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 피의자로 전환되지 않도록" 성매매여성 인권보호 국회토론회

"성매매 여성 개인 향한 단속·처벌, 성매매 근절에 도움 안 돼"
온라인 성매매 등 변화한 실태 반영해야…사이버풍속수사팀 운영도 검토

2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성매매 여성 인권 보호 관련 간담회에 참여한 전문가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유튜브 갈무리)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구조적 성 착취의 피해자로서 구제 대상에 해당하는 성매매 여성이 현실에서는 범죄 행위자로만 취급되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성매매 여성 처벌의 현실 : 법의 보호 밖에 놓인 여성들' 토론회에서 법조계·현장 전문가들은 현행 법체계가 피해 여성의 인권 보호라는 본래 취지와 다르게 작동하고 있다며 집행 관행의 재검토를 요구했다.

이번 토론회는 손솔·이주희·전종덕·전진숙 국회의원과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상담소네트워크·서울시 반성매매상담소네트워크·성매매피해자를 지원하는 현장상담센터협의회 등의 공동주최로 실시됐다.

축사를 맡은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의원은 "현실에서 성매매 여성은 '인권 보호' 대상이라는 본래 취지가 무색하게 단속과 처벌의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다"며 "성매매 여성의 인권 보호'를 위해 함께 고민하고 실효성 있는 보호 체계를 구축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진 발제에서는 이하영 여성인권센터 '보다'의 이하영 소장이 '법의 보호' 밖에 놓인 성매매 여성들에 대해 설명했다. 이 소장은 "2022년 '성매매처벌법 개정연대' 사례를 분석한 결과 피의심 요구 또는 피해 인정 여부가 피해 내용보다는 수사기관의 태도와 의지에 따라 달라졌다"고 꼬집었다.

이 소장은 통상 스토킹과 성폭력, 불법촬영 등 범죄피해에 취약한 성매매 여성이 막상 신고하고 나면 피의자로 역전되는 구조 속에 있다고 지적했다.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1조와 '성매매알선 등 행위 처벌에 관한 법률(성매매처벌법)'은 모두 성매매 피해자의 인권보호를 앞세우고 있다. 하지만 성매매처벌법의 경우, 성매매 여성을 '행위자'로 규정해 성 구매자와 동일하게 처벌하고 있다.

김태희 성매매피해지원상담소 '이룸' 활동가는 광고죄 혐의가 적용되는 현실을 주로 다뤘다. 그는 성매매처벌법 제20조 1항 3호에 명시된 이른바 '광고죄'의 경우, 특히 구매자나 알선자에 비해 압도적으로 성매매 여성에게 적용되는 사례가 많다고 분석했다.

경찰청 통계연보에 따르면 특히 2020년부터 성매매처벌법상 광고죄로 검거되는 인원의 성별 역전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2018년, 2019년까지만 해도 11~24명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던 검거 인원수는 여성이 남성의 4배 수준으로 불어난다. 이런 경향성은 2024년까지 꾸준히 이어졌다.

김 씨는 "운영자들의 역할이 파편화된 현실 속에서 여성들은 운영진의 얼굴을 모르는 경우도 상당하다"며 "성매매 여성 개인을 향한 단속과 처벌이 과연 성매매 근절에 도움이 되었는지 되물어야 한다"고 했다.

토론자로 참가한 조정민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판사는 실제로 성매매를 위해 성매매 여성과 구매자가 대화하는 내용을 보면 "광고라기보다는 유인에 가깝다"고 해석했다. 조 판사는 "구매자가 대화방에 들어와 개인적으로 대화를 나누는 행위도 광고로 보기 애매하다. 실무적으로는 통틀어 광고라고 보지만 그런 형법 해석이 맞느냐"며 의문을 던졌다.

정다혜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은 캐나다의 입법례를 들어 "'대가의 교환을 위해 자신의 성적 서비스를 제한하는 행위'를 면책하는 규정을 도입한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정 연구원은 "문제가 되는 행위, 금지해야 하는 행위의 정의를 분명히 해야 한다. 그런 부분에서 타인의 성을 상품화하고 거래 대상으로 삼는 행위를 문제시하는, 2023년 전국연대가 제안한 '성 구매 및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이 빨리 통과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전윤정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최근 변화한 상황을 반영해 △새로운 변종 성매매 대응 체계 강화 △성 판매자 비범죄화 강화 및 예외 범위 확대 △피해자 정의의 확장 및 포괄적 보호 체계 구축 △성인지적 법집행 교육 및 가이드라인 확립 △탈성매매 지원 제도화 및 확대 등을 보완해야 한다고 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소속 백소윤 변호사는 온라인 공간에서의 성 산업과 성매매 실태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디지털 기술과 공간을 통한 성 산업의 양태는 갈수록 여성의 적극적 가담을 유도하고 강조하되 그 배경과 구조는 흐리게 설계된다"고 짚었다.

현장에서 단속과 수사 실무를 맡고 있는 박순기 서울경찰청 풍속단속계장은 "성매매광고 사이트의 경우 수사 성과를 거두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운영자가 해외에 거주하고 있어 검거까지 수년이 걸리거나 수사가 중지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토로했다.

또 "운영자를 검거하더라도 서버까지 확보하지 못하면 금세 유사 사이트가 생성되어 수사관들의 힘이 빠지기 십상"이라면서도 "내년부터는 사이트 전담 사이버 풍속수사팀 운영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수사 역량과 요령이 축적된다면 성매매 수요 차단에 실질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일선에서 성매매 여성만을 겨냥한 수사가 이뤄진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성매매 여성을 광고 행위로 평가해 성매매 기수에 이른 경우보다도 더 무겁게 처벌하는 것은 입법취지에 반한다는 하급심 판결을 확인했다. 공감하고 있다"고 답했다.

박 계장은 "수사와 더불어 자유업종을 빙자한 퇴폐업소에 대한 행정제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학교 주변 유해업소를 단속하다 보면 대부분은 마사지 간판을 달고 지자체 인허가 없이 운영되는 자유업종 업소"라며 "자유업종이라는 이유로 지자체에 통보되지 않거나 아무런 행정처분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realk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