 더해 재정적 지원을 해줄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후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시절인 2022년 2월 통일교 측의 주재로 열린 한반도 평화서밋에 참석차 방한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을 만났다.

계속해 권 의원의 공소장에는 통일교의 조직적인 지원 활동을 바탕으로 윤 전 대통령이 당선됐으며, 권 의원이 답례차 2022년 3월 경기 가평군 통일교 '천정궁'을 방문해 한학자 총재를 만났다고 나와 있다.

이때 권 의원은 한 총재에게 대통령 당선 축하 인사를 받고 윤 전 본부장을 데리고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로 향했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2025.7.30/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윤석열 독대 '끝이 아닌 시작'…국가 단위 프로젝트 만들어야

2022년 4월 녹음된 녹취록에서 윤 전 본부장은 윤 전 대통령에게 통일교가 대선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된 계기에 대해 설명했다고 말했다.

녹취 내용을 종합하면 윤 전 본부장은 윤 전 대통령을 만나 "저희가 단 한번도 이렇게 위정자를 뽑는 과정에 개입된 적이 없다. 그런데 이번에 이렇게 하는 것은 정말 하늘의 음성을 듣는 하늘의 지도자가 나와야 되기 때문에 이렇게 (한학자) 총재님께서 고민하셨고 저는 제 나름의 일송정에서 본 계시가 있습니다"라는 취지를 전했다.

이어 윤 전 본부장은 윤 전 대통령 당선을 위해 교단이 펼쳤던 활동의 '결과물'도 이야기했다며 한학자 총재가 준 '선물'도 전달했다고 밝혔다.

윤 전 본부장은 윤 전 대통령과의 만남을 두고 "이게 끝이 아닌 출발"이라고 말하며 "정부와 함께할 수 있는 국가 단위 프로젝(트), 이게 60개월 안에 만들어져야 2027년에 신통일 한국 안착 기반 조성이 아닌 신통일 한국 안착이 된다고 저는 믿는다"고 말했다.

윤 정부 출범으로 통일교 교단과 대통령실 사이에 연결고리가 만들어지면서 교단의 현안들을 국가 단위로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스스로 평가한 것이다.

윤영호 제안 받은 윤석열 "재임 기간에 하면 좋겠다"

더불어 윤 전 본부장은 윤 전 대통령이 통일교 교리와 창시자인 문선명 총재 등의 신상에 대해 관심을 보이며 자신에 대한 통일교 측 지원에 대한 감사의 표시와 함께 통일교 사업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말하기도 했다.

녹취에서 윤 전 본부장은 "제가 국가 간의 프로젝(트)을 제안했고, 저한테 하신 이야기가 '재임 기간에 하면 좋겠고 언제든 길을 열어 놓을 테니까 만나면 좋겠다'(였다)"고 전했다.

이 국가 간 '프로젝트'에 대해 특검이 작성한 윤 전 본부장의 공소장에는 "제5유엔사무국 설치 및 아프리카 유니언 행사 비용을 ODA(공적개발원조) 방식으로 활용하게 해달라"는 등의 각종 통일교 관련 사업이 담겼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6월 4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4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공동언론발표에서 무함마드 울드 가주아니 모리타니아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6.4/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실제 면담 이후 외교부가 작성한 국정과제 이행 계획서에는 아프리카 ODA 규모를 2배 이상 늘린다는 계획이 담겼고 2024년 6월 윤 전 대통령은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아프리카 ODA 규모를 2030년까지 100억 달러로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

TM보고서 내에도 이 당시 상황에 대해 "윤본에게 어떤 한 부분을 맡기겠다. 국가프로젝(트) 제안. 향후 논의하자. 재임기간 안에 하자"라는 메모가 담겼다. 윤 전 대통령이 윤 전 본부장의 제안을 받고 함께 일을 하자는 취지의 대화를 나눴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이어 TM보고서에는 윤 전 대통령이 윤 전 본부장에게 "시간이 허락될 때 만나고 싶고, 권(성동)을 통해 언제든 연락하라"는 메시지를 전한 내용도 담겼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에 한학자 총재 "정말 의미 깊고 좋은 것"

한편 이날 만남에서 두 사람은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 문제에 대해서도 이야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TM보고서에는 윤 전 본부장이 이날 윤 전 대통령에게 참어머님의 의중을 전했다고 적혀 있다.

TM보고서에 담긴 2022년 5월 12일 통일교 간부의 서신보고를 보면 한학자 총재가 교단 간부들에게 "대통령부가 청파동과 한남동, 세계일보 본사 빌딩이 있는 용산구로 이전한 것은 '왕의 산'이라는 용산구로 옮겨 온 것은 정말 의미 깊고 좋은 것이다"라고 말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통일교가 대통령실 이전과 관련해 어떤 영향력을 행사했는지에 대해서도 향후 조사를 통해 밝혀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potgu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