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로 아내 위협한 조울증 남편…방어하자 "쌍방 폭행이네" 주먹질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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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조울증과 폭력성이 심한 남편과 이혼을 준비 중인 여성이 두려움을 호소했다.

19일 JTBC '사건반장'을 통해 30대 여성 A 씨는 절친한 회사 언니의 소개로 3세 연상의 남편을 만났다고 밝혔다. 헌신적이고 똑똑한 남편에게는 한 가지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 감정 기복이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심하다는 것이었다.

어느 날은 "나 너무 행복해. 사랑해" 이러다가도 다음 날 "너 나 안 좋아하지?"라고 물었다. 이상하다고 느꼈으나 워낙 잘해줘 결국 결혼 날짜를 잡았다.

남편은 사소한 일로 말다툼하던 중 A 씨에게 "너는 나를 외롭게 한다"라고 말하더니 예식장에다 연락해 "우리 결혼 안 합니다"라며 일방적으로 예식을 취소했다. 며칠 뒤 화해하자 다시 예식장에 전화해 "저희 결혼식 그대로 하겠다"며 다시 예약을 잡았다.

가까스로 결혼식을 마치고 신혼여행을 떠났지만, 그곳에서도 사건이 일어났다. 남편은 호텔 방에 들어오자마자 갑자기 "잔돈 내놓으라"며 집요하게 따졌고, 나중에 주겠다고 하자 A 씨를 향해 먹던 컵라면과 주먹밥을 던졌다. 다음 날에는 "내가 미쳤다"며 무릎 꿇고 사과했다.

급기야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도 또 난동을 부렸다. 태블릿 PC로 보던 영화가 안 나온다고 짜증을 내더니 화장실에서 다 부수고 돌아왔다.

A 씨는 "남편은 밖에서는 누구보다 친절하고 똑똑한 사람이었다. 다만 집에 들어오면 180도 변했다. 어떠한 이유도 없이 갑자기 화를 내거나 삐치는 일이 반복됐다"고 털어놨다.

예컨대 일하다 전화를 못 받거나 메시지 답장이 늦으면 "무시한다"면서 "넌 내가 만난 사람 중에 최악이야. 당장 이혼 도장 찍자"며 막말을 쏟아냈다. 다음 날이 되면 어김없이 "미안해. 여보. 없던 일로 하자"라며 돌변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A 씨는 정신과를 찾았다. 의사는 "당신이 올 게 아니고 남편 데리고 오라"고 권유했다. A 씨는 집요하게 설득한 끝에 남편을 정신과에 데리고 갔다. 남편은 조울증과 강박증 등 정신질환이 있다는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A 씨에 병명을 숨긴 채 "스트레스 때문이다"라고만 말하며 처방받은 약을 꾸준히 먹지도 않았다.

결국 최근에는 우려했던 사건이 일어났다. A 씨가 재택근무를 하던 날 남편이 집안일을 트집 잡으며 잔소리하기 시작했다. A 씨가 "일하는 중이다. 이따가 얘기하자"고 말하자 욕설을 퍼붓고 혼자 안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결국 A 씨는 거실에서 밤을 보냈다. 다음 날 남편은 A 씨를 보더니 "네 얼굴 보니까 발로 차버리고 싶다"고 말하더니 주방에서 흉기를 꺼내 소파를 긋는 충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남편은 자신을 말리는 A 씨를 밀치며 칼로 위협했다. A 씨가 방어하며 한 대 때리자 남편은 "이거 쌍방 폭행이네?" 하면서 얼굴을 주먹으로 마구 쳤다.

결국 A 씨는 이 사실을 시부모에게 알리고 남편에게 이혼을 통보했다. 시부모는 "우리 아들 그런 애 아니다. 속 한 번 안 썩인 애인데 무슨 말을 했냐"고 이야기했다.

A 씨는 "남편은 '고소 취하해주면 이혼해 주겠다'는데 언제, 어떻게 폭발할지 모르니까 매우 두려운 상태"라고 호소했다.

손수호 변호사는 "이혼 교섭 중이거나 소송 중에 단둘이 만났다가 큰 화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안 그래도 남편의 폭력성이 확인됐기 때문에 단둘이 만나는 상황을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라고 조언했다.

ro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