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안 쓰면 바보?"…시험 '부정행위' 학생 탓만 한다고 해결되나
'시험 감독 체계 개선 없이 부정행위 막기 어렵다' 지적 나와
전문가 "비대면 시험 자체가 문제…AI 사용 개입 여지 줄여야"
- 권준언 기자
(서울=뉴스1) 권준언 기자 = 최근 연세대와 고려대 등 주요 대학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집단 부정행위가 잇달아 적발돼 이른바 'AI 부정행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대학본부나 교과목 담당 교수들의 '시험 감독 매뉴얼'이 부실해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부정행위 대부분이 비대면 시험 감독의 사각지대에서 발생해 시험 감독 체계 개선 없이 학생들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만 탓한다고 해결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3학년 김 모 씨(23·남)는 15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비대면 시험을 볼 때 줌(ZOOM·원격 회의 프로그램)을 켜고 휴대전화로 노트북 화면과 손을 비추게 하는데 너무 허술하다"고 말했다.
이어 "화면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한 명만 도와주면 부정행위를 할 수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 모니터 하나 더 두고 그걸 보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다.
실제로 김 씨 학교의 '실시간 화상감독(ZOOM) 활용 온라인 시험' 가이드북에 따르면 학생들은 △시험 응시 컴퓨터 화면 △책상 위의 키보드 및 마우스와 응시자의 손 △응시자 얼굴 등을 카메라로 비춘 상태에서 비대면 온라인 시험을 봐야 한다.
시험을 관리하는 조교가 응시자들의 응시 모습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부정행위 정황을 적발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화면에 비춰지지 않는 곳에 듀얼 모니터나 태블릿PC을 두고 챗GPT를 비롯한 AI 프로그램을 사용해 부정행위를 한다는 것이 학생들의 설명이다.
줌 프로그램을 켜고 시험을 보긴 하지만 마이크는 꺼둔 상태라 응시자 주변에서 어떤 소리가 들리는지도 확인이 불가능해 '조금만 창의적이면 부정행위는 쉽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김 씨는 "챗GPT가 일상화된 지금은 조금의 창의성만 발휘하면 부정행위가 너무 쉽다"며 "예전에는 컨닝페이퍼를 화면에 보이지 않는 곳에 두고 그걸 베껴 쓰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보이지 않는 화면에 AI 프로그램을 띄워두고 그걸 그대로 베낄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일 연세대학교 재학생 커뮤니티(에브리타임)에는 '솔직히 AI 안 쓰면 바보 아니냐'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X 빠지게 공부했는데 GPT 쓴 애랑 점수가 같다. 더 이상 쓸데없는 양심은 지키지 않기로 했다"면서 "교수님들도 AI 쓰는 거 알고 과제나 온라인 시험을 치는 것 아니냐, 대면(시험)을 보던가"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3학년 나 모 씨(24·남)는 "현재의 시험 감독 시스템으로는 사실상 부정행위를 묵인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교수님들 별로 감독 방식이 제각각인데, 철저하게 (부정행위를) 단속하려는 경우도 많지 않다"고 전했다.
온라인 비대면 시험을 응시하더라도 부정행위를 방지하는 방법은 존재한다. 기업 인적성시험 등 설루션을 제공하는 A 업체의 프로그램은 응시자의 정면, 측면, 모니터 화면을 모두 모니터링하는 것은 물론, 휴대전화 마이크를 통해 시험 환경에서 발생하는 소리를 잡아내 부정행위를 방지한다. 응시자의 옆면 1.5미터 거리에서 휴대전화 카메라를 비춰 듀얼모니터·태블릿PC를 활용한 부정행위도 방지할 수 있다.
또한 컴퓨터 프로그램이 아닌, 자필로 답안지를 작성해 시험 답안을 작성하고, 곧바로 제출하는 것 또한 방법이다. AI 프로그램의 활용이 개입될 수 있는 여지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전문가는 비대면 시험을 지양해야 하는 것은 물론, 교과목 평가에서 AI 사용이 개입할 여지를 줄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온라인 대형 강의를 개설하고 비대면 시험을 보게 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면서 "수업이 온라인으로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대면 시험을 봐야 실질적 학습이 이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또 "학생이 학습을 직접 하지 않고 AI에 모두 시키는 것을 '학습의 외주화'라고 한다. 이것이 발생하면 제대로 된 학습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한 번의 시험이나 과제 제출로 채점하는 것이 아닌, 각 학습 단계별로 과제를 부여한다거나, 보고서만 제출받는 것이 아닌 발표를 필수적으로 시키는 식으로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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