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돌보는 부모의 마음으로"…후배 위해 1억 쾌척한 '58학번' 선배
성균관대 경영학과 1기 이창희 씨 "기부 문화 바꾸고 파"
'재단 설립' 고민하다 모교에 기부…가족들 "뜻 계속 이을 것"
- 권준언 기자
(서울=뉴스1) 권준언 기자 = 성균관대학교 상학과(현 경영학과)가 신설된 1958년 입학해 1963년 교문을 나선 '1회 졸업생'이 60여 년 만에 모교를 찾아 1억 원의 기부금을 건넸다.
성균관대학교는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인문사회과학캠퍼스에서 동문 이창희 씨(86)의 '구산운강장학기금' 1억 원 전달식을 개최했다고 30일 밝혔다.
이 씨는 성균관대 경영학과의 산증인이다. 상학과 1기 입학생이자 1회 졸업생인 그는 졸업 직후 공직에 입문해 서울시 등에서 30여 년간 재무·도시행정 분야 전문가로 일했다. 강서구청 도시정비국장, 영등포구청 시민국장 등을 거쳤으며 1988년에는 대통령 근정포장을 받기도 했다.
이번 기부에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당초 이 씨는 부친의 호를 따 '구산장학재단' 설립을 목표로 했다. 1년 반 넘게 준비하며 이사진까지 꾸렸지만, 재단 운영을 맡을 둘째 딸의 미국 국적 문제가 걸림돌이 돼 설립이 무산됐다.
고민 끝에 이 씨는 재단 대신 모교에 직접 기부하는 길을 택했다. 장학기금 명칭에 이 씨 본인의 호인 '운강'이 더해진 건 학교 측이 제안한 아이디어였다.
이 씨의 삶에는 늘 '헌신'이 이었다. 이 씨의 장녀 이진희 씨는 "아버지에겐 열 살 터울이 넘는 동생들이 있는데, 그 시절 공무원 박봉을 받으면서도 어린 동생들을 사실상 집에서 키우셨다"고 회상했다.
이 씨의 헌신적인 뒷바라지 속에 동생들은 고등군사법원장을 지낸 이희석 변호사(서울대 법대 졸)와 이희섭 숭실대 전자정보공학부 교수 등 사회 저명인사로 성장했다.
진희 씨는 "할아버지께서도 시골에서 농부 일을 하면서 자식들을 정말 잘 키워내셨다고 말씀하시는데, 할아버지를 존경하는 마음만큼 아버지께서도 많이 노력하셨다"고 전했다.
퇴직 공무원으로서 큰돈을 내놓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이 씨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공직자 출신이기에 돈이 많아서 (기부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 사회에는 기부 문화가 많지 않아서 이런 사회 분위기를 바꿔보려는 생각에 이렇게 기부를 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씨는 "자식을 돌보는 부모의 마음으로 먼 후배들에게 힘이 되고 싶다는 의미를 담아 기부를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아버지의 뜻을 이어 가족들도 나눔을 지속할 계획이다. 진희 씨는 "아버님이 살아계시는 동안에는 매년 천만 원씩은 기부할 예정이고, 앞으로도 아버지께서 우리 가족들이 이를 이어나가길 바라셔서 저희도 계속 기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지범 성균관대 총장은 "1회 졸업 동문께서 긴 세월이 흘러 후배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기부로 전해주신 것은 큰 의미가 있다"라며 "기부자의 뜻을 학생 지원과 학교 발전에 성실히 반영하겠다"고 감사를 표했다.
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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