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럴·구세군·신세계 파사드…"성탄 전야, 명동 오니 설레요"

"연말 정취 느끼러 왔다"…60대 엄마도 20대 커플도 발길 북적
노점상 특수에 "바빠도 좋아"…안전요원은 "거리 유지" 긴장감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 구세군 자선냄비가 놓여 있다. 2025.12.24/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권준언 유채연 기자 = 성탄 전야인 24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 앞에서는 '구세군과 함께하는 거리 공연'이 열렸다. 크리스마스트리를 배경으로 캐럴과 가요가 번갈아 울려 퍼졌고, 딸랑거리는 구세군 종소리가 성탄절이 왔음을 알렸다. 발걸음을 멈춘 시민들이 구세군 냄비에 기부금을 넣자, 구세군 관계자들은 고개를 숙여 인사하며 '네잎클로버'를 건넸다.

서울 용산구에서 온 정복순 씨(68·여)는 30년지기 동갑내기 친구 김두심 씨와 나란히 서서 공연을 지켜봤다. 잠시 후 구세군 냄비에 지폐 몇 장을 넣은 정 씨는 "항상 이맘때면 연말 정취도 느낄 겸 여기(명동)에 놀러 온다"며 "오늘은 근처에서 저녁을 먹고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경기 화성에서 온 엄 모 씨(29·여)는 남자 친구와 함께 공연을 지켜봤다. 엄 씨는 "어릴 때는 동네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났는데 요즘은 이런 번화가에 와야 연말 정취가 느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구세군 냄비에 기부금을 넣은 엄 씨는 "1년에 한 번, 얼마 안 되더라도 봉사하는 마음으로 기부하려고 한다"며 이내 명동성당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2025.12.24/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거리 상인들도 '성탄절 특수'를 맞아 분주하게 손을 놀렸다. 인파로 가득 찬 거리에서는 노점마다 관광객과 시민들이 줄을 섰고, 붕어빵을 비롯한 길거리 음식을 한 손에 든 채 오가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눈에 띄었다.

분식 노점을 운영하는 안 모 씨(60대·여)는 "작년 성탄절에는 다들 여의도로 가 있어서 사람이 아예 없었다"며 "매출은 저녁이 돼야 알겠지만 주말보다는 사람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웃으며 "이런 날은 인터뷰하기 어렵다"고 덧붙인 뒤, 쉴 새 없이 손을 움직이며 주문을 받아냈다.

이날 오후 4시 40분부터는 '성탄절 핫플레이스'로 꼽히는 신세계백화점 본점 미디어파사드를 보기 위해 길 건너편 서울 중앙우체국 앞에 수백 명의 인파가 몰렸다. 인파가 빠르게 불어나자 안내요원들은 "안쪽부터 채워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외치며 안전 관리에 나섰다. 대부분은 쌀쌀한 날씨에 목도리와 모자 등으로 중무장한 상태였다.

대구에서 성탄절을 기념해 서울로 여행을 왔다는 정원정 씨(35·여)는 파사드가 시작되기 약 40분 전인 오후 4시 20분부터 자리를 지켰다. 정 씨는 설레는 표정으로 "워낙 유명하기도 하고, 명동에 온 김에 시간 맞춰서 보고 가려고 한다"며 "다 보고 저녁까지 있다가 다시 대구로 내려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인과 함께 이곳을 찾은 김 모 씨(43·여)는 "명동에 쇼핑을 왔다가 겸사겸사 구경하러 왔다"며 "예쁠 것 같아 기대된다"고 웃었다. 작년에 이어 아내와 함께 구경을 왔다는 오 모 씨(63·남)도 "화면 자체가 이렇게 큰 곳도 없고, 작년에 와 보니 화면이 생동감이 있어서 추억도 남길 겸 다시 찾았다"고 했다.

파사드 영상이 재생되자 곳곳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고, 시민들은 저마다 스마트폰과 카메라를 들어 올린 채 화면에 시선을 고정했다. 경기 고양에서 온 강 모 씨(73·여)는 "일상에서 벗어나 단조로운 겨울에 이런 이벤트가 있어서 좋다"고 했다. 강 씨는 이후 광화문에서 열리는 미디어파사드 쇼에도 갈 예정이라고 했다.

한편 서울시 도시데이터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 신세계백화점 본점이 위치한 '남대문시장' 일대의 혼잡도는 '붐빔', 명동 관광특구 일대는 '약간 붐빔'으로 인구밀도가 높은 구간에서는 도보 이동 시 부딪힘이 발생할 수 있는 수준이다.

성탄절 이브인 24일 저녁 서울 중구 명동 서울중앙우체국 앞은 신세계백화점 미디어파사드를 보기 위해 몰린 인파로 북적였다. 2025.12.24/뉴스1 ⓒ News1 유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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