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은 말 꺼낸 사람만'…100만원 들여 간 MAMA 좌석 바꿔치기" 황당

28일 오후 홍콩 카이탁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중음악 시상식 '2025 마마 어워즈'(2025 MAMA AWARDS)를 찾은 K-POP 글로벌 팬들이 입장하고 있다. 2025.11.28/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보상안은 얘기 꺼내는 분들께만 말씀드리면 됨."

IBK 기업은행의 '2025 MAMA 어워즈' 이벤트에 당첨돼 100만 원 이상을 들여 홍콩으로 향했으나, 사전 안내와 다른 좌석을 제공받은 고객들이 공분하고 있다. 이 가운데 현장에서는 이 같은 멘트가 적힌 쪽지가 발견돼 논란이다.

3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제보자 A 씨는 지난달 29일 홍콩 카이탁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MAMA 어워즈'에 다녀왔다가 뒤통수를 맞았다며 겪은 일을 공유했다.

앞서 기업은행 측은 IBK 비자카드 고객 중 추첨을 통해 해당 행사에 초청하는 초대권 이벤트를 진행했다. 단, IBK 비자카드를 30만 원 이상 쓴 고객에 한해 응모할 수 있게 했다. 해당 이벤트를 통해 당첨자 35명에게 1인 2매의 티켓과 여행지원금 50만 원이 증정됐다. 동시에 고객들에게는 "전용 출입구를 통해 입장 가능한 무대 가장 앞 좌석을 배정할 것"이라고 사전 공지했다.

이에 A 씨는 약 100만 원을 들여 비행기와 호텔 예약을 마쳤다며 "행사도 행사지만 좌석 위치가 중요했다. 2층이었으면 안 갔을 텐데, 공연 바로 직전까지 여러 번 확인했을 때 '(무대 앞) 좌석 변동 없다'고 해서 완전 안심했다"고 밝혔다.

"공연 하루 전 '화재로 좌석 변경'…6시간 대기했는데 개돼지 취급"
(제보자 A 씨 제공)

그러나 기업은행 측은 공연 하루 전날인 28일 돌연 "홍콩 현지 화재로 인한 안전조치 강화로 행사장 운영 동선과 배치가 일부 조정되면서 사전에 안내해 드린 좌석 구역이 변경됐다"고 공지했다.

이미 홍콩에 와 있던 A 씨는 당황스러웠다며 "설마 하고 다음 날 현장에 가보니 진짜였다. 약속된 좌석은 무대 맨 앞 플로어 구역이었는데, 실제 발권된 좌석은 2층 사이드 구역으로 시야가 매우 좋지 않았다"고 분노했다.

참다못한 A 씨는 "다른 이벤트 당첨된 사람들은 앞쪽에 잘 앉아있는데 왜 IBK 비자카드 당첨자들만 2층 구석으로 밀린 거냐?"고 항의했다. 그러자 기업은행 측이 "화재 때문에 플로어가 축소돼 밀렸다", "CJ 주최라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는 게 A 씨의 주장이다.

이어 그는 "열받아서 현장 부스에서 따지고 있는데 소름 돋는 종이를 하나 발견했다"며 직원 책상 위에 놓여 있던 메모를 공개했다.

쪽지에는 "고객 전달 사항. 현재 홍콩 재난 사태 관련해서 공연 좌석 규모를 대폭 축소하는 바람에 IBK가 배정받은 구역이 전체 취소 돼버림. 그 와중에 제일 가깝고 시야가 좋은 자리를 받아서 교부해 드리게 됐으니 양해를 부탁드린다", "보상안에 대해 문의하시면 '저희도 갑작스러운 상황이라 보상안에 대해 정확한 안내는 어렵지만, 저희가 귀국하자마자 보상안에 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해서 고객님들 섭섭하지 않게 해드릴 수 있도록 진행하겠다'고 안내하기"라고 적혀 있었다. 특히 "보상안 얘기 꺼내는 분들께만 말씀드리면 된다"고 덧붙여져 있었다.

A 씨는 "개·돼지 취급하는 쪽지 보고 너무 화가 났다. 직원들이 찔려서 후다닥 치우고 폐기하더라"라며 "좌석 때문에 아침 7시부터 부스 앞에서 6시간 넘게 기다렸다. 한국 본사 팀장이라는 사람과 겨우 통화 연결됐는데 '모른다' '시간 걸린다'는 대답만 무한 반복하더라. 수백 명의 좌석이 통째로 바뀌었는데 파악도 안 하고 있었다는 게 말이 되냐?"고 꼬집었다.

기업은행 "비자카드 측에서 좌석 확정된 것처럼 안내…보상안 검토"
당초 기업은행 측은 무대 맨 앞 플로어 구역을 제공한다고 안내했으나, 공연 하루 전 2층 사이드 구역으로 좌석이 변경됐다고 전했다. 이후 항의 끝에 기업은행 측으로부터 노란색 구역을 재제안 받았다고 밝혔다. (A 씨 제공)

이후 A 씨가 "카드 실적 올려놓고 사은품(좌석) 바꿔치기 한 거 금감원과 소비자원에 신고한다"고 따지자 기업은행 측 태도가 바뀌었다고 한다. 그는 "아까는 전석 매진이라서 절대 자리가 없다고 했는데, 신고 얘기 나오니까 갑자기 여분의 좌석이 하늘에서 뚝 떨어졌는지 긴급으로 빠진 플로어 빈 좌석으로 옮겨준다더라"라고 황당해했다.

A 씨가 제안받은 좌석은 'B3 구역'으로 처음 제안받았던 곳의 뒷자리였다. 그는 "이 좌석 주면서 '앞으로 소송 걸지 말라'는 책임 포기 각서를 쓰라고 했다. 이미 기업은행 때문에 좌석 바뀌어서 피해 봤는데 말이 되나? 티켓을 인질로 잡고 책임 회피 조항에 강제로 동의하라는데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하냐?"고 주장했다. 면책 동의서에는 "앞으로 생기는 모든 손해나 문제에 대해서 비자카드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끝으로 그는 "한국으로 돌아와서 내부 회의하고 연락해 준다더니 아직도 홍콩에 있으면서 회의 중이라고 한다"라며 "사람들한테 무슨 내년 MAMA 티켓으로 보상해 준다는 식으로 얘기했다는데, MAMA 행사 확보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내년 티켓으로 희망 고문 주는 게 맞나 싶다"고 지적했다.

한편 기업은행 관계자는 자리를 변경한 사유에 대해 "당초 IBK MAMA 이벤트는 고객들에게 구역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벤트를 진행했다"라며 "고객들에게 당첨 사실을 안내하는 과정에서 좌석 구역과 관련한 문의가 많아 비자카드에 좌석 구역 확정을 요청했다. 비자카드 측에서 의사소통 오류로 확정되지 않은 좌석을 확정된 것처럼 안내해 고객에게 잘못된 좌석 안내가 발송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객에게 불편함을 드린 점에 대해 책임을 느낀다. 여러 가지 보상안 검토 후 신속히 고객에게 안내해 드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이벤트 당첨자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나랑 동반인은 표 일찍 받으러 갔는데 저런 보상안 얘기해준 적 없다. MAMA 티켓 보상 얘기도 안 했다"라며 "구구절절 헛소리로 설명하고 티켓만 주길래 '어디서 들었는데 보상으로 에코백 준다면서요'라고 하니까 그제야 줬다"고 공감했다.

이외에도 누리꾼들은 "저런 메모 때문에 큰소리칠 수밖에 없다. 그냥 수긍하고 돌아가면 바보 된다",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는 말이 진상 같지만, 한국에서는 가끔 필요하다", "기업은행 계좌 옮겨야 하나", "무대 배치도 변경 안 됐고, 전날 송출된 방송 화면에서도 플로어 객석은 그대로 운영됐고, 타 이벤트 부스에서는 축소됐다는 플로어 좌석을 정상 배부했는데 이상하다" 등 반응을 보였다.

sb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