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형자 57명, 대졸 학사모 쓴다…교정시설서 '독학학위제' 합격

법무부 "사회 안전망 강화 의미…재범률 낮추는 효과"

ⓒ 뉴스1

(서울=뉴스1) 남해인 기자 = 법무부는 안양교도소를 비롯한 전국 29개 교정기관 수형자 57명이 2025학년도 독학학위제 시험에 최종 합격해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고 1일 밝혔다.

법무부는 수형자들이 인터넷 강의나 독서실이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공부해왔다고 했다. 수형자들은 낮에는 교도 작업에 참여하고, 일과 후에 공부 시간을 가졌다.

수형자들이 합격한 독학학위제는 대학에 다니지 않아도 스스로 공부해 교양, 전공기초, 전공심화, 학위취득 총 4단계에 걸쳐 시험을 통과하면 학사 학위를 수여하는 제도다.

합격자들은 국어국문학, 영어영문학, 경영학 등 9개 전공에서 대학졸업자와 동등한 자격을 인정받게 됐다.

법무부는 수형자들의 이번 학위 취득은 개인의 성취를 넘어 '사회 안전망 강화'의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수형자들의 학력 신장이 출소 후 취업 기회를 늘리고 재범률을 낮추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독학학위제 최고령 합격자인 곽 모 씨(61)는 "낮에는 작업장에서 일을 하고 밤에만 공부해 심리학 학위를 따는 게 쉽지 않았지만, 가족에게 부끄럽지 않게 노력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최선을 다했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 "노안으로 책을 보기 힘들지만, 다음에는 영어영문학 학위에 도전해 부끄럽지 않은 삶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최고점인 550점(600점 만점)을 취득한 A 씨는 "오랜 수용 생활로 사회에 나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막막했지만, 이 제도를 통해 새로운 희망을 얻었다"며 "가족의 희생과 담당 직원의 격려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집중할 수 있었다"고 가족과 교도관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이번 합격자들은 내년 2월 학사 학위를 받을 예정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1995년 수형자 독학학위제 과정을 최초 도입한 이래 최근 5년간 총 263명이 이 제도를 통해 학위를 취득했고, 현재 전국 교정 시설에서 273명의 수형자가 독학학위제에 도전하고 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범죄에 대한 반성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면서도 "배움의 시기를 놓친 수형자들에게 건전한 사회복귀를 위한 사다리를 놓아주는 것 또한 법무부의 중요한 임무"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앞으로도 실효성 있는 교정 교화 프로그램을 강화해 수형자의 성공적인 사회 복귀를 돕겠다"고 했다.

hi_na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