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사단 원일병 사건'…군에서 식물인간이 되어 돌아온 조카

우울증으로 휴가 신청, 이유 없이 취소…18일간 치료 없이 캠프 입소
피고발인 5명 모두 불기소 처분, "사단장은 중장 진급"…대법 심리 남아

부대내 지속적인 괴롭힘으로 인해 중증 뇌 손상으로 쓰러진 뒤 2년째 식물인간 상태인 원 일병. 출처=보배드림

(서울=뉴스1) 김학진 기자

"재판조차 못 받게 될까 두렵다"

"조카가 군 내 방치와 부적절한 대응 속에서 중증 뇌 손상으로 쓰러진 뒤 2년째 식물인간 상태에 머물고 있다. 재항고가 기각되면 진실을 밝힐 기회조차 사라진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17사단에서 복무하던 원현식 일병의 삼촌이 올린 장문의 글이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A 씨에 따르면 원 일병은 2023년 입대한 뒤 지속적인 괴롭힘과 압박을 호소했지만 적절한 보호나 치료를 받지 못했다.

우울 증세가 악화돼 휴가 조치가 검토되던 시점에도 갑작스레 계획이 취소됐고, 부모에게는 '힐링캠프'에 참가한다는 설명이 전달됐지만 실제로는 병역심사관리대에 18일간 수시 입소된 채 치료 없이 머물렀다고 했다.

A 씨는 "조카는 '꾀병 부리면 감옥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협박 속에 두 번의 극단적 시도를 했고, 심정지와 뇌 손상을 겪은 뒤 지금은 스스로 몸을 가누지 못한다"며 "부대는 위험 신호를 알고 있었음에도 책임을 회피했다"고 주장했다.

원 일병 사건은 군사경찰·군검찰 단계에서 피고발인 5명 모두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다. 유족은 서울고등법원에 항고했지만 기각됐고, 현재 대법원 재항고 심리만이 남아 있는 상태다.

가족 측은 "군검사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열거했고, 그들은 모두 풀려났다. 피해자는 말도 못 하고 몸도 못 움직이는데 증언 불가라며 외면당한다"며 "지휘 라인의 책임은 끝내 다뤄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치료나 상담도 없이 원대 복귀시켜 위험 상황에 노출 시킨 지휘부"
부대내 지속적인 괴롭힘으로 인해 중증 뇌 손상으로 쓰러진 뒤 2년째 식물인간 상태인 원 일병. 출처=보배드림

특히 글쓴이는 당시 17사단장이었던 어OO 중장의 책임을 지적했다. 그는 "지휘부는 조카의 절박한 호소를 알고 있었지만 행사 일정 등 이유로 책임을 회피했고, 결국 치료도 상담도 없이 원대 복귀시키며 위험 상황을 반복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진급이 관련된 이취임식에 문제가 될까? 조카를 짐짝 버리듯이 병역심사관리반에 보내버리고는 무사히 이취임식을 마치고, 병역처분심사 결과나 아무런 근거도 없이 타 부대 전출도 아닌 원대복귀시켜 근무에 투입했던 장본인이다. 이런 자가 얼마 전 중장 진급 인사에 올라 지금은 수도방위사령관으로 자리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올렸다.

현재 가족은 대법원에 재항고 인용을 요구하는 시민 서명 운동을 진행 중이다. 이에 온라인에선 "아들이 이런 일을 겪었다면 견딜 수 없었을 것", "군 복무는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약속하에 존재하는 것 아니냐", "이 청년이 국가를 지켰듯이, 국가도 이 청년을 꼭 지켜달라", " 원 일병에게 기적이 일어나 건강 회복하시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등 수많은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원 일병의 부모는 매일 병상을 지키며 아들의 회복을 기원하고 있다. 그들은 "정의로운 절차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끝나서는 안 된다"며 "다시는 이런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제도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khj8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