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방 한 칸 내어줄게"…벼랑 끝 청년 살린 '낯선' 이들의 한마디

스레드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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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학진 기자

"겨울이니까 붕어빵부터 먼저 먹자.그러다 보면 봄이 오거든"

부모와 누나를 잇달아 떠나보낸 20대 청년이 SNS에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글을 남겼다가, 수많은 이들의 위로와 관심속에 무사히 구조됐다.

11일 한 SNS 커뮤니티에 따르면 A 씨는 "엄마 아빠 오늘 보러 가겠다. 올해까지는 버티려 했는데 도저히 안 될 것 같다. 큰누나 미안해"라는 글을 남기며 극단적 선택을 결심했음을 암시했다.

가족을 잃은 한 청년의 고단한 일상이 담긴 게시물은 이후 빠르게 확산됐다. 내용이 알려진 지 하루 만에 1만회의 '좋아요'와 함께 2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고, 댓글에는 "아직은 아닌 것 같다", "지금 가면 부모님이 더 속상해하실 것", "우리는 너를 혼자 두려고 떠난 게 아니다”, “여기서 멈추지 말고 남은 네 삶을 살아달라"며 A 씨를 걱정하고 또 결심을 바꿔 달라는 호소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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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대부분은 A 씨와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 특히 "겨울이니까 붕어빵부터 먹어보자. 붕어빵 다음엔 풀빵, 그러다 보면 봄이 온다. 봄이 오면 예쁜 벚꽃이 피고, 벚꽃을 보면서 달콤한 딸기를 먹고 있어, 그렇게 여름이 오고 또 가을 그렇게 다시 찾아온 겨울에는 살고 있길 잘했다는 생각이 반드시 들 거야. 내 말 한 번만 믿어봐"라는 댓글이 많은 공감을 얻으며 빠르게 확산됐다.

또한 "어디 있느냐, 밥부터 먹자", "우리 집에 방 한 칸 내어줄 수 있다", "며칠만 쉬다 가도 된다"는 진심 어린 제안들도 잇따랐다.

아이 셋을 키운다고 밝힌 한 누리꾼은 "하루 이틀만 같이 지내면 배고파서라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 것"이라며 집에 머물다 가도 된다고 말했고, 과일 가게를 운영한다는 누리꾼은 "올해 귤이 정말 맛있다. 같이 먹자"고 손을 내밀었다. 카페를 운영하는 누리꾼 역시 "신메뉴를 택배로 보내줄 테니 평가해달라"며 자연스럽게 다가가기도 했다.

또 자신을 대만 사람이라고 소개한 한 남성은 번역기를 사용해 "아직 경험하지 못한 음식과 장소가 많다"며 "언젠가 대만에 오면 직접 안내하겠다. 형이 약속은 꼭 지키겠다"고 전했다.

이후 한 매체에 따르면 A 씨는 누리꾼들의 신고로 경찰에 의해 안전이 확인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A 씨는 "경찰관들과 이야기를 나눴고 상담 후 입원을 결정했다"며 "혼자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많은 분이 걱정해 줄 줄 몰랐다. 감사하고 죄송하다"고 밝혔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09 또는 SNS 상담 마들랜(www.129.go.kr/etc/madlan)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khj8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