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간녀 데려와 '한집살림'…평생 외도한 아빠 "네 혼주석에 여친 앉히겠다"

(JTBC '사건반장' 갈무리)

(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30년 전의 기억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는 40대 여성 A 씨의 사연에 안타까움이 이어졌다.

22일 JTBC '사건반장'을 통해 A 씨는 "열 살 때의 기억이 지금까지도 나를 괴롭히고 있다"라며 가정사를 털어놨다.

A 씨에 따르면 10살 무렵 아빠가 사촌 여동생이라는 사람을 집에 데리고 왔다. 그러면서 "아빠의 여동생인데 미용학원을 다닐 건데 자격증 딸 때까지만 우리 집에서 같이 살자"라고 통보했다.

외동딸이었던 A 씨는 그녀를 잘 따랐다. 그런데 한 6개월쯤 지난 어느 날 집에 들어왔더니 엄마는 거실에서 펑펑 울고 있었고 아빠는 집안 물건을 던지며 화를 내고 있었다.

그날 이후 사촌 여동생이라는 여성은 집에서 보이지 않았다. 대신 집안은 매일 전쟁터가 됐다.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아직도 그 여자 만나냐"면서 소리를 질렀고 아버지는 그때마다 욕설과 함께 물건을 집어 던졌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여성은 아버지의 상간녀였다. 아버지는 상간녀를 집에 데리고 들어와 한집살이를 했던 것.

결국 부모님은 이혼했고, A 씨는 엄마와 단둘이 살게 됐다.

어머니는 재봉사 일, 파출부, 식당 주방 일 등 온갖 일을 전전하며 홀로 A 씨를 키웠다.

(JTBC '사건반장' 갈무리)

그런데도 아버지는 도무지 정신을 못 차렸다. 같은 동네에 살면서 여러 여성과 동거 생활을 이어갔다. 그 과정에서 A 씨와 길에서 마주친 적도 있었다.

크게 상처받은 A 씨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우울증을 겪기 시작했다. 정신과 의사에게 입원을 권유받을 정도였다.

A 씨가 결혼을 앞둔 어느 날에도 문제가 터졌다. 아버지는 혼주석에 여자친구를 앉히겠다고 나섰다.

A 씨와 어머니가 강하게 반발하자 아버지는 "셋이 앉자"는 얼토당토않은 말을 했다. A 씨가 "결혼식 엎겠다"고 선언하자 한발 물러섰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어머니와 이혼한 지 30년 정도 지났을 때 아버지는 다시 어머니를 찾아와 재결합하겠다고 했다. 엄마도 처음에는 반대하다가 끈질기게 따라다니자 재결합을 받아들였다.

A 씨는 이런 결정이 실망스러워 엄마와도 1년간 연락을 끊었다. 그로부터 1년 뒤 A 씨는 180㎝ 정도에 몸도 좋았던 아버지가 휠체어에 탄 채 어머니와 산책을 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재결합 3개월 만에 아버지에게 암이 발견됐고, 어머니는 3년을 아버지 간병에 매달렸고 A 씨도 종종 병시중을 도왔다.

암 수술 후 한동안 다리가 불편했던 아버지는 혼자 보행이 가능할 만큼 호전되자 3개월 전부터는 소일거리를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가 빨래하다 아버지의 주머니에서 남성 정력제 하나를 발견했다. 바람을 피우고 있냐는 추궁에 부인하다 결국 인정했다.

이후 어머니는 "당장 짐 싸서 나가라"면서 이혼을 요구했다. 얼마 뒤 아버지는 어머니가 어렵게 벌어 집에 보관해 놓은 1억 원이 넘는 돈을 훔쳐 달아났다.

A 씨는 "집이 폭탄을 맞은 건지 도둑이 든 건지 난장판이었다. 엄마는 내가 미련했다면서 저한테 오히려 미안하다고 사과하더라"고 털어놨다.

결국 A 씨가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은 부부간의 절도는 성립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들었다.

현재 어머니는 이혼을 간절히 바라는 상황이지만 아버지는 휴대전화까지 해지하고 행방불명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상희 심리학 교수는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분이 이 정도라고 하면 본인의 쾌락이나 충동에 대한 중독 수준 또는 이성 관계의 중독 수준으로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보자께서 안타깝게 엄마의 고통을 다 책임지려고 하다 보니 마음이 아팠던 것 같은데 계속 엄마를 보호하려고만 한다면 사는 데 너무 힘들 수밖에 없다. 엄마의 삶은 결국 엄마가 결정해야 한다. 엄마의 인생을 돕는 정도의 선에서 본인의 인생을 집중해서 사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라고 조언했다.

ro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